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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슬기로운 ‘집콕’ 생활로 거듭나기- 정보현(한국폴리텍Ⅶ대학 교양학과 인성전담 교수)

  • 기사입력 : 2020-09-06 20: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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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전염병 확산에 대처하는 다양한 노력들이 이제는 하나의 문화가 되고 있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집콕’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 했던가. ‘슬기로운 집콕 문화’를 이야기해 보려 한다.

    주된 생활을 집에서 보내게 되면서 사람들은 집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평소 예사롭게 보았던 커튼을 유심히 보게 되며 집꾸미기에 관심이 높아져 인테리어 산업이 활발해졌다.

    집에서 혼자 하는 운동 홈트레이닝(일명 ‘홈트’)이 확산되며 생활용품 판매점 한쪽에 ‘홈트’코너가 생겼다.

    집안으로 돌린 관심이 사람의 내면으로도 향했다. 자신의 성격유형을 탐색하는 MBTI 심리검사는 SNS에서 1030세대들에게 큰 공감대를 일으켰다. 이런 인기에 빠르게 탑승한 플랫폼들은 심리유형 맞춤형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호응을 받았다. 인간의 욕구를 빠르게 파악하고 대응해 이윤을 창출하는 코로나19 마케팅들을 보면서 자본주의의 경쟁력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코로나에 대응해 마케팅이 진화했다면 이제는 문화가 진화할 차례이다. 바쁘게만 달려왔던 우리는 집콕을 하며 피할 수 없는 ‘고독’을 마주하게 되었다. 몇 달간의 집콕으로 실내에서 버티기도 지쳐, 바깥 생활에 대한 기다림이 점점 한계에 달했을 수 있다. 이제는 집콕이 집안의 생활을 ‘견디는 고독’이 아닌 ‘생산적인 고독’이었으면 한다.

    홀로 있을 수 있는 것도 능력이다. ‘고독을 즐기는 사람이 성공한다’의 저자 쓰다 가즈미는 ‘고독’을 두 가지로 이야기한다. 첫 번째는 우리가 통용적으로 생각하는 고독 론리니스(loneliness)이다.

    론리니스는 세상과 단절되고, 어두운 ‘소극적 고독’이다. 이런 고독은 외로움, 상실감을 일으킨다. 집콕 생활로 갑작스레 교류를 상실한 우리는 ‘소극적 고독’을 피하기 위해 이전과 같은 패턴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온라인으로나마 세상과 소통하며 타인과의 교류를 갈망한다.

    두 번째는 ‘적극적 고독’인 솔리튜드(solitude)이다. 솔리튜드는 혼자 있는 상태를 적극적으로 선택해 ‘혼자만의 시간’에서 몸과 마음을 재생시켜 내면의 에너지를 샘솟게 하는 생산적인 고독이다. ‘적극적 고독’은 우리가 자기 내면을 성찰하고, 재충전으로 도약하게 해준다.

    피카소는 고독 없이는 창조는 탄생하지 않는다고 했다. 화실에서 나오지 않는 화가들, 실험실에 틀어박힌 과학자들, 집필실에 은둔한 작가들, 이들은 스스로 고독을 선택해 과감하고 새로운 창조물을 생산해 냈다.

    ‘집콕’을 하는 우리들도 고독한 창조의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 교류하고 세상에 귀 기울이는 것은 익숙하지만 자신에게 집중하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은 서툴다.

    외부 정보 받아들이기를 잠시 멈추고 생각하기, 명상하기, 일기 쓰기 등으로 자신과의 대화를 시작해 보면 어떨까?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술변화의 파도가 몰아쳐도 이 파도를 잘 타는 서핑형 인재가 시대를 주도할 것이라 했다. 서핑에서 파도에 빠지지 않고 물결을 타려면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급격한 기술변화의 파도가 칠 때 ‘적극적인 고독’ 솔리튜드로 자신을 탐색하고 가치관으로 중심을 잘 잡는 사람은 파도를 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정보와 교류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여백의 시간을 확보해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생각하는 마음의 근력을 키워야 한다.

    지혜로운 나무꾼은 산에서 나무를 벨 때 톱으로 쉼 없이 나무를 베지 않고 중간에 쉬어가며 그 여백의 시간에 무뎌진 톱날을 갈아 더 많은 나무를 벤다. ‘집콕’, 피할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이 고독을 맞이하기보다 슬기롭게 ‘고독’해지는 것은 어떨까? 이제 적극적인 고독 ‘솔리튜드’를 배울 시간이다.

    정보현(한국폴리텍Ⅶ대학 교양학과 인성전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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