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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4월 21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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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와인 그리고 선민의식- 차상호(뉴미디어영상부 차장)

  • 기사입력 : 2020-09-07 20: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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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의 물방울’이라는 만화를 보면서 와인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되고 와인 아카데미라는 곳에서 와인에 대한 공부도 했는데 지금은 거의 와인을 마시지 않는다.

    와인이라는 술에 대해 기호가 맞지 않은 것도 있지만 와인에 대해 알수록 와인을 제대로 즐기기보다는 격식에 얽매이게 되는 것에 거부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와인은 온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잔을 잡을 때는 어느 부분을 잡아야 하고 잔에 와인을 받을 때는 잔을 제 자리에 둬야 하고, 마실 때는 입안에 머금고 가글 비슷한 걸 하라느니 뭘 그렇게 따지는 게 많은지.

    와인이라는 술을 좀 더 제대로 즐기기 위한 것일 수도 있겠으나 정작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와인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곳에서는 식사에 곁들이고 편하게 즐긴다고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격식만 강조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패션도 마찬가지다. 격식을 따지고 지나치게 디테일하게 들어가는 것.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것을 향유하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을 구분지으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갖게 한다.

    선민사상 혹은 선민의식은 종교에서 비롯된 말이지만 나 혹은 내가 속한 집단과 다른 이들을 구분 짓고 차별하려는 모든 것을 의미하게 됐다. 와인에서조차 그런 모습을 본다.

    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각 언론사의 시험을 거쳐야 한다. 고시만큼 어렵다고 해서 ‘언론고시’라고 불리지만 예비언론인 혹은 기성 언론인들이 쓰는 말일 뿐이다. 신입 기자 때를 돌이켜보면 부끄럽다. 목에 힘을 주고 다녔고, 세상을 꾸짖었다. 선배는 그런 나를 보고 15년차쯤 된 것 같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사츠마와리’ 같은 말을 마치 우리들(기자 집단)만이 쓰는 말인양했지만, 사실은 쓰지 말아야 할 일본어 잔재일 뿐이다. 언어를 다루는 사람들이 버젓이 쓴다. 이런 언어들조차 기자들과 취재원을 가르는 장벽을 만드는 행위가 아닐까.

    의사 파업 아니 의료인들의 진료거부를 보면서 의사 혹은 예비 의사들도 자신도 모르게 선민의식에 사로잡힌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의료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면서 의료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처럼 들린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가 자신들의 이해에 맞는 정책방향을 요구한다고 볼 수도 있다. 의료정책의 대상은 의료인을 포함한 전 국민인데 말이다.

    법조(법원, 검찰)에 출입하면 법률용어부터 낯설다. 일본식 표현들과 평소 잘 쓰지 않는 어려운 한자어들이 많다. 법률가들이 보다 쉽게 바꾸려는 노력을 게을리한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행정기관에서 쓰는 행정용어 역시 비슷하다. ‘가내시’ 같은 말을 아직까지도 쓴다. 확정되기 전의 잠정 예산을 미리 알려준다는 개념인데 더 쉬운 말로 써도 될 것들이 그대로 쓰인다. 그들만이 쓰는 언어들. 이 언어에 익숙한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을 가르는 벽.

    직업에 대한 혹은 자기 자신에 대한 긍지를 갖는 것을 누가 뭐라 하겠는가.

    기자를 전문직으로 봐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른바 전문직 종사자들의 그런 자존감과 말들이 누군가에게는 우월감으로 보일 수 있고 집단으로 가면 선민의식으로 빠지게 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차상호(뉴미디어영상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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