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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6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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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848) 막왕막래(莫往莫來)

-가지도 말고 오지도 말라

  • 기사입력 : 2020-10-06 08: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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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류 역사상 전염병 때문에 역사가 바뀐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기원전 427년 아테네가 스파르타와 전쟁을 하고 있는 동안에 전염병이 퍼져 국민의 4분의 1이 죽었다. 이로 말미암아 아테네는 패전하게 되었고 따라서 나라의 운명은 쇠락하게 되었다. 거대한 로마제국도 전염병으로 붕괴되었다.

    1331년 중국 원(元)나라 때 흑사병이 돌아 인구의 반이 죽었다. 중국에서 확산된 이 흑사병이 15년 뒤인 1346년 유럽의 크림반도에 전파되었다. 그 이후 유럽, 북아프리카, 중동 등지에서 인구의 3분의 1이 죽었다.

    1918년에는 스페인 독감으로 유럽에서 500만명 정도의 사람이 죽었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사망한 150만명의 3배가 넘는다. 제1차 세계대전은 스페인 독감 때문에 앞당겨 종전하게 되었다.

    그때 스페인 독감이 우리나라에도 전파되어 740만명이 감염돼 14만명이 사망했다. 2000만 인구의 3분의 1이 감염되었으니, 그 당시 분위기가 어떠했는지 짐작이 간다.

    이 밖에도 인류를 공포로 몰아넣은 콜레라, 천연두, 장티푸스, 이질 등등 전염병은 수도 없이 많다. 또 폐결핵, 성병 등 만성전염병도 적지 않다.

    뚜렷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근래 20년 동안에 사스, 메르스, 코로나 등 이전에 없던 신종 전염병이 발생하여 전 세계를 마비시키고 있다. 사스나 메르스 때는 그래도 부분적으로 몇몇 나라에만 전파되었고, 오래지 않아 소멸되었다. 그러나 코로나는 이미 전 세계에 다 퍼졌고 확진자만도 3500만명에 이르렀고, 사망자가 이미 100만명에 이르렀다.

    1차대전, 2차대전 때도 각국 간의 비행기는 다녔지만, 지금은 비행기가 다니지 못 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각급 학교는 정상적인 수업을 못 한 지가 이미 8개월이 되었다.

    지난 5월, 8월 연휴 때 통제를 조금 느슨하게 했더니 확진자가 급증했으므로 이번 추석에는 정부 당국에서 사람 사이의 접촉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다. 어디에 가지도 말고 오지도 말라고 연일 당부하고 있다.

    특히 우리의 미풍양속인 벌초, 성묘, 추석제사 등을 자제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벌초는 대행하는 곳에 맡기고, 성묘는 생략하고, 제사는 맡고 있는 종가나 맏집 사람이 거행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지 않았다.

    그런데 코로나가 겁이 나서 고향의 부모님이나 형님에게 가지 않는 사람 가운데 집에서 조용히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관광지로 몰려들었다.

    방역에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의 미풍양속은 크게 파괴되었다. 벌초, 성묘, 제사 등에 참석하기 싫어 억지로 참석하던 사람들에게 좋은 핑계거리를 제공하였다. 선현을 제사 지내는 향교나 서원 등도 정상적으로 제사를 못 지내고 활동을 못 한다.

    앞으로 코로나가 진정된다 해도 우리의 미풍양속이 크게 쇠락하거나 위축될 것이다.

    * 莫 : 말(말아라) 막. * 往 : 갈 왕. * 來 : 올 래.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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