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31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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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함께 못해 미안” 병실 밖 추석인사

‘코로나 생이별’ 애타는 한가위
요양병원 면회금지 장기화에 병원 가도 휴게실서 영상통화만
“외출 가능했던 이전 명절엔 집에 모셔와 음식도 해드렸는데 빨리 아빠 손 잡아보고 싶어요”

  • 기사입력 : 2020-09-28 21: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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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 추석인데 맛있는 것도 못해주고 미안해. 코로나가 좀 진정되면 다시 보러 갈게. 아프지 말고 운동 열심히 해.”

    28일 오후 2시 창원 희연요양병원. 구인정(41·여·함안군)씨는 추석을 앞두고 이곳에 입원 중인 아버지가 생각나 이날도 병원을 찾았지만, 코로나19로 면회가 금지된 터라 만나지는 못했다. 구씨는 병원 건물 지하에 마련된 휴게실에서 아버지와 영상통화를 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구씨는 추석을 함께 보내지 못하는 아쉬움에도 행여 아버지가 걱정할까 애써 웃음을 지었지만, 밝은 미소 뒤로 조금씩 떨리는 손은 감추지 못했다.

    28일 창원시 성산구 희연요양병원 휴게실에서 구인정씨가 입원 중인 아버지와 영상통화를 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김승권 기자/
    28일 창원시 성산구 희연요양병원 휴게실에서 구인정씨가 입원 중인 아버지와 영상통화를 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김승권 기자/

    구씨가 이곳 병원을 찾은 지도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구씨의 아버지는 2018년 12월 뇌경색 판정을 받고 지난해 2월 병원에 입원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병원을 찾는 것이 지칠 법도 하지만, 구씨는 아버지의 웃는 모습을 보기 위해 매일 퇴근 후 병실을 찾았다. 하루라도 병원을 찾지 않으면 아버지가 가족들에게 버림받았다는 생각을 갖게 될까 걱정스럽고 죄스러운 마음에 아버지 손을 꼭 잡아드리곤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올해 초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면서 구씨는 아버지의 손을 직접 잡을 수 없게 됐다. 요양병원엔 특히 감염에 취약한 고령 환자들이 많은 만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유리를 사이에 둔 비대면 면회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구씨와 아버지는 그래도 얼굴은 직접 볼 수 있어 위안을 삼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재확산된 지난달 말부터는 이마저도 금지가 됐다.

    아버지를 직접 볼 수 없게 된 이후에도 구씨는 매일같이 병원을 찾아 간병인을 통해 직접 쓴 편지를 전달했다. 아들이 벌초하러 다녀온 것이나 회사 업무와 관련해 상을 받은 것, 손자가 자전거 묘기에 성공한 것 등 사소하지만 행복한 일상을 적어 아버지에게 전했다. 셀 수 없이 많은 이야기들이 담긴 편지지만, 편지는 항상 ‘건강히 집으로 돌아와 행복하게 함께 살자’는 말로 끝을 맺었다.

    구씨의 아버지는 지난 2000년 직장암을 앓았다. 다행히 암은 금세 완치됐지만, 6~7년 후 하지정맥류 치료가 잘못되면서 한쪽 다리를 절단했다. 이후에는 몸이 불편해도 가족과 함께 지내는 듯했지만 뇌경색과 전립선암 판정을 받으며 병원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구씨는 “아버지의 삶을 생각해 보면 반평생을 병원에서 지내신 것 같다. 집에서 가족들과 있어야 하는데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면서 “코로나19 사태 이전 명절에는 병원에 외출을 신청해 집에 모시고 음식도 해드리곤 했는데 올해는 외출은커녕 직접 뵐 수도 없어 죄스럽다”고 말했다.

    구씨는 재활이 끝나고 치료 빈도가 줄어드는 내년 2월이 되면 아버지를 다시 집으로 모시고, 아버지가 가고 싶은 곳이나 생각나는 곳으로 여행을 다닐 계획이다. 구씨는 “아버지가 퇴원하기 전까지 매일 병원을 찾아 언젠가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을 드릴 것이다. 아버지도 힘들겠지만 재활운동을 열심히 해서 빨리 한 집에서 같이 살았음 좋겠다”고 전했다.

    이한얼 기자 leeh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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