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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7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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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코로나에 맞서는 사람들 ④ 창원보건소 강명구 진료의

비오듯 땀흘리며 종일 검체 채취…수개월째 ‘끝없는 사투’
방호복·마스크·고글·장갑 착용… 5분도 채 되기 전 온몸이 ‘땀범벅’
최근 수도권發 재확산에 업무 폭증

  • 기사입력 : 2020-09-14 21: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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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제 끝날지 모르는,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고 있는 기분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따스한 격려 한마디가 우리에게 큰 힘이 된다.”

    창원보건소 선별진료소를 담당하는 강명구(38) 진료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처하는 심경을 이렇게 밝혔다. 14일 오전 10시 30분, 8월에 비해 기온이 다소 떨어진데도 불구하고 검체 채취를 하는 그의 얼굴에는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땀이 흘러 내리기 시작했다.

    14일 오전 창원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레벨D 방호복을 입고 N95 마스크와 고글을 착용한 강명구 진료의 얼굴에 땀방울이 가득하다./성승건 기자/
    14일 오전 창원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레벨D 방호복을 입고 N95 마스크와 고글을 착용한 강명구 진료의 얼굴에 땀방울이 가득하다./성승건 기자/

    강명구 진료의는 창원보건소에서 진료상담은 물론 선별진료소 업무도 맡고 있다. 코로나19가 최근 다시 확산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같이 근무하고 있는 의료진 고충에 대해 “레벨D 방호복을 입고 2겹의 장갑을 낀 후 N95 마스크와 고글을 쓰면 3분도 지나지 않아 몸에는 땀이 흘러내린다”며 “여름 오후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땡볕 아래서 있다 보면 체감 온도는 40도가 넘나든다. 더군다나 음압텐트 안에서 냉풍기 1대에 의지한 채 검체를 채취하면 금세 땀이 비오듯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의료진 체력은 물론 건강상태가 우려스럽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방호복과 마스크, 고글을 착용하고 나면 호흡곤란, 어지럼증, 구토 증상을 호소하는 직원도 있으며, 불특정 다수로부터 걸려오는 문의 전화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호소하는 직원도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14일 오전 창원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레벨D 방호복을 입고 N95 마스크와 고글을 착용한 강명구 진료의가 검체 채취 도구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14일 오전 창원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레벨D 방호복을 입고 N95 마스크와 고글을 착용한 강명구 진료의가 검체 채취 도구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그는 지금 그나마 선선하게 불어오기 시작한 가을바람이 고맙기도 하지만 다가오는 추위 또한 그리 달갑지 않다고 했다.

    “올해 초, 겨울의 정점에서 코로나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당시 추위가 가장 큰 문제였다. 야외에서 검체 채취를 하면서 방호복을 입어도 추운 겨울 칼바람을 이겨내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었다”며 “그렇다고 방호복 입는 것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의료진은 물론 나 역시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동료가 있기 때문에 감염에 대한 두려움을 늘 가지고 일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면서 막중한 책임감을 강조했다.

    최근 창원에서도 수도권발 신규 확진자가 나오면서 이들의 업무량도 증가했다. 지난 2월부터 창원시 3개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체를 채취한 건수는 지난 9월 8일 기준, 총 1만 2673건(해외입국자 포함)에 달한다.

    지난 7월에는 1300여건이었던 검사 건수도 8월에만 4569건으로 3배 이상 폭증했다. 당시 서울 광복절 집회 및 수도권 교회 관련 접촉자 484명, 신월고 학생 489명, 두산공작기계 직원 1552명 등에 대한 신속한 검사 때문에 하루 2000건이 넘는 날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10여명 의료진이 2000명에 달하는 검체 채취를 5시간 만에 진행하고 난 후 다음 날 몸살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의료진의 피로감이 누적되고 언제 또 확진자가 증가할지 모른다는 생각 등으로 불안한 심경이었다고 밝혔다.

    14일 오전 창원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레벨D 방호복을 입고 N95 마스크와 고글을 착용한 강명구 진료의 얼굴에 땀방울이 가득하다./성승건 기자/
    14일 오전 창원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레벨D 방호복을 입고 N95 마스크와 고글을 착용한 강명구 진료의 얼굴에 땀방울이 가득하다./성승건 기자/

    이들을 괴롭히는 건 이 뿐만이 아니었다. 최근 일부 사람들의 검사 결과에 대한 조작설 등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과 일부 단체를 탄압한다며 검사에 비협조적인 모습을 볼 때 이들은 더욱 힘들다고 호소했다.

    코로나19 자가격리 대상자에게 수칙 등 안내를 할 때 일부는 반말이나 욕설, 고성, 협박 등 비상식적인 언행을 보여 의료진을 더욱 지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원 또한 확진자 발생 등으로 인해 민원 전화가 빗발치면서 정신적인 스트레스 또한 상당해 대인기피증 증상을 호소하는 직원도 있다고 털어놨다. 주중 24시간 근무와 토·일·공휴일도 없다 보니, 교대로 근무하고 있지만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심적·체력적으로 한계를 느껴 병원에서 치료를 받거나 병가를 쓰는 직원 역시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의료진들은 시민들의 따스한 격려 한마디에 위안을 느낀다고 말했다. 우연히 지나다 미소를 지으면서 건네주는 캔커피, 우유, 빵 하나에 따스한 격려까지, 이런 소소한 것들이 그들에겐 큰 힘이 된다고 했다.

    그는 “창원종합운동장에서 이동형 선별진료소를 설치했을 때 초등학생들이 용돈으로 마련한 커피 등을 손편지와 함께 건넸던 것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며 흐뭇해 했다.

    그는 오전 마지막 검체 채취를 마치고 난 후 땀으로 온몸이 흠뻑 젖은 채 “선별진료소를 비롯한 보건소 직원 모두가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양성자의 신속한 발견·격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고, 시민들도 조금만 더 참고 개인위생 수칙을 준수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에 더욱 신경을 써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ylee77@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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