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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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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더 낮은 곳 향했던 아시아 여성계 거목”

여성운동가가 본 故 이이효재 선생
여성학 도입·분단 사회학의 개척자
지역의 소외받는 여성들 위해 헌신

  • 기사입력 : 2020-10-05 20:5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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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 내로라하는 여성학자들을 숱하게 많이 길러내신 분이신데도 지역의 골목골목에서 만나는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 지역의 여성 운동가들에게 더 많은 애정을 주신 분이시지요.”

    여성운동 활성화, 위안부 문제 해결의 주춧돌을 놓으신 ‘아시아 여성계의 거목’이시면서 항상 겸손하시고 늘 더 낮은 곳, 특히 지역의 소외된 여성들을 향해 헌신하신 분입니다.

    5일 오후 故 이이효재 선생 빈소가 마련된 창원경상대병원 장례식장에서 한 조문객이 헌화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5일 오후 故 이이효재 선생 빈소가 마련된 창원경상대병원 장례식장에서 한 조문객이 헌화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1세대 여성학자, 분단 사회학의 개척자, 여성운동의 대모, 원조 페미니스트, 민주화의 원로….

    우리나라 여성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큰 족적을 남기고 지난 4일 소천한 故 이이효재 이화여대 명예교수. 5일 오후 선생의 빈소인 창원경상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지역 여성운동가·여성학자들은 선생을 수식하는 수 많은 대명사보다 ‘겸손함’과 ‘따뜻한 인품’을 가장 높이 받들었다.

    선생이 지난 1997년 진해로 내려온 뒤 2011년부터 수년간 독서모임을 함께 한 이경옥 여성의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아무리 작은 행사라도 직접 찾아오셔서 지역 여성운동가들을 격려하는 것은 물론 늘 본인의 삶을 좀 더 낮은 분들을 위해 살아가려 애쓰셨던 인품이 훌륭한 분이셨다”고 회고했다.

    1996년 창원여성의전화를 설립한 이경희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창진시민모임 대표는 선생과 그다음해인 1997년 첫 인연을 맺었다고 기억했다.

    이 대표는 “지역에 내려오신 뒤 힘없는 사람, 또 새롭게 여성운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늘 힘을 실어주시고, 지역 여성계에 좋은 일이 생기면 자신의 일처럼 더 기뻐해주셨던 분이다”고 말했다.

    ‘나는 대한민국 경남여성’을 펴낸 이혜숙 경상대 사회학과 교수는 “선생이 계셨기에 지금의 우리가 이만큼 와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뒷세대인 우리가 선생의 뜻을 잘 받들어 계승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UN이 생긴 이듬해인 1992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의 만행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방법으로써 일본을 굴복시키겠다는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 분이셨다”며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창립 30주년을 한 달 앞두고 이렇게 우리 곁을 떠나셔서 마음이 너무나 아프다”고 슬퍼했다.

    이날 빈소인 창원경상대병원 장례식장에는 100여명의 조문객이 다녀갔으며,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방역수칙을 준수한 가운데 진행됐다. 온라인(wsri.or.kr)에서도 시민들의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이날 저녁 7시에는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고(故) 이이효재 선생 추모식이 열려 여성계를 비롯한 각계 인사들이 선생을 추모했다. 추모식에 앞서 이날 오후에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빈소를 찾아 선생을 조문했다. 장례는 경남 여성계에서는 처음으로 ‘여성장’으로 치러지며, 고 이이효재 교수에게는 국민훈장 모란장이 추서됐다.

    도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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