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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7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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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나눔 프로젝트] (64) 다운증후군 아기천사 키우는 규완씨

“두살배기 심장판막에도 이상 생겨… 수술비 구할 길 없어 막막”
기초수급비로 병원비 턱 없이 부족
폐품 모아 팔다 건강 이상으로 멈춰

  • 기사입력 : 2020-09-02 08: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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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우(가명·2)는 여느 아기천사와 달리 특별하다. 첫 돌이 지났지만 허리를 가누지 못해 누워 지낸다. 장우는 다운증후군 질환을 가지고 태어났다. 모유 알레르기로 인해 특수 조제 분유만 먹을 수 있다. 아직 이유식도 힘들다. 일반 분유를 먹인 적도 있지만 그때마다 장염에 시달렸다.

    장우 아빠 규완(가명·52)씨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막내를 볼 때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장우는 2.13㎏ 저체중으로 태어났어요. 한 통에 5만원하는 분유를 감당하기 어려워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을 사서 먹인 적도 있어요. 지금은 먹는 양이 늘면서 한 달에 8통, 40만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요. 갑상선 기능저하증 장애에 우유 단백질 알레르기가 있어 꾸준한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에요. 올해 심장판막에 이상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아 수술도 해야 하는 데…. 치료비 구할 길이 없어 막막합니다”

    지난달 25일 창원시 대산면 집에서 규완씨와 은주씨가 창원시 통합사례관리사와 상담을 하고 있다./주재옥 기자/
    지난달 25일 창원시 대산면 집에서 규완씨와 은주씨가 창원시 통합사례관리사와 상담을 하고 있다./주재옥 기자/

    생활비는 기초생활수급비가 전부다. 재작년 창원시 대산면 LH 임대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에어콘을 가장 먼저 장만했다. 송정 주공아파트에 살았을 땐 에어콘 없이 냉장고로 다섯 식구가 여름을 버텼다.

    “전기세고 뭐고 당장 죽겠다 싶었어요. 조금이라도 시원해질까 싶어 냉장고 문을 열고, 욕실 바닥에 차가운 물을 부었죠. 다섯 식구가 욕실 가까이 누워 지내며 그 뜨거운 해를 버텼어요.”

    규완씨는 한때 신문사에서 일했다. 4년간 탐사보도 전문 기자로 활약했다. 하지만 계단에서 넘어지는 사고를 겪으며, 삶은 산산조각 났다. 신경이 손상되면서 건강을 잃게 된 것이다. 아내가 떠나고, 일자리도 잃게 됐다. 규완씨는 10년 넘게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하고 있다.

    “제 병을 고칠 방법은 신경을 차단하는 것 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나중에 알게 됐죠. 처방받은 약이 암 말기 환자가 먹는 약과 같다는 걸요”

    규완씨는 공허한 마음을 달래려 시(詩)를 쓰기 시작했다. 2007년 한 문학상에서 ‘가위눌림’이란 글이 당선되기도 했다. 현재 시인들이 소속된 동인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던 중 2년 전 한 교회서 지금의 아내 은주(가명·34)씨를 만났다. 규완씨는 막내가 태어나면서 은주씨의 병력을 알게 됐다. 은주씨는 지적장애를 갖고 있었다. 엄마로서의 가사 활동과 육아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 규완씨 혼자 다섯 식구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다.

    생계는 카드 돌려막기로 근근이 이어가고 있다. 100만원 남짓한 기초수급비로 병원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래서 폐품을 모아 팔기 시작했다. 값이 나가는 물건들을 중고 사이트에 팔면 적어도 1~2만원은 벌 수 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멈췄다. 무거운 물건을 옮기면서 신경에 무리가 왔다. 더욱이 집안 곳곳 쌓여가는 물건들로 인해 사람 사는 공간이 사라졌다. 결국 작년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물건들을 정리했다.

    규완씨의 유일한 희망은 둘째 아들 정우(가명·16)다. 대통령배 씨름왕 선발대회, 학산배 전국장사 씨름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씨름에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정우의 꿈을 키워 주고 싶다.

    “종우, 정우 두 아들 모두 세상에서 빛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막내는 오래 살아 있는 것만 해도 기적이에요. 바라는 거요? 아이들 스스로 행복을 찾아가는 게 소원이에요”

    ※도움주실 분 계좌= 경남은행 207-0099-5182-02(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남지회) △8월 5일 10면 ‘암투병 중인 엄마와 집 없이 떠도는 수영이’ 일반 후원액 42만2000원.

    글·사진= 주재옥 기자 jjo5480@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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