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31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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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코로나에 맞서는 사람들 ⑥ 이원준 경남도 역학조사관

수십통 전화와 수십번 설득으로 확진자 발자취 쫓다
확진자 증상 발현일부터 입원까지 카드내역·GPS·의료보험 등 조사

  • 기사입력 : 2020-09-17 21: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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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란한 알림음과 함께 휴대폰 화면에 뜨는 메시지 ‘경남000번 확진자 동선안내’. 이제는 일상이 돼버린 이 메시지는 누군가에게는 좌절과 불안, 누군가에게는 가슴 쓸어내리는 안도감이다. 그리고 또 누군가에게는 수십번의 전화통화와 끝없는 설명과 설득의 결과물이며 진술과 사실, 거짓과 진실을 가려내 맞춘 퍼즐이다.

    이원준 역학조사관이 15일 코로나19 경남도 종합상황실에서 컵라면으로 점심식사를 대신하며 업무를 보고 있다./성승건 기자/
    이원준 역학조사관이 15일 코로나19 경남도 종합상황실에서 컵라면으로 점심식사를 대신하며 업무를 보고 있다./성승건 기자/

    경남도 소속 이원준 역학조사관의 업무는 신규확진자 발생과 함께 시작된다. 경남 코로나19 확진자가 270여명을 넘어섰지만 아직도 적응이 안되는 순간, 검체 분석기관으로 부터 “최종 양성 판정입니다”라는 전화를 받는 순간이란다. 이 조사관은 이 전화 한 통에 매번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는다고 말했다.

    “양성 판정 전화를 기점으로 최대한 빠르게 확진자 소재지의 보건소와 연락해 확진자의 현재 위치와 기저질환 및 현재 증상, 건강 상태를 파악합니다. 확진자의 질환의 중증도를 판단해 병상 배정을 하는데요. 병원이 정해지고 확진자가 이송되고 나면 그때부터 치료는 병원과 의료진의 몫이고, 병원 밖에 남아 있는 확진자의 발자취를 쫓아가는 것이 바로 역학조사관의 일입니다.”

    확진자의 발자취 쫓기는 실제로 전파력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최초 증상발현일 기준 이틀 전부터 입원하기 직전의 순간’까지다. 이 조사관은 먼저 1차적으로 확진자 진술을 통해 동선을 파악한다. 이후에는 카드내역과 GPS, 의료보험 기록 등을 통해 실제 동선을 확인한다. 확진자의 동선과 협조 정도에 따라 적게는 2~3통, 많게는 20~30통의 전화를 한다. 어떤 단체 내 각 개인의 진술이 제각각일 땐 말 그대로 ‘멘붕’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동선파악을 위한 통화가 병상에 있을 때 이뤄지기 때문에 놀란 마음을 달래고 또 건강상태는 어떠한지 최대한 부드럽게 말을 건내고 협조를 요청합니다. 물론 이런 과정에도 협조를 잘해주는 분이 있는가하면 불쾌함을 드러내시는 분도 있어요. 도청에 높은 분과 얘기를 끝냈다는 거짓말로 통화를 거부하는 분도 있었죠.”

    이원준 역학조사관이 15일 오후 도청 본관 2층 코로나19 경남도 종합상황실에서 컵라면으로 점심식사를 대신하며 업무를 보고 있다./성승건 기자/
    이원준 역학조사관이 15일 오후 도청 본관 2층 코로나19 경남도 종합상황실에서 컵라면으로 점심식사를 대신하며 업무를 보고 있다./성승건 기자/

    이후부터는 각 시·군의 협조로 모든 동선에서의 접촉자를 파악해 검사하고 격리시키는 과정이다. 접촉자를 자가격리할지, 능동감시를 할지 판단하는 것도 역학조사관의 몫이다. 지역내 확산을 막기 위한 절차이기에 매번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따른다고 설명했다. 조사 범위를 더 확장해 확진자가 어떤 감염원에 노출됐던 것인지를 파악하면 신규 확진자에 대한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셈이다.

    동선 확인 후에는 접촉자 파악

    하루 통화 170통… 밤까지도 계속

    비협조적 확진자 만날 땐 힘들어

    “도민 함께 노력한다면 끝은 올 것”

    지난 2월 긴급하게 꾸려진 경남도 코로나 비상 상황실은 코로나 지역감염이 어느 정도 둔화된 7월에 정리됐다. 이 조사관도 원래 업무였던 집단 식중독 사례를 연구하는 업무로 돌아갔었다. 그러다 8월 14일, 다시 확진자가 무섭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해외입국자 사례만 관리하면 더이상의 이벤트는 없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8월에 다시 확진자가 세자릿수를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광복절 기념 몰래카메란가? 하는 생각까지 했었어요. 이후 16일에 297명까지 기록하니 점점 무서워지더라구요. 아니나 다를까 광복절을 기점으로 2주간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물을 마실 수도, 화장실을 갈 수도 없는 시간의 연속이라고 회상했다. 물론 그 시간들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조사관의 하루 통화량은 170통. 통화가 겹치며 못받는 전화가 쌓이고 밤 11시 집에 귀가하고도 업무전화를 계속 받는 일도 다반사였다.

    가장 힘든 부분은 역학조사관의 업무가 일부 비협조적인 확진자와 빠른 동선 공개를 원하는 시민들, 또 영업상 피해를 걱정하는 사업주, 딱 그 중간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고향에 부모님이 계시고 하니 불안한 시민들의 마음은 백번 이해됩니다. 하지만 역학조사관의 일은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개되지 않는 동선은 역학조사상 모든 가능성이 파악됐고 안전하기 때문이라는 걸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동선에 포함된 장소의 사업주와 통화할 때는 매번 마음이 아프다. 확 줄어든 매출과 밀린 월세 등 암담한 현실을 담담하게 전할수록 그 고통의 깊이가 더욱 와닿는다고 했다. 아무런 잘못 없이 피해를 떠안는 경우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 조사관은 그럼에도 코로나의 끝은 있다고 희망한다. 그 끝에 닿을 때까지 지치지 않기를 도민들에게 당부한다. 특히나 최근 창원 신월고와 두산공작기계 전수조사 사례를 들어 몇번의 대규모 확산 우려에도 그 고비를 매번 넘긴 것은 도민 개개인의 노력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어떤 정책이나 대책도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도민의 노력만큼 효과가 크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수련회에서 피티체조할 때 마지막 숫자는 구호로 외치지 않기로 약속했는데 간혹 한명씩 구호를 붙여서 처음부터 다시 해야할 때가 있죠. 맥이 확 빠지고 지치지만 원망보다는 다시 서로 주의하고 각자가 원칙을 지키면 마지막 구호 없이 성공하는 순간이 오는 것처럼, 코로나와 싸우는 우리에게도 그 순간은 반드시 올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지혜 기자 j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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