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30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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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한국산연 노동자 “4년 전처럼 천막서 추석 쇱니다”

생산직 16명 천막 2동서 76일째 농성
2016년 복직 투쟁…올해 “청산 철회”
“흑자 회사 폐업 결정 석연치 않다”

  • 기사입력 : 2020-09-28 21: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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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년 전과 똑같이 또 천막에서 추석을 쇠게 됐습니다.”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28일 낮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주)한국산연 공장 앞. 오랜 농성으로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보이는 오해진 한국산연지회장이 천막을 바라보며 말문을 열었다.

    이곳에는 ‘일본산켄전기 해산 및 청산 철회 투쟁 반드시 공장으로 돌아가자!’라는 현수막이 걸린 천막 2동이 설치돼 있다. 천막 안에는 한국산연 조합원 10여명이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그 뒤로 생수, 라면, 커피, 이불 등 생활 집기 등이 천막 안에 쌓여 있다.

    28일 창원 마산자유무역지역 한국산연 공장 앞 천막농성장에서 노동자들이 추석 연휴 투쟁계획을 논의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28일 창원 마산자유무역지역 한국산연 공장 앞 천막농성장에서 노동자들이 추석 연휴 투쟁계획을 논의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다이오드와 LED 조명 등을 생산하는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일본계 기업 한국산연이 지난 7월 사업 철수 결정을 발표한 가운데 해고 위기에 처한 생산직 노동자 16명이 76일째 천막을 치고 생존권 투쟁을 이어가며 농성 중이다.

    회사는 이들에게 모든 출입문을 걸어 잠궜다.

    이들은 천막 2동 외에는 마땅히 지낼 공간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화장실조차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측은 2021년 1월 20일 자로 폐업(법인 해산)을 선언했고, 지난달 관리직 직원 21명은 희망퇴직을 통해 회사를 떠났다. 이제 생산직 직원인 이들 16명만 회사 앞을 지키고 있다.

    해고 위기에 처한 이들은 4년 전에 이어 두 번째로 ‘추석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 2016년 한국산연은 경영 악화를 이유로 생산부문을 폐지하고 생산직 노동자 35명을 해고하려 했다. 노동자들과 시민사회단체는 투쟁으로 그해 경남지방노동위원회와 이듬해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을 받고 우여곡절 끝에 복직할 수 있었다. 그동안 그들을 지켜준 것도 천막 2동이었다. 당시 35명 중 희망퇴직으로 나간 이들을 제외한 16명은 얄궂게도 4년 만에 또 다시 같은 천막에서 올 추석을 맞게 된 것이다.

    당시 지회장으로 천막농성을 진두지휘했던 양성모 회계감사는 “이번이 4년 만에 하게 된 두 번째 천막농성이지만 우리가 느끼기에는 그때 이후로 4년 동안 쭉 이어져 온 투쟁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들이 이번 추석에도 4년 전처럼 천막을 치고 투쟁하는 이유는 평생 몸담은 회사를 이대로 떠날 수 없다는 절박함을 넘어 사측의 폐업 결정이 석연치 않다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 지회장은 이 투쟁이 ‘장기전일 수밖에 없겠다’는 기자에 말에 ‘아직 투쟁은 시작된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회사는 누적된 적자 탓에 청산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를 밝혔지만, 세부 내역은 계속된 요구에도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어요. 우리가 확인한 바로는 지난 2년 반 동안 950만달러(2018년 320만달러, 2019년 390만달러, 2020년 상반기 240만달러)의 흑자까지 났지만요. 일본 본사는 한국에 있는 또 다른 업체를 인수까지 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그냥 물러나라구요? 절대 그럴 수 없습니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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