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24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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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우리의 가야를 세계 속의 가야로 (하) 화려한 부활을 위해

‘가야사 복원·정비’ 지자체·지역민 한마음돼야
전국 2495건 중 경남에 67%인 1669건 분포
함안 194건·창원 178건·진주 176건·김해 161건 순

  • 기사입력 : 2020-10-14 21:3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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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지역의 가야유적은 세계유산 등재 추진 대상인 가야고분군이 있는 김해, 함안, 창녕, 고성, 합천뿐만 아니라 18개 시·군 전역에 걸쳐 분포돼 있다. 경남도는 최근 32년 만에 재출간한 경상남도사에서 경남 역사의 뿌리로서 가야사를 비중 있게 다루며 가야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정과제 채택에 이어 역사문화권 정비 특별법 제정,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신청 대상 선정까지 가야사의 명맥을 이어온 것은 가야사적 관점을 유지하며 가야사의 비밀을 밝히려 힘쓴 학자들의 연구와 가야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소중하게 여기고 지켜온 지역민, 다양한 사업으로 뒷받침해온 지자체의 노력 덕분이다. 잊힌 가야의 화려한 부활을 위해서는 가야사 연구와 복원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전문인력 육성, 엄격한 역사적 검증, 지역민과의 소통과 상생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역사문화권 정비 특별법 제정과 의미= 관심과 인력, 예산이 부족해 신라사나 백제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더디게 진행된 가야사 발굴과 연구에 추진 동력을 달아준 것이 바로 역사문화권 정비 특별법이다.

    특별법 제정은 2017년 6월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가야사 연구·복원을 주문하며 급물살을 탔다. 같은 해 7월 문재인 정부는 ‘가야문화권 조사연구 및 정비’ 사업을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했다. 이어 8월 더불어민주당 민홍철(김해갑) 국회의원이 ‘가야역사문화권 연구·조사 및 정비와 지역발전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으나 이후 백제·탐라·마한 등 고대 역사문화권과 관련한 유사법안이 추가 발의되면서 2019년 4월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안’(민홍철 의원 외 18명 공동발의)으로 통합·조정됐다.

    5월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 6월 9일 제정·공포됐으며 오는 2021년 6월 10일부터 시행을 앞두고 하위법령 제정 작업 중이다.

    역사문화권 정비 특별법에는 △역사문화권(고구려·백제·신라·가야 등 6개 문화권), 역사문화환경, 역사문화권정비사업 등에 대한 정의 △역사문화권정비기본계획 수립(5년 주기) △역사문화권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의 시행 △정비사업 비용 지원, 특별회계 설치, 연구재단 및 전문인력 양성 등 지원시책 마련·추진 등이 담겨 있다.

    특별법은 각 지역에 산재한 문화유산을 점 단위로 관리, 보존하던 것에서 벗어나 역사문화권 개념을 도입해 공동연구, 공동발전을 도모한다는데 의의가 있다. 문화권별 문화유산을 연구·조사·발굴·복원하고 체계적으로 정비·육성함으로써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해 세계에 알리고 이를 통한 지역발전을 꾀할 수 있게 된다.

    함안 말이산 고분군./김승권 기자/
    함안 말이산 고분군./김승권 기자/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

    ◇초광역협력 가야문화권 조성사업은= 경남도가 특별법에 근거해 체계적인 가야역사문화권 조사연구 및 정비를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도는 특별법 제정과 함께 초광역협력 가야문화권 조성 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용역을 진행했고 2019년 5월 착수해 올해 6월 완료했다.

    초광역협력 가야문화권 조성사업은 2021~2030년 향후 10년간 경남, 경북, 전남·북, 부산, 대구 등 6개 광역시·도, 45개 시·군·구에 걸쳐 6대 전략 20개 과제, 88개 세부사업에 총사업비 1조 4041억원(국비 5099억·지방비 8398억·민자 544억)을 투자할 계획이다.

    주요 내용은 가야사 규명과 확립을 위한 조사연구 사업, 가야유산 보존과 관리를 위한 핵심유적 정비 사업, 가야문화권 역사자원 활용과 가치 창출을 위한 관광인프라 구축 사업 등이다.

    경남도는 디지털 오픈 가야헤리티지 구축, 가야왕성지 단계적 보존·관리 및 정비, 가야문화권 박물관 고도화, 가야고분군 문화·예술이음터 조성, 가야 스마트문화관광권 육성, 가야 세계역사엑스포 개최 등 6개 핵심 선도과제에 총 5258억원(국비 2206억·지방비 2841억·민자 211억)을 투입, 집중 추진할 계획이다.

    류명현 도 문화관광체육국장은 “민선7기 출범 이후 역사문화권 정비 특별법 제정,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신청 대상 선정, 초광역협력 가야문화권 조성 기본계획 수립 등 지금이야말로 가야사 복원의 최적기”라며 “가야사 복원을 통해 우리 고대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가야를 토대로 영호남이 함께 다양한 교류와 협력을 이어나갈 것이며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접목하고 지역균형 뉴딜과도 연계하여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가야사 연구 및 복원정비, 관광자원화 사업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경남도의 가야문화유산 연구사업 및 향후 과제= 학계 등 전문가들은 가야사 정비작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철저한 고증과 제대로 된 연구·복원사업이 필수적이며 이와 함께 가야사 조사연구·보존·활용을 위한 전문인력 양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가야사에 대한 전국민적 인식을 높이고 흥미와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는 다각적인 홍보활동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가야문화의 가치와 우수성을 인식하고 문화유산을 지키는데 동참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소통과 교류가 동반돼야 한다.

    남재우 창원대 교수는 지역 문화유산에 대한 지역의 관심과 유산을 잘 보존, 관리하는 행정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전문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가야사는 범위가 남부지역이다 보니 연구한 사람 수도 적고, 더 늘지 않는다”며 “문화유산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데 전문인력이 중요한데, 인력이 확충되면 관심이 확대될 것이다. 연구는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지는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인터뷰/ 30년간 아라가야 유적 지킴이로 살아온 조희영 함안 아라가야향토사연구회장

    “토기 조각 한 점도 역사… 마구잡이 개발 두고만 볼 수 없었죠”

    가야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기 위해 신청서 제출과 현지실사 등 남은 절차를 잘 준비하는 것과 함께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것이 바로 지역민과의 소통, 호흡이다. 지역민이 가야사에 관심을 가지고 가야 유물·유적을 지키기 위해 한마음으로 노력할 때 가야사 연구·복원사업은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30년 전 지역민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만들고 아라가야 유물·유적 훼손을 막고 보존하기 위해 고군분투해 온 함안 ‘아라가야향토사연구회’의 활동은 매우 소중하다.

    “누가 시킨 적도 없고 굳이 안 해도 상관 없는 일이지만, 귀중한 우리의 역사가 깨져 나가는 걸 보고서는 내가 숨을 쉬고 살 수가 없어서 하는 일이다.”

    조희영 함안 아라가야향토사연구회장이 함안 내 사적·유적지로 추정되는 지점을 기록한 ‘함안문화유적분포지도’를 보여주고 있다./김승권 기자/
    조희영 함안 아라가야향토사연구회장이 함안 내 사적·유적지로 추정되는 지점을 기록한 ‘함안문화유적분포지도’를 보여주고 있다./김승권 기자/

    아라가야향토사연구회 조희영(72) 회장은 지난 1992년부터 지금까지 아라가야 파수꾼으로 살아온 이유를 설명했다.

    기록이 제대로 남아 있지 않은 아라가야의 비밀을 풀기 위해서는 역사의 기록물인 토기 조각 하나라도 소중한데 무조건 파내고 없애 버리는 게 안타까웠다고 한다. 그 가치를 잘 몰라서 개발의 저해요소라고 여기지만 언젠가는 함안과 우리나라에 아라가야가 필요한 때가 반드시 올 거라는 믿음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아라가야향토사연구회는 도내에서 가야유적 보호활동을 가장 적극적으로 오래 이어왔으며, 행정 등의 지원을 일체 받지 않고 유물·유적 보호에만 목적을 둔 순수 민간단체다.

    연구회는 지난 1994년 말이산 고분군 유적지 내 함안군의회 의사당 건립과 도로 개설을 막아냈고 칠원읍 유원리 칠원산성에 석산 개발사업을 수년간의 투쟁 끝에 결국 무산시켰다. 1999년 가야 왕궁지로 추정되는 가야읍 선왕동 일대 1000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 건립 계획을 저지시켰고, 당시 함안종고(현재 함안고) 농업학교 건립으로부터도 왕궁지를 지켜냈다.

    2010년 함안면 봉성리 일대 국립 원예시험장 건립 부지에 청동기시대 고인돌 발굴을 요청해 유물 100여점을 발굴토록 했고 2015년 말이산 고분군 내 수목정비작업을 하던 업체가 사람 손을 대신해 중장비를 동원한 것을 적발해 공사를 중단시키고 원상복구토록 했다.

    각종 개발사업을 막아서는 연구회는 회유·협박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 지역민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도 줄기차게 받았지만 회원들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조희영 회장은 “과거 욕 먹은 것은 말로 다 못한다. 거액을 놓고 회유도 있었지만 가야유적은 누구의 것도 아니기에 흥정이 대상이 될 수가 없었다”며 “특히 가야 중 왕궁지를 복원할 수 있는 곳은 함안 뿐인데 당시 아파트 건립을 막아내지 못했다면 함안 역시 복원이 힘들었을 거다. 후손들을 위해 여러 수천억을 아낀 거라고 생각한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연구회의 활동은 파손·훼손을 막아내는데 그치지 않았다. 사비를 털어 함안 곳곳을 발로 누비며 만든 자료집도 여러 권이다.

    1997년 ‘안라국 관련 논문집’ 발간을 계기로 1998년 안라고분군, 함안고인돌을 펴냈고, 2002년에는 함안 내 사적·유적지로 추정되는 지점을 기록한 함안문화유적분포지도를 발간했다. 이후부터 이 지도는 함안지역 각종 개발허가 사업 전 검토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어떤 기관이나 단체의 지원 없이 발품 팔아 전국 민간단체가 처음 만든 자료라는 가치가 남았다. 군에다가 자료를 주면서 ‘지금부터는 몰라서 (유적을) 부숴버렸다는 말은 안 통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연구회가 문제를 제기하면 행정기관도 거의 받아들여준다. 행정도 점차 전문성을 갖추는 노력을 했고, 이제는 서로 척하면 착하는 정도가 됐다”고 전했다.

    아라가야 유적 보존을 위해 힘들게 싸웠던 과거를 생각하면 지금 이렇게 세계유산 등재가 추진되고 역사문화권 정비 특별법이 제정돼 가야사 복원사업이 진행되는 것을 보는 조 회장은 감회가 새롭다.

    그는 “격세지감을 느낀다. 우리 살아있는 동안 유물·유적을 귀하게 아는 좋은 시절이 오겠나 했는데 차츰 오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또 “남이 알아주는 것, 내 이름이 크게 나는 것보다는 이 유적을 잘 보호해서 우리 후손들에게 넘겨주는 게 중요하다. 억겁의 세월에 비해 보면 우리 모두 하나의 점 아니냐. 다음 점, 그 후대의 점도 있는데 지금 여기 가야 유적·유물을 우리 마음대로 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연구·복원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행여 졸속 발굴이나 연구가 되지 않도록 감시하며 지금까지 해온 파수꾼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김희진 기자 likesky7@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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