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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궁합(宮合)보다 사랑- 정연태(정연태이름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 2020-10-12 20:5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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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의 모든 인연에는 궁합이 있다!” 극심한 흉년이 지속되던 조선시대, 송화옹주의 혼사만이 가뭄을 해소할 것이라 믿는 왕은 대대적인 부마 간택을 실시하고, 조선 최고의 역술가 서도윤은 부마 후보들과 송화옹주의 궁합풀이를 맡게 된다.

    사나운 팔자로 소문나 과거 혼담을 거절당한 이력이 있는 송화옹주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남편으로 맞이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부마 후보들의 사주단자를 훔쳐 궐 밖으로 나가 서도윤과 함께 후보들을 차례로 염탐하기 시작한다. 음양오행에 따른 사주와 궁합을 다룬 영화 ‘궁합(宮合)’의 한 장면이다.

    ‘궁합’이란 혼인할 때 음양오행에 입각해 신랑 될 사람과 신부 될 사람의 사주를 보아 배우자로서 두 사람의 적격 여부를 점치는 방법이다.

    태어난 연월일시에 따라 사람의 타고난 음양오행(陰陽五行)이 정해지며, 그로 인한 운명, 성격, 그리고 서로간의 합을 판단하는 일, 그것이 바로 사주와 궁합이다.

    본인의 사주가 좋기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서로 부족한 기운을 채워줄 수도 있고 또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잔뜩 움츠리고 있던 선남선녀들이 선선한 날씨 탓인지 짝을 찾아 물어오는 일이 잦아졌다.

    며칠 전, 오랜 고객이 아들을 장가보내야겠다며 궁합을 물어왔다. 상대 여성 사주와 크게 좋지는 않았지만 크게 나쁘지도 않아서 혼사를 정해도 좋겠다고 조언해주었지만 끝내 그 혼사는 성사되지 않았다. 좋지 않은 것만 본 것이다.

    또 한 사람, 사귀던 남자가 자기 친구하고 바람이 나서 헤어졌다며 울상을 하고 찾아온 여성이 있었다. 사주를 보니 그 여성 사주에 남편을 의미하는 관(官)과 합하는 비견(比肩)의 힘이 강했다.

    비견이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뜻이니 친구도 비견이 될 수 있고, 나보다 힘 센 친구가 내 남편감을 데리고 가버린 경우라 할 수 있다.

    이런 구조를 가진 사주라면 어차피 한 사람은 떠나보내고 다른 남자를 만나야 해로(偕老)한다. 연애만 하다 헤어졌으니 오히려 다행이라고 위로해주었지만 큰 위로는 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지금까지 숱한 사람들의 궁합을 보았지만‘아! 이 정도면 결혼해도 별 탈 없이 잘 살겠다’는 느낌이 확 와닿는 궁합은 그리 많지 않았다. 남녀가 서로 만나기도 힘든데 궁합을 따져 이것 때문에 안 되고, 저것 때문에 안 된다고 서로 퇴짜를 놓으면 쉽게 결혼할 수 없다.

    서로 궁합이 좋지 않더라도 지금 죽을 만큼 사랑한다면 결혼하라고 하고 싶다.

    서도윤을 사랑하게 된 옹주가 아버지인 왕에게 절절하게 외치던 대사가 여운을 남긴다. “인생에서 사랑을 빼면 무엇이 남습니까?”

    정연태(정연태이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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