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04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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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들 향과 기억 모아 ‘경남별곡’ 짓다

도립미술관 ‘경남 역사 쌓기’ 주제로 한 전시 ‘살어리 살어리랏다’ 개막
최정화 작가, 도민들 쓰던 식기·사진·남해안 부표 등 활용해 작품 제작
도내 커뮤니티들의 활동과 이상향, 이미지로 표현한 ‘별유천지’도 눈길

  • 기사입력 : 2020-10-22 20: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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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도립미술관이 경남의 향으로 뒤덮였다.

    미술관 앞마당 높이 선 식기류 탑에서는 엄마 냄새가 애틋하다. 전시장 안 해양쓰레기로 만들어진 성게모양 조형물에서는 남해안 비릿내가 철썩인다.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한 오방색의 파라솔과 멈춰진 리어카, 시장바구니에서는 사람 향기가 끈적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 동네 이웃들이 사용하거나 버린 일상의 물건 수백점이 화려한 예술품으로 분한 채 경남 특유의 향을 내뿜고 있다.

    경남도립미술관이 22일 최정화 작가와 함께하는 ‘살어리살어리랏다’ 전시를 개막하고 오픈식을 가졌다.

    이번 전시는 2년 전 김종원 관장이 최정화 작가에게 ‘경남의 역사 쌓기’를 테마로 한 전시를 요청한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최 작가는 이를 수락하고 지난 10개월간 경남에서 채집한 역사의 흔적들과 날 것의 재료들로 ‘경남별곡’을 완성했다.

    22일 오후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최정화 작가와 함께하는 ‘살어리 살어리랏다’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 왼쪽 작품은 남해 해양쓰레기로 만든 설치작품 ‘성게’/김승권 기자/
    22일 오후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최정화 작가와 함께하는 ‘살어리 살어리랏다’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 왼쪽 작품은 남해 해양쓰레기로 만든 설치작품 ‘성게’/김승권 기자/

    최 작가는 그동안 미술관과 함께 120년의 역사를 가진 마산수협공판장과 마산청과시장을 답사하면서 삶의 현장인 파라솔과 생선상자, 과일 리어카를 수집했고, 남해안 바닷가에서 버려지고 남겨진 생의 흔적들을 주웠다.

    시골 오래된 집에서 멋스러운 고비와 앨범으로 추억을 훔치기도 했고, 남해각과 부곡하와이에서 경남의 과거와 미래를 접하기도 했다.

    또 전시에 앞서 도민들의 일상과 역사가 담긴 사진을 모으는 ‘기억채집’ 프로젝트와 ‘ 식기류를 모으는 ‘모아모아(Gather, Together)’ 프로젝트를 통해 도민들의 과거와 현재를 모았다.

    최 작가가 이 같은 작업을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탄생 시킨 작품만 100여점이 넘는다. 이 작품들은 경남의 과거와 현재는 물론 환경과 미래까지 이야기 한다.

    전시는 총 5개 공간에서 각각의 테마로 마련됐다. 미술관 앞마당 야외 전시장에서는 도민들의 식기류로 만든 ‘인류세’와 경남 곳곳을 여행하고 돌아온 대형 과일들을 만날 수 있다.

    미술관 1층 로비에는 양해광 창원향토자료전시관장이 제공한 근대 추억 사진을 배경으로 스티로폼 고인돌이 전시돼 있다.

    본전시인 1전시실에는 ‘당신의 빛’을 테마로 남해안에서 채집한 부서진 배와 스티로폼 부표, 마산수협공판장의 생선상자 등이 새로운 모습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전시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도민 1000명의 이름을 새긴 길이 4.8m의 대형 명찰이 눈에 띈다.

    2전시실은 ‘우리의 기억’을 주제로 고가구와 현대적 물건들이 만나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하는 현장을 볼 수 있다. 창원대 미술대학 학생들이 선보이는 이색적인 작품들도 함께 만날 수 있다.

    3전시실은 ‘무이무이(無異無二)를 주제로 한 생활사 박물관이다. 최 작가가 오랫동안 모은 고가구들과 가장 현대적인 물건들이 결합해 새로운 유물이자 작품으로 탄생했다.

    오래된 나무에서 느껴지는 예스러운 냄새와 반짝반짝 알록달록 빛이 나는 멋스러운 생활 속 물건을 활용한 ‘오브제’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3층 전시실에서는 ‘별유천지(別有天地)’ 기획전이 열린다.

    도내에서 커뮤니티 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는 공유를 위한 창조(거제), 비컴프렌즈(양산), 돌창고프로젝트(남해), 팜프라(남해)가 자신들의 활동을 이미지로 표현하는 전시다. 이들이 꿈꾸는 조금 더 가치 있는 세상, 즉 별유천지를 향해 살아가는 모습을 또 다른 예술로 표현한 것이다.

    최정화 작가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경남은 향(香)이라고 생각됐고, 이를 표현하는 과정이 매우 힘겨웠다”며 “이번 전시의 주인공인 관객들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오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종원 도립미술관 관장은 “이번 전시는 그동안 도립미술관이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여러 방식을 도입한 첫 전시”라며 “예술과 쓰레기의 경계, 미술과 비미술의 경계를 접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2021년 2월 14일까지다.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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