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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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다운 집으로] (중) 주거빈곤이 아동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

주거환경 스트레스로 우울·불안… 아동 성장 막는다
친구관계 어렵고 교류활동 참여 줄고
호흡기질환 발병률 높아 건강에 부정적

  • 기사입력 : 2020-09-02 08: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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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내 한 바닷가 마을 산중턱에 위치한 주거빈곤 아동의 집./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남지역본부/
    도내 한 바닷가 마을 산중턱에 위치한 주거빈곤 아동의 집./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남지역본부/

    방수·면적이 부족해 과밀하게 생활하는 주거빈곤 아동 규모는 2015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97만명에 이른다. 경남에도 5만3533명의 주거빈곤 아동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10명 중 1명은 더욱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살고 있어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아동의 주거빈곤이 아동의 생존권, 발달권, 보호권 참여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아동의 주거권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도내 한 바닷가 마을 산중턱에 위치한 주거빈곤 아동의 집./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남지역본부/
    도내 한 바닷가 마을 산중턱에 위치한 주거빈곤 아동의 집./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남지역본부/

    ◇재래식 화장실, 여름엔 악취로 힘들어요= 도내 한 바닷가 마을. 동네 어귀에 들어서면 산중턱에 위치한 민수(15·가명)네 집이 보인다. 집 뒤는 산으로 막혀 있고, 산사태를 막기 위한 방수천막이 덮여 있다.

    민수네 집은 산중턱에 있어 햇볕을 막아줄 그늘이 없고 에어컨마저 없어 찜질방을 방불케 할 정도로 열기가 가득하다. 민수와 하나뿐인 가족 할머니는 땀으로 젖은 옷을 뒤로 한 채 이마에 맺힌 땀을 연신 닦아가며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찌는 듯한 더위보다 민수를 힘들게 하는 것은 재래식 화장실이다. 집 밖에 위치한 화장실 변기 주변에는 모기약 몇 통이 널브러져 있고, 여름에는 악취가 심하다. 할머니의 말에 따르면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엔 변기에 물이 넘쳐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고 뒷산에서 용변을 해결할 때도 있다.

    도내 한 바닷가 마을 산중턱에 위치한 주거빈곤 아동의 집./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남지역본부/
    도내 한 바닷가 마을 산중턱에 위치한 주거빈곤 아동의 집./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남지역본부/

    ◇좁은 마루가 내방, 잠도 웅크리고 잔지 오래 돼= 현우(16·가명)는 고등학생 형과 80세가 넘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방이 2칸 뿐이라 1칸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사용하고, 나머지 1칸에서 현우 형제가 지내야 하지만, 체구가 커지면서 현우는 좁은 마루를 방처럼 쓰고 있다.

    가뜩이나 개인 책상이 없어 엎드려 공부와 숙제를 하는 현우에게 올해는 유독 힘들다. 전국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학교 수업이 온라인으로 대체됐기 때문이다.

    현우는 “내 방이 없어 온라인 수업 듣는데 집중도 안 되고 답답하다. 날씨마저 더운데 전기세 많이 나올까 할머니가 조그만 에어컨도 맘대로 못 켜게 한다“며 ”방학이 되면 몇몇 친구들은 모여서 같이 게임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데, 우리 집으로는 초대를 못하니까 나는 가지 않고 혼자 논다며 학습의 어려움, 친구들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아동 성장에 부정적 영향 끼치는 주거빈곤= 주거빈곤은 아동의 사고나 재해 발생의 위험, 위해 물질 노출정도를 증가시킨다. 구조적 결함이 있는 주거는 화재발생위험도가 높고, 근래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로 인해 혹서기와 혹한기를 보내게 된다.

    난방, 환기와 채광이 제대로 되지 않는 주거에 사는 경우 호흡기 질환과 천식 발병률이 높다. 방 수 또는 면적이 부족한 과밀가구의 경우 여러 명이 침실을 공유하게 되는데, 부모와 아동 혹은 성별과 나이가 다른 아동이 같은 방을 쓰는 경우 수면 과정이 불규칙해져 침실을 공유하지 않은 아동보다 잠을 덜 자게 되고 이는 수면방해로 이어진다. 주거빈곤 자체가 만성적인 스트레스로 작용해 우울과 불안을 높일 수 있으며, 아동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 주거빈곤은 아동의 발달권에 영향을 미친다. 한 공간에서 조리·식사·취침·학습·여가가 동시에 이뤄지기도 하고, 수납할 장소가 부족해 자신의 장난감이나 책을 포기해야 한다.

    주거빈곤 상황에서는 부모의 스트레스가 극심해지고, 정서적 문제가 생기게 되면 아동학대의 위험이 증가해 아동의 보호권에도 영향을 미친다.

    주거빈곤을 경험하는 아동의 학대 경험은 가정 내 뿐만 아니라 가정 밖에서도 이뤄질 수 있다. 주거가 구조적으로 열악하거나 자기 공간이 없는 경우 아동은 집안보다는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증가한다. 가족이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 혹은 목욕실이 없어 공용으로 사용해야 하는 경우 성추행이나 원치 않은 성적 접촉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아동의 참여권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아동후기에 이르게 되면 시간이나 공간을 의식적으로 포착하고 프라이버시 의식이 생겨 자기 생활을 주도적으로 조직화할 수 있는 사적인 시간과 공간이 필요해진다. 그러나 다른 가구원과 침실을 공유하는 경우 사생활을 보장받지 못한다. 또한 주거빈곤으로 아동의 신체건강 및 정서건강이 좋지 않고 또래관계나 교사와의 관계가 잘 형성되지 못하는 경우 동아리나 자원봉사 혹은 교류활동에 참여할 권리가 제한될 수 있다.

    주거빈곤아동 후원 문의(☏055-237-9398,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이한얼 기자 leeh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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