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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공무원이 살기 좋은 나라- 김진호(문화체육부 부장)

  • 기사입력 : 2020-10-07 20:3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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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비영리단체인 사회발전조사기구가 최근 발표한 ‘2020 사회발전지수(SPI·Social Progress Index)’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89.06점(100점 만점)으로, 163개국 가운데 ‘살기 좋은 나라’ 17위에 올랐다.

    1위는 3년 연속 노르웨이(92.73점)가 차지했고, 덴마크(92.11점)와 핀란드(91.89점), 뉴질랜드(91.64점), 스웨덴(91.62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SPI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등 경제적 요소를 제외하고 기본적 인간의 욕구(영양 및 의료 지원, 위생, 주거, 개인 안전 등), 웰빙의 기반(기초 지식 및 정보·통신접근성 등), 기회(개인적 권리, 고등교육 접근성 등) 등 3개 부문의 점수를 종합해 산출된다.

    우리나라의 ‘살기 좋은 나라’ 순위는 지난해 23위에서 6계단이나 상승했지만 국민 모두가 ‘살기 좋은 나라’인지는 의문이다.

    대한민국에서 살기 좋은 국민은 공무원이다. 2018년 한국 공무원 기준소득월액은 522만원으로, 전체 근로소득자의 월평균 소득인 297만원보다 1.8배나 높다. 이는 공무원과 비공무원 임금이 비슷한 북유럽 선진국에 견줘 지나치게 불평등하다.

    한국납세자연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살기 좋은 나라’ 5위에 오른 스웨덴의 경우 민간부문 근로자의 월 평균임금은 478만원(101.7%), 공공부문은 451만원(96%)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교사들의 연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최대 1000만원 이상 많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국공립 교사들의 평균 연봉(2019년)은 OECD 평균보다 최대 1만달러(약 1188만원)가량 더 많았다. 그런데도 기초학력 미달자 수는 증가세를 보였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 따르면 중학교 3학년의 국어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2013년 1.3%에서 2019년 4.1%까지 높아졌다. 수학의 경우 같은 기간 5.2%에서 11.8%까지 치솟았다.

    우리나라 공무원은 고임금 외에도 민간기업에서 누리기 힘든 육아휴직 등 각종 복리후생에 정년보장, 공무원 연금, 은행금리우대 등으로 특권을 누리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2020년 국가직 교육행정 9급 시험 경쟁률은 222.9대 1, 국가직 방재안전직 9급 시험 경쟁률은 158.7대 1을 기록했다.

    공무원 임금이 민간보다 지나치게 높은 이유는 기본급만 공개하고 직종별·직급별·호봉별 총연봉이 비공개되어 있는 데다, 문민정권 이후 5년 단임 대통령제하에서 집권세력이 통치를 위해 관료집단의 협조가 절실해 임금을 대폭 인상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불황으로 민간기업 근로자들이 명예퇴직의 기로에 놓여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영업자, 문화예술인들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공공부문과 민간의 임금 격차가 커지면서 차별과 불평등이 심화되면 결국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진다.

    대한민국에서 공무원만 살기 좋은 나라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공공부문의 특권을 줄이고, 공공부문 임금에 대한 상세한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사용자인 국민이 피사용자인 공무원의 임금을 제대로 알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김진호(문화체육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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