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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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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디딤돌과 버팀돌- 원순련(미래융합평생교육연구소 대표·교육학박사)

  • 기사입력 : 2020-09-07 20: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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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풍 ‘마이삭’이 다녀간 다음 날 새벽 등산을 갔다. 휘몰아치는 비바람에 모두 커다란 상처를 입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굴참나무도 오리목도 방긋방긋 눈인사를 보낸다. 참 고맙다.

    중간쯤 오르면 가파른 오르막을 편히 오늘 수 있도록 만들어 둔 나무계단을 만난다. 그 나무계단이 거센 물길을 이기지 못해 계단 몇 개가 허물어진 것이 눈에 띈다. 고맙게도 다섯 계단만 떨어져 나가 참 다행이구나 생각하며 가까이 갔을 때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버팀돌이 있었던 것이다. 물길에 떠내려간 다섯 계단 위에 제법 베개만 한 돌 두 개가 여섯 번째 계단을 받치고 있는 게 아닌가? 물살에 떠내려오던 돌이 자연스럽게 움푹 파인 물구덩이에 빠져 그 위 여섯 번째의 계단을 머리에 이고 ‘마이삭’과 밤새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그 버팀돌 두 개가 마흔다섯 계단을 살린 것이다.

    다음 날 새벽 또 산을 올랐다. 그런데 오늘 보니 또 다른 고운 손길이 보인다. 분명히 어제는 흔들리는 돌길이 있어 그곳을 피해 돌아서 산을 올랐다. 그런데 오늘 새벽에 보니 누군가 단단한 디딤돌을 놓고 사이사이에 작은 돌로 메꾸어 흔들거림 없는 안전한 등산로를 만들어 둔 것이다. 원래 디딤돌이란 사람이 디디고 다닐 수 있도록 드문드문 놓은 돌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바탕이 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그리고 버팀돌은 외부의 힘과 압력에 굴하지 않고 맞서 견딜 수 있도록 하는 사물이나 사람을 비유하기도 한다.

    그동안 나는 누구를 위하여 디딤돌과 버팀돌이 되어 본 적이 있었던가? 아니 어쩌면 지금 걸어가는 이 길이 누군가가 놓은 디딤돌을 밟으며 살아가는지를 모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또한 아무도 몰래 내 등 뒤에서 버팀돌이 되어 주는 사람을 잊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 조금만 마음의 여유를 갖자. 그러면 우리는 디딤돌도 되고 버팀돌도 되며 서로가 가는 길에 방향을 안내해 주는 윤택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태풍 ‘마이삭’이 주고 간 나를 돌아보며 산길을 내려온다. 아침부터 매미소리가 요란하다. 매미는 어떻게 피했을까, 저 비바람과 폭우를.

    원순련(미래융합평생교육연구소 대표·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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