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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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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술에 물 타도 술이다- 허만복(경남교육삼락회장)

  • 기사입력 : 2020-09-03 20:2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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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한강의 인근에 사는 사람들은 수돗물에 유충(幼蟲)이 나오는 더러운 물에 시달린 적이 있었고, 지난 장마에는 떠내려 온 부유물 때문에 강과 바다가 병들고 있다고 불만이 많았다. 그런가 했더니 우리가 살고 있는 낙동강 수질도 비상이 걸려 화학 물질 방류 및 유충과 오염 물질 때문에 겁이 나서 물을 먹지도 사용도 못하겠다는 민원에 지자체는 사후약방문식으로 대책 수립에 분주했다.

    그런데도 정부나 상수도 당국은 내적인 요인보다 외적인 요인같다고 서로 우겨 명확한 결론을 못 얻고 우물쭈물 넘어갔지만, 총리까지 대국민 사과를 한 일도 있었다. 술에 물을 타도 술이 듯이 상수도에 온갖 약품을 뿌려 깨끗하게 해도 유충이 살 수 있는 조건이면 더러운 물임에 틀림없다. 당국의 변명으로는 썩은 물에 나프탈렌을 넣으면 깨끗한 물이 된다는 억지 논리와 같다.

    약 50년 전 필자가 갓 결혼을 하고, 시골에서 조그만 양조장을 하는 처갓집에 친구들과 함께 첫 나들이를 갔는데, 장모님으로부터 칙사대접(勅使待接)을 받고 선물로 주시는 전주(全酒) 반(半)말을 들고, 시내 주차장에서 전주에 물을 탄 후렴주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적이 있는데, 친구들의 “술에 물 타도 술이더라”는 말이 지금도 가끔 생각나 헛웃음을 지을 때가 있다.

    얼마 전 먹는 물 난리와 중국과 일본의 홍수에 이어, 몇 십 년만의 긴 장마 끝에 전국 곳곳에서는 물 폭탄에 인명과 재산 피해도 많았다. 이 피해를 여·야간에 4대강 보(堡) 문제를 두고 정답 없는 헐뜯기를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어찌 보면 ‘닭이 먼저냐 닭 알이 먼저냐’는 논리와 비슷하다. 그리고 코로나19의 예상치 않은 제2차 확산이라든가 여러 가지 재앙들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인간 지혜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너무나 일상화되어 가는 것 같다.

    과학자들은 지구 환경의 위기를 경고하는 조짐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고 했다. 지구촌의 온갖 대형 재난과 기상 이변들이 무절제한 개발과 생태계의 끝없는 파괴 때문에 빚어지고 있다는 것을 아무도 부인 못할 것이다.

    무한정 뿜어대며 달리는 자동차 매연, 화학연료의 남용, 인구폭발, 자연훼손과 과소비가 개발과 발전의 미명 아래 무한 지속된 결과, 이미 현재로서는 회복 불능의 생태계 파손과 기후 이변을 낳고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술에 물을 타 본질을 흐릿하게 하는 꼼수 정책이 아닌, 근본적으로 재앙의 극복을 위한 연구와 많은 투자를 하여 대변혁을 가져와야 할 것이다.

    옛 선현이나 과학자들은 어리석음과 게으름은 언젠가는 반드시 값비싼 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특히 사람들이 먹고 사는 음식물과 환경을 그르치는 어리석음의 댓가는 두고두고 죄 없는 후손들을 피해자와 채무자로 만들고 있다는 가르침을 가슴 깊이 새겨, 때늦은 후회는 없어야 할 것이다.

    허만복(경남교육삼락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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