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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이낙연 정치’로 협치하고 혁신하라- 김형준(명지대 교양대학 교수)

  • 기사입력 : 2020-09-03 20:2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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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낙연 의원이 8·29 전당대회에서 60.8%의 압도적 득표로 민주당 신임 대표로 선출되었다. 결국 ‘어대낙’(어차피 당 대표는 이낙연)’, 이변은 없었다. 이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코로나 전쟁 승리, 국민의 삶 지키기, 코로나 이후 미래 준비, 통합의 정치, 혁신 가속화’ 등 “5대 명령을 이행하는 데 역량을 쏟아 넣겠다”고 다짐했다. 가장 시급한 건 ‘코로나19 극복’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대표에게는 이에 못지않은 중대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이낙연 독자 정치’를 펼쳐야 한다.

    핵심은 대통령과 당·청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다. 현 정부 출범이후 문 대통령이 공언한 ‘민주당 정부’는 사라지고 오직 청와대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청와대 정부’만 존재했다. 청와대는 민주당을 수직·통치했고, 민주당은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했으며 청와대가 집권당을 통해 국회를 지배하는 정치 적폐가 지속되었다. ‘엄중 낙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 대표는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역력하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두드러진다. 통상 대통령과의 관계는 크게 일체화, 독자화, 차별화로 구별된다.

    이 대표는 현직 대통령과 섣부른 차별화를 했다가 실패한 2002년 새천년민누당 이인제 후보와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를 반면교사로 삼고 있는 것 같다. 만약 이낙연 대표가 6개월 남짓한 임기 동안 대통령과 철저하게 일체화하면서 친문에 얹혀가려고 한다면 이재명 지사와의 경쟁 구도에서 밀릴 수도 있다. 국민들은 ‘문재인 시즌 2’를 선호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02년 노무현 후보는 범주류였지만 김대중 대통령과 일체화되기 보다는 독자화 노선을 걸으면서 성공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둘째, 인식의 대전환을 통해 ‘용기 있는 협치‘를 실천해야 한다. 이 대표는 “원칙은 지키면서도 야당에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원칙있는 협치’에 나서겠다”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친박 일색으로 망한 게 미래통합당인데, 민주당은 친문 일색으로, 똑같은 일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원칙있는 협치’란 친문의 눈치를 보면서 야당이 협조할 때만 가능하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어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 대표가 진정 통합 정치의 물꼬를 트기 위해선 야당과의 ‘닥치고 협치’가 필요하다.

    셋째, 시대정신에 맞는 비전과 가치를 제시해 호남과 친문을 넘어 확장성을 확보해야 한다. 역대 대선에서 승리한 후보는 예외 없이 자신이 추구하려는 가치를 통해 ‘이슈 파워’를 선점했다. 가령, 노무현 후보의 ‘특권과 차별이 없는 사람 사는 세상’, 박근혜 후보의 ‘원칙과 신뢰’ 등이 대표적이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이 임기를 마치면서 “지도부가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국민께 진솔하게 말씀드려야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최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문재인 정부와 여권 인사들에 대해 “남에 대한 비판은 잘하면서 남의 비판은 못 참는다”고 지적했다. 현 집권 여당이 안고 있는 거짓과 위선, 무능과 교만의 한계를 극복하고 향후 유력한 대권 후보로서의 입지를 구추하기 위해선 이 대표가 추구해야 할 핵심 가치로 ‘정직과 소통’이 바람직할 것 같다. 이를 기반으로 ‘모두가 하나 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넷째, 정책성과를 통해 혁신의 가속화를 이뤄내야 한다. 집권당이 중심이 되어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효과가 없으면 혁신 성장으로, 수요 억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이 집값 폭등의 주범이라면 공급 확대 정책으로, 회전문 인사가 잘못되었으면 대탕평 인사로 기조와 방향을 바꾸어 성과를 내야 한다. 이 대표는 국무총리 시절 정책 세부 영역까지 관장한다고 ‘이테일’(이낙연+디테일)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정책으로 촉발된 의료계 파업은 국회가 문제 해결에 나서고 협의체를 통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향후 정책을 추진하는데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실용과 디테일로 성과를 내야 한다. 이것이 혁신이다.

    김형준(명지대 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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