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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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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新팔도명물] 전주비빔밥

외국인도 쓱쓱 비벼 싹싹 비운다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 전주 대표 음식
30여 가지 식재료 어우러져 영양만점

  • 기사입력 : 2020-09-04 08: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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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라북도 전주시는 세계에서 4번째로 지정된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다. 그 중심에 전주비빔밥이 있다. 전주는 예부터 천혜의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질 좋은 농산물이 생산됐고 역사적으로 일찍 도시가 형성돼 전라도의 수많은 식재료들이 집산됐다. 전주를 대표하는 비빔밥은 이 같은 풍부한 물산에 훈훈한 인심과 부녀자들의 음식솜씨가 더해진 결정체다.

    전주 10미 중 하나인 콩나물로 지은 밥에 오색오미의 30여 가지 식재료가 들어간 영양식품이며,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과학적 우주의 원리가 담겨 있다. 이 비빔밥을 주제로 매년 열리고 있는 전주비빔밥 축제는 국가대표 미식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전주비빔밥은 한국을 넘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전주시 덕진구 송천중앙로 33에 있는 음식점 ‘고궁’의 박병학 명인의 전주비빔밥./전북일보 오세림 기자/
    전주시 덕진구에 있는 음식점 ‘고궁’의 박병학 명인의 전주비빔밥
    [출고복사] 한국집 비빔밥
    전주 비빔밥 전문 음식점 ‘한국집’의 비빔밥.
    [출고복사] 가족회관 비빔밥
    전주 비빔밥 전문 음식점 ‘가족회관’의 비빔밥

    △모두가 하나 되는 대동(大同)의 음식

    1800년대 말 작자미상 필사본인 〈시의전서〉에는 비빔밥이 ‘골동반(汨董飯)’으로 표기돼 있다. 골동이란 여러 가지 물건을 한데 섞은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골동반이란 이미 지어놓은 밥에다 여러 가지 찬을 섞어서 한데 비빈 것을 의미한다.

    비빔밥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전해지고 있다. 조선시대 임금이 먹는 밥을 일컫는 수라에는 흰수라, 팥수라, 오곡수라, 비빔 등 4가지가 있는데 비빔밥은 점심 때난 종친이 입궐했을 때 먹는 식사였다는 궁중음식설, 전통사회에서 진행된 다양한 제사와 의식 때 진설된 음식을 조상신과 함께 나눠 먹는다는 신인공식(神人共食)의 의식에서 유래했다는 의례음식설, 농번기에 하루에 여러 번 음식을 섭취하는데 그때마다 구색을 갖춘 상차림을 준비하기는 어렵고 또한 그릇을 충분히 가져가기도 어려웠으므로 그릇 하나에 여러 가지 음식을 섞어 먹게 된 데에서 유래했다는 농번기음식설, 섣달 그믐날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묵은해의 남은 음식을 없애기 위해 묵은 나물과 밥을 비벼 먹었다는 데에서 유래했다는 섣달그믐음식설 등이다.

    전주 비빔밥 전문 음식점 ‘가족회관’의상차림./전북일보 오세림 기자/
    전주 비빔밥 전문 음식점 ‘가족회관’의 상차림.
    [출고복사] 한국집 비빔밥
    전주 비빔밥 전문 음식점 ‘한국집’의 상차림.

    △30여 가지 식재료 들어간 영양식품

    전주의 10미(味) 중 하나인 콩나물로 지은 밥에 지단, 은행, 잣, 밤, 호두 등과 계절마다 다른 신선한 야채 등 30여 가지를 넣어 만든 전주비빔밥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영양식품이면서 건강식품이다.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과학적 우주의 원리가 담겨있으며, 세계인이 선호하는 완전식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전주비빔밥의 재료는 30여 가지나 된다. 이 중 특히 전주비빔밥의 풍미에 중요한 작용을 하는 것은 콩나물, 황포묵, 고추장, 쇠고기 육회, 접장 등이다.

    콩나물은 전주 10味의 하나로, 임실산 서목태를 사용한다. 눈에 흰 테를 두른 검은콩으로 마치 쥐의 눈과 같다고 해서 쥐눈이콩이라고도 불린다. 황포묵 역시 전주 10味 중 하나로, 오목대에서 흘러나오는 녹두포 샘물을 이용해 만든 녹두묵에 치자로 물을 들여 색이 노랗게 든 것을 황포묵이라고 한다. 고추장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엿기름을 삭혀서 찹쌀과 고춧가루를 혼합해 숙성시켜 만든 순창지역의 찹쌀고추장을 사용한다. 특히 3년은 묵은 고추장을 써야 제 맛이 난다. 쇠고기 육회는 우둔살로 만든 육회나 쇠고기 볶음의 형태를 말한다. 조선시대 규합총서에 보면 우리나라 팔도에서 나는 것 중 전주에서 소의 볼깃살(우둔살)로 만든 연엽찜이 유명하다는 평가가 있다. 접장은 담근 지 5년 이상이 된 간장을 말하며, 콩의 단백질이 분해돼 아미노산으로 되면 구수한 맛이 생기고 묵을수록 분해가 더 진행돼 한층 맛이 좋아진다.

    밥을 지을 때 소뼈 육수를 쓰고 뜸을 들일 때 콩나물을 넣는다. 갖은 나물로 색스럽게 담아내고 황포묵과 육회, 오실과로 멋을 낸다. 가운데 육회를 넣고 그 위에 달걀노른자와 튀긴 다시마를 넣는다. 곁들이는 국물로는 콩나물국을 쓴다.

    △오색오미의 조화

    비빔밥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들은 음양오행설에 근거를 두고 오색오미의 맛과 멋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나리·호박·은행·오이는 오행 중 목(木), 오방위 중 남(南), 오색 중 녹색을 의미한다. 육회·당근·고추장·대추는 화(火)와 동(東)쪽과 붉은색을, 잣·달걀·황포묵·호두는 토(土)와 중앙(中央)과 황색을, 무·도라지·밥·콩나물은 금(金)과 서(西)쪽과 백색을, 표고·고사리·다시마는 수(水)와 북(北)쪽과 흑색을 각각 의미한다. 오미의 조화를 보면 밥이 단맛, 청장이 짠맛, 참기름이 고소한 맛, 고추장이 매운맛, 콩나물이 떫은맛을 각각 담당한다.

    전주비빔밥 축제에서 외국인들이 비빔밥을 비비고 있다./전주시/
    전주비빔밥 축제에서 외국인들이 비빔밥을 비비고 있다./전주시/

    △국가대표 미식으로 발돋움

    전주시는 2007년부터 매년 전주 한옥마을 일대에서 전주비빔밤 축제를 열고 있다. 비빔밥을 활용해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 글로벌 문화관광도시로서 전주의 위상을 높이는 한편 한국을 넘어 세계로 문화영토를 넓혀나간다는 취지다.

    이 축제는 비빔밥의 특색을 살려 주제를 선정, 다양한 음식콘텐츠와 식문화로 국내외 관광객들의 눈과 입을 사로잡고 있다. 전주의 손맛을 이어온 명인·명가·명소들이 축제 현장에서 관람객들과 만나 다양하고 맛깔스런 음식들을 선보이며 국가대표 미식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예년과 달리 지구촌을 대표하는 음식창의도시들과 손맛에 자부심을 가진 도시들이 대거 참여해 비빔밥뿐만 아니라 각양각색의 음식들을 즐길 수 있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음식축제가 펼쳐졌으며, 이는 전주가 한국의 맛과 멋을 대표하는 음식관광도시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다.

    전주비빔밥 축제에서 외국인들이 비빔밥을 먹고 있다./전주시/
    전주비빔밥 축제에서 외국인들이 비빔밥을 먹고 있다./전주시/

    △세계인 입맛에도 안성맞춤

    식지 않고 지속되고 있는 전주비빔밥의 인기는 이제 국내를 넘어 세계를 향하고 있다.

    지난 1월 29일부터 2월 2일까지 5일간 태국 푸켓에서 열린 ‘제2회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 국제심포지엄’에 초청된 전주시는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 사업내용, 우수사례 등을 소개하고 비빔밥을 비롯한 전주 음식의 맛과 우수성을 널리 알렸다. 특히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 초청 쿠킹 콘서트에서는 전주 향토음식업소인 풍남정의 이현숙 대표가 초청돼 전주의 대표음식인 전주비빔밥 시연회를 갖고 비빔밥의 맛과 멋을 소개하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형형색색의 고명이 담긴 전주비빔밥을 세계 각국의 참석자들과 함께 나누고 백김치, 황포묵 등 다양한 한식을 체험하는 문화교류의 시간을 보내며 서로가 비빔밥처럼 화합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출고복사] 한국집 비빔밥
    전주 비빔밥 전문 음식점 ‘한국집’의 비빔밥.

    글= 전북일보 송승욱 기자·사진= 오세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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