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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파이어(FIRE)- 김유경(경제부 기자)

  • 기사입력 : 2020-09-06 20: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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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당수의 젊은이들에게 지난 몇 년은 욜로(YOLO)의 시대였다. 모아봐야 집 한 채 사지 못할 월급, 미식과 여행에 충실하게 썼다. 급기야 명품으로 부를 과시하는 플렉스(FLEX)까지 등장하며 소비는 찬양받아 마땅한 행위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그러한 시류를 따르지 않는 젊은이들도 있었으니 그들이 바로 파이어(FIRE)족이다. 파이어는 40대에 은퇴하기 위해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2030세대를 일컫는다. ‘경제적 자립, 조기 은퇴(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첫 글자를 땄다. 2008년 리먼사태의 광풍 속에서 고소득자들이 줄줄이 파산하는 아비규환을 목도한 젊은이들은 극단적으로 소비를 줄여가며 종잣돈을 모으기 시작했고, 이 양상은 미국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뒤 전세계로 확산됐다.

    ▼최근 우리 주변에서도 파이어족들이 서서히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수저가 아닌, 스스로 돈을 모아 자발적으로 은퇴를 선언한 이 ‘선구자’들은 자신의 ‘파이어’ 경험들을 책, 블로그, 유튜브 등으로 전파하고 있다. 이들은 소득의 70% 이상을 저축하고, 창업, 주식, 부동산, 콘텐츠 제작, 아르바이트 등 부업을 병행해 가며 은퇴 후 예상되는 연 생활비의 25배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본주의에서 소비의 미덕은 욕망충족이라는 개인적 차원보다 내수진작이라는 거시적 차원에 방점이 찍힌다. 미국 중앙은행은 민간소비를 갉아먹고 물가상승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파이어족 증가를 지목하고 있다. 하지만 어쩔 것인가. 집값 폭등과 코로나19의 장기화 등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청춘들은 ‘파이어’로 답할 밖에.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 직장인 4명 중 1명은 자신이 ‘파이어족’이라고 답했다. 욜로적이지 않은 삶을 집중적으로 살아냄으로써, 욜로의 기간을 늘이겠다는 이 시대 젊은이들의 절박한 외침이다.

    김유경(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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