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기고] 왜, 선생님들만의 잘못인가?- 허만복(경남교육삼락회장)

  • 기사입력 : 2020-10-18 20:23:56
  •   

  • 요즘 학생들은 개성이 강하고 영특하며 유별나다. 다양한 매체와 체험으로 지구촌의 색다른 문화를 접하며 자라고, 부모들도 한둘밖에 안 되는 자식들을 금이냐 옥이냐 귀하게 키워 말도 잘 안 듣고, 꾸중을 하면 빗나갈까 봐 자식이 무서워,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모든 것을 체념을 하고 키운다는 부모들도 있다.

    성격과 모습이 다른 또래들을 교육을 하는데도 부적응 학생들이 너무 많아, 1년에 수만 명이 제도권 밖으로 뛰쳐나가 사회의 어두운 곳으로 숨어 나쁜 짓을 한다고 걱정하면서도, 정부는 바른길로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선생님 수준과 비슷한 우수한 학생이 있는가 하면, 기초와 기본이 모자라는 학생들이 많아, 선생님들은 학력의 격차가 심한 학생들 때문에 연구와 많은 고민을 한다. 학부모도 한둘밖에 안 되는 자식을 키우기가 어렵다고 아우성치면서도, 힘없는 선생님들의 고충은 모르고, 서슬이 시퍼런 눈초리로 매섭게 쳐다보고 있다. 자식에게는 큰 소리 치지 못하면서도, 선생님들 에게는 간혹 분풀이 하듯 예사로 멱살을 잡고, 머리채도 함부로 잡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학부모들은 ICT원격 쌍방향 대면수업비율이 불과 15%밖에 안 되고, 갈수록 학력이 떨어진다고 선생님만 탓하고 있다. 이게 왜 선생님들만의 책임인가? 학교나 가정의 ICT인프라도 갖춰져 있지 않고, 당국의 대책도 미흡한데 힘 없는 선생님들에게 떠맡기고 있다.

    올해 4차까지 추경 예산이 70조원에 가깝다. 그중 일부만이라도 ICT 인프라 구축에 투자했다면, 학력과 학생들의 미래가 어둡지는 않을 것이다. 코로나19 때문에 국민들의 경제적 손실이 엄청나다고 하지만, 학생들의 학력피해를 경제적으로 따지면 지금의 경제적 손실과는 비교가 안 될 것이다.

    교육 내적으로는 특출한 학생들이 많아 기상천외한 질문이나 행동들이 럭비공마냥 어디로 튈지 예상 못 할 때가 많다. 이런 똑똑한 학생들(?) 때문에 선생님들은 텅빈 교실에서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다가 자조에 빠질 때도 있고, 마음 약한 선생님은 극한 상황을 맞기도 한다. 선생님 중 극소수 잘못을 대자보같이 뉴스거리를 만들어, 선생님 모두의 잘못인 양, 신문고를 남녀노소 하물며 제자들도 마구 두드리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사회 전체가 교육의 장이요, 모두가 교육자라고 큰소리치던 사람들도 사건만 터지면, 언제 봤느냐는 식으로 다 빠져 나가고 책임을 회피하며, 힘없고 금·권력이 없는 선생님들만의 잘못으로 도배질을 한다. 교육의 성패는 사회 구성원들이 공감하는 가운데 선생님들의 사기(士氣) 여하에 달려 있다. 칭찬에는 ‘고래도 춤 춘다’고 했듯이, 힘없는 선생님들에게 원망과 채찍질만 하지 말고, 격려와 칭찬만이 우리 교육 현장을 살리는 최선의 방법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허만복(경남교육삼락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