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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9월 25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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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사립학교 친인척의 무소불위- 김호철(사회부 차장)

  • 기사입력 : 2020-09-02 19:4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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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립학교의 공공성과 투명성 강화를 위한 법령 제·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재단 친인척의 도를 넘은 무소불위 행위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중순 경남에서 사립학교의 전형적인 채용 비리 사건이 드러났다. 창원의 한 사립고등학교 학교법인 재단 이사장 아들과 브로커 등 2명이 교사 채용 비리 혐의로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2018~2019년 정규교사 채용 과정에 총 1억4000만원을 받고 교사 2명을 부정 채용했다. 검찰은 “사립학교의 전형적 채용 비리 관행이 남아 있다는 것을 확인한 사건이었다”고 지적했다. 경남교육청은 부정 채용된 교사 2명에 대해 직위해제를 재단에 요청했다. 채용 때부터 부정한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겠으며, 그들의 교육을 받아야 하는 학생들은 또 무슨 잘못인가.

    전국적으로 사립학교의 친인척 채용은 심각한 수준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20년 사립학교 사무직원 재직 현황’을 보면 학교법인 이사장과 설립자의 6촌 이내 친인척 관계에 있는 행정직원이 1명 이상 재직 중인 사립학교는 전국 311개교이며, 친인척 직원 수는 총 376명이었다. 경남은 23개교 27명으로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6번째로 많아 ‘깜깜이 채용’이 여전했다.

    최근 도내 사립학교 친인척들의 폐단을 보면 ‘가관’이다. 지난달 중순 사천의 모 사립중학교에서 행정실장이 굿판을 벌여 경남교육청 감사를 받았다. 감사 결과 행정실장은 건강과 안전 기원을 위해 보살 2명 등을 불러 학교 중앙현관에서 사적인 무속 신앙 의식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굿판은 소식을 듣고 학교를 찾아온 학부모들의 항의로 중단됐다. 당시 학교장은 행정실장의 굿판 행위를 목격했지만 중단 조치를 하지 않았다. 행정실장이 이 사립중학교 학교법인 재단 친인척이었기 때문이었다. 경남교육청은 실장과 교장에 대해 정직을 재단에 요청했다.

    남해 모 사립고등학교에서는 교감이 계약직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휴대폰 강매’ 등 갑질 의혹이 불거져 경남교육청에서 감사를 진행 중이다. 이 교감은 학교법인 재단 사무국장의 아내다. 사무국장은 재단 이사장의 첫째 아들로 휴대폰 대리점을 하고 있다. ‘갑질 신고합니다’ 투고를 요약하면 교감이 기간제 교사 고용계약 연장 여부를 운운하며 남편이 운영하는 대리점을 통해 휴대전화를 개통할 것을 강요했다고 한다. 재계약이 안 될까봐 위약금을 내고 통신사를 바꾼 교사들이 있다고 한다. 또 교사들 사이에서는 “통신사를 빨리 바꾸지 않으면 1년짜리 기간제 교사가 된다”는 말이 나돈다고 했다.

    사립학교법 제62조는 교원징계위원회 위원 구성을 학교법인 또는 사립학교경영자(학교장)가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립학교에 폐단이 있더라도 이를 제재할 학내 구성원이 거의 없는 이유다. 징계에 대해 시·도교육청이 직접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사학비리 제보 이후 보복성 징계로 학교에서 쫓겨나는 교사들이 적지 않았다.

    한 교사는 “학교에 있는 동안이라도 교육에 열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한다. 악행은 뿌리 뽑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배웠다”고 호소했다. 사립학교의 도가 넘는 무소불위는 교사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이는 학생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교사들이 학교법인 친인척의 갑질에 하루하루 마음 졸이는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싶은 부모가 있겠는가.

    김호철(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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