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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3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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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수사권 조정의 디테일- 백승천(경남경찰청 수사과 수사심의계 경감)

  • 기사입력 : 2020-09-08 20: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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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수사기관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을 이해한다. 수사기관이 편파적으로 자신에게 불리한 처분을 하지 않을까 의심하는 것은 인간적이고 자연스러운 심사다. 따라서 수사기관의 인권침해나 권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수사권은 철저히 통제될 필요가 있다.

    올해 2월 공포된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찰과 경찰이 수직적인 상명하복 관계를 벗어나 상호협력관계로 설정된 대신, 경찰은 검찰로부터 철저한 사법 통제를 받게 됐다. 검사는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해 보완 수사를 요구할 수 있고, 불송치한 사건 또한 모든 사건 기록을 송부받아 90일간 검토한 후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사건관계인이 경찰의 불송치에 이의를 제기하면 사건은 즉시 검찰로 송치되며, 수사가 진행 중일 때도 검사는 경찰의 사건 기록을 송부받아 검토한 후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역시 필요한 경우엔 사건을 송치받을 수 있다. 8월 7일 입법 예고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의 대통령령 제정안은 경찰에 대한 검사의 사법 통제를 더욱 강화했다. 검사는 자신의 재수사 요청에 따라 경찰이 재수사한 사건도 송치받을 수 있고, 재수사 요청 기간 90일이 지난 후에도 언제든지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경찰에서 피해자나 참고인의 소재를 찾을 수 없어 수사 중지한 사건 기록도 검사에게 모두 보내야 한다.

    경찰에서 불송치한 사건은 사건관계인의 이의신청 기간에 제한이 없어, 피고소인은 경찰에서 수사가 종료된 뒤 언제든 검찰 피의자로 조사받을 수 있다. 경찰의 일차적 수사 종결권을 보장한다는 수사권 조정 취지가 무색하게 수사 과정 전체에 대한 검찰의 통제만 강화됐다는 비판도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경찰 수사에 대해 과하다 싶을 정도의 통제와 달리, 검찰 수사에 대해 아무런 견제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애초 개정 검찰청법은 검찰의 직접수사를 축소하기 위해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를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의 6개 범죄로 한정한 반면, 위임법령인 대통령령에서 검사의 직접수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중요사건의 판단 재량을 지검장에게 부여하고 압수영장이 발부된 사건에 대해 개별검사에게도 예외를 허용해 그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하고 있다. 법률에서 규정한 6개 범죄유형에 해당하지 않는 마약범죄를 경제범죄에, 사이버범죄를 대형참사에 끼워넣기식으로 포함해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 제한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수사권 논쟁은 어떤 기관에 더 힘을 실어줄 것인가가 아니라 견제와 균형의 형사사법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수사권 조정의 본래 목적을 되짚어봐야 한다. 검사의 직접수사 재량을 유지하는 것은 검찰공화국의 지속을 예고할 뿐이다.

    백승천(경남경찰청 수사과 수사심의계 경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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