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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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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도 버거운데… 추석 배달 두렵네요”

택배노동자들 과로사 대책 촉구
“코로나 이후 물량 30% 증가에 추석 앞두고 하루 14시간 일해”

  • 기사입력 : 2020-09-14 21: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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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장기화로 물량이 폭증하는 탓에 과로에 시달리고 있는 배달운송 노동자들이 추석을 앞두고 정부와 사업주에 과로사 근절 대책을 즉각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택배 노동자들은 코로나19로 배달물량이 급증하면서 올해에만 7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사했다며 올 추석에는 택배물량 분류작업에 인력을 늘리는 등 대책 마련이 긴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택배노동자들이 14일 창원고용노동지청 앞에서 운송·배달노동자 추석연휴 물량폭증 과로사 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택배노동자들이 14일 창원고용노동지청 앞에서 운송·배달노동자 추석연휴 물량폭증 과로사 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밀양에서 택배노동자로 10년째 일하고 있는 박기흠(33)씨는 “택배기사들은 배달이 이뤄진 건별로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분류작업에 대한 보상을 따로 받지 않는다”며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배달 물량이 늘어난 데다 추석을 앞두고 하루 14시간가량을 일하면서 허리도 몇번 펴지 못할 만큼 바쁘고 밥먹을 시간도 부족한 실정이다”고 말했다.

    빈말이 아니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지난 10일 발표한 ‘택배노동자 과로사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박씨와 같은 택배노동자 821명의 주간 평균 노동시간은 71.3시간으로 나타났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르면 과로로 인한 질환 발생 때 주당 평균 60시간을 넘기면 업무와 발병의 관련성이 높다고 보는데 택배노동자들은 이보다도 10시간 이상 노동시간이 긴 만큼 업무상 질병으로 사망하거나 장애를 입을 확률도 높아지는 셈이다.

    또 조사 결과 택배노동자들은 업무 시간 가운데 43%를 물량 분류작업에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택배 물량이 늘어나면서 분류작업에 시간을 더 쏟게 되고, 배달 시간은 부족해지다 보니 택배노동자의 25.6%는 휴게시간이 없어 아예 식사도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물량증가 비율이 이미 30% 수준에 육박했으며 추석특수엔 50% 이상을 내다보고 있다”며 “분류 인원을 즉각 투입하는 것만이 유일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다”고 말했다.

    택배노동자뿐만 아니라 집배 노동자들도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집배노동자 업무관련 사망 32명 중 87.5%인 28명이 집배노동자 사망으로 이 중 21명이 뇌출혈, 심근경색 등 과로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배원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2745시간으로 국내 임금노동자 평균인 2052시간보다 연평균 693시간 더 많이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는 14일 오후 창원시 의창구 창원고용노동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배달운송 물량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추석물량까지 더해 물량이 평소 대비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택배, 화물운송, 집배노동자의 과로사에 대해 사업주와 정부가 나서 분류작업 인력 한시적 충원·휴게시설 확충 등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올해 과로로 숨진 택배노동자 7명의 이름을 택배상자에 적어 추모했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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