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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비우면 비로소 보이는 행복 ‘미니멀리즘’- 정보현(폴리텍Ⅶ대학 교양학과 인성전담교수)

  • 기사입력 : 2020-10-27 20: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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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우니까 뭐가 소중한지 보이네요.” 최근 방영된 ‘정리 프로그램’ 참가자가 한 말이다. 집콕 생활이 늘어나고 ‘집’이라는 공간이 재조명되며 미니멀 라이프가 확산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현재를 누리는 라이프스타일 ‘욜로(YO-LO)’로 플렉스(과시) 소비심리와 함께 ‘맥시멀 라이프’가 주류를 이뤘다. 이제 ‘미니멀 라이프’가 각광 받으며 소박함과 여백의 미학을 추구하는 비움의 열풍이 불고 있다.

    ‘미니멀 라이프’는 간결함을 추구하는 문화와 예술적 흐름을 나타내는 ‘미니멀리즘’이 일상생활로 온 것으로, 단순히 물건을 정리하는 것에서 진화해 꼭 필요하고 소중한 것들을 재조명하고 공간을 역할별로 재탄생시키는 심리적 치유의 기능까지 하고 있다.

    좁고 쾌적하지 못한 주거공간이 주인공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되는 것을 보며 사람뿐 아니라 집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집을 다이어트하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물건을 놓고 ‘소유’냐 ‘욕망’이냐를 구분해 보는 것이다. 꼭 필요한 것은 소유, 그 외에 비축하고 소장하는 것은 욕망이다. 이렇게 욕망으로 분류된 물건을 비우면 공간 다이어트가 된다.

    신체에 영양 공급이 지나치면 비만 등의 질병이 되듯 자원이 넘쳐나는 시대에 ‘저장강박증(compulsive hoarding syndrome)’이라는 심리장애도 생겼다. 절약이나 수집과는 구분되는 심리치료가 필요한 행동장애로 최근 미국 정신의학회(APA)에서도 독립적인 정신질환으로 인정할 만큼 성인의 약 2~5%가 앓고 있다. 주 증세를 보면 물건들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둔다. 심한 경우 쓰레기가 쌓여 비위생적이고 사람이 누울 자리조차 없는 경우도 있다.

    저장강박증의 주원인은 가치판단 능력의 손상이다. 어떤 물건이 자신에게 가치있는지 결정하지 못해 일단 저장해두는 것이다. 심리학자 랜디 프로스트의 연구를 보면 저장강박 증상자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물건을 저장한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관계에서 관심과 사랑으로 안정을 찾으면 이 증상들은 자연스럽게 치유될 수 있다고 한다. 현대인들은 마음이 고플 때 정작 마음은 채우지 못하고 물건을 채우며 위안을 받으려 한다.

    필자도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해보았다. 석 달간 옷장을 시작으로 냉장고와 책장, 수납장을 다이어트했다. ‘언젠가 쓰겠지’ 하며 3년간 꺼내지 않았던 것들, 추억이 깃들어 정리하지 못한 것들은 과감히 ‘나눔’을 했다. 이후 찾아온 가장 큰 변화는 잔신경 쓸 것들이 줄어든 것이다. 어딘가에 숨어있는 물건을 찾는 일, 계절마다 옷을 관리하는 일들이 줄어들면서 에너지 소모도 줄어들었다. 소중한 것들은 제자리를 찾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간에 여백이 생기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면서 생각났던 분은 법정스님이다. ‘무소유’의 법정스님은 몇 평 남짓한 강원도 오두막에서 자급자족하며 최소한의 살림으로 생을 살았다. 유품은 안경과 책이 전부였고 말빚도 남기고 싶지 않아 출판한 책들도 거두었다. 무소유로 진정한 자유로움과 충만함을 누리는 삶을 보여주었다.

    그렇다고 무조건 물건을 줄이며 살자는 것은 아니다. 불필요한 물건을 소유하는 불편함에서 자유로워지자는 것이다. 행복의 척도는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운가에 있다. 에너지 보존의 법칙은 심리에도 적용된다. 미니멀 라이프로 비워진 삶의 공간에서는 여유와 자기개발에 대한 에너지가 채워진다. 독자분들은 ‘욕구’를 비우면 비로소 찾아오는 행복이 어떤 것일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정보현(폴리텍Ⅶ대학 교양학과 인성전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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