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9일 (금)
전체메뉴

[경제기획] 온라인 주문·배달 나선 전통시장

장보러 가세요? 장보면 오는데!
시장 배달 플랫폼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
주문량 전년 대비 12배, 매출은 2억원 넘어

  • 기사입력 : 2020-11-02 21:01:38
  •   
  • “닭발 주문 들어왔어요.”

    지난달 30일 오후 창원 가음정시장에서 만난 닭발싸롱 도영두(49) 대표의 휴대폰에 알람이 울렸다. 네이버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를 통해 들어온 주문은 수제국물닭발. 도 대표가 주문받은 메뉴를 확인한 후 조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닭발 요리가 금세 완성됐다. 이렇게 조리된 음식을 가음정시장상인회 사무실 내 배치된 지정 배송함에 담아 두면 배달 라이더가 두 시간 안에 주문자에게 배송한다. 도 대표는 “코로나 이후 집콕이 늘면서 저녁 안주거리를 찾는 손님을 중심으로 배달의 민족 등 온라인 배달 플랫폼을 통한 주문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는 아직 입점 초기 단계라 주문량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서서히 자리를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위주로만 가맹점을 늘려가던 예전과 다르게 빅테크(대형 정보기술업체)들이 손길이 잘 닿지 않는 골목상권과의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네이버 페이가 전통시장을 가맹점으로 확보한 ‘동네시장 장보기’가 있다. 침체된 전통시장에 온라인 배송 서비스가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비대면 소비’의 공간도 넓어지고 있다.


    ◇전통시장은 배달 중= 네이버는 온라인으로 전통시장 음식을 주문, 배달할 수 있는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서울·경기를 비롯한 경남지역 일부 전통시장에서 이용할 수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 소비를 원하는 이용자와 전통시장 상인의 온라인 판로 확대 니즈에 대응한 결과 올 2분기 네이버 전체 주문량이 전년 동기 대비 12.5배 증가했고, 매출은 2억원을 넘어서는 등 서비스 이용률이 높아지는 추세다.

    경남지역 전통시장도 온라인 배송 서비스로 일부 성과를 내고 있다. 경남도에 따르면 올해 8월 31일부터 9월 30일까지 한 달간 창원 가음정시장, 창원 도계부부시장, 김해 삼방시장, 진주 자유시장 등 4곳의 네이버 장보기 배달 주문 건수는 605건, 매출은 1900만원을 기록했다. 실제 창원 가음정시장 ‘반찬의 달인’은 8월께 입점한 후 온라인 주문과 배달이 30%가량 늘었다. 판매자는 “코로나로 식당을 못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반찬을 사서 해결하려는 손님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진주 자유시장 ‘4742회센터’는 포장 판매를 통해 지난해보다 60%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판매자는 “코로나로 어려운 점도 있지만, 온라인 포장 주문이 늘면서 먹거리 중심의 점포들은 오히려 더 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높은 적립 포인트는 장점, 차별성 없는 품목은 한계= 주문 방법은 어렵지 않다. 주문자가 네이버에 로그인하면, 개인정보 주소지를 기반으로 장보기 가능한 시장이 화면에 뜬다. 원하는 시장을 선택한 후 점포별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은 후 구매하면 된다. 일반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예를 들어 채소를 사려고 하면, 검색어에 ‘채소’를 누르면 각 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채소 리스트가 나오는 식이다. 여러 업체에서 장을 본 경우라면 각각의 업체에서 따로 결제해야 한다. 네이버 페이 온라인 결제는 은행 계좌를 등록하거나 신용카드를 연동하면 가능하다.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의 장점은 결제 후 적립되는 포인트다. 대부분 온라인 사이트가 결제 금액의 0.5~1% 정도 적립을 해주는 것에 반해, 네이버 페이를 이용해 결제하면 최대 7%까지 적립받을 수 있다.

    하지만 참여한 전통시장 점포들의 경우 자체 배송망이 없는 데다 이미 포화상태로 평가받는 온라인 장보기 시장에서 차별화된 품목이 없는 점은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경남상인연합회 윤장국 회장은 “품목이 다양해야 하는데 단순한 점도 문제가 있다. 고객의 선택 폭이 넓어질 수 있도록 좋은 품질의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지역화폐도 시행 초기 얼마나 어려웠나. 처음부터 잘 되는 건 없다. 온라인 플랫폼의 경우 단골 고객이 아니라 새로운 고객이 들어오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꾸준히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관리체계를 갖춰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통시장 일부만 참여하다 보니 지원을 받지 못하는 점포들이 더 많다. 시범 운영되고 있는 장보기 서비스가 보다 빠르게 정착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면으로 홍보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간편결제 사각지대’ 벗어날까= 전통시장은 그동안 간편결제의 사각지대로 불렸다. 현금을 선호하는 시장 상인에게 간편결제 업체가 파고들어 갈 ‘틈’은 좁았다. 간편결제 업체로서도 한번 제휴를 맺으면 많게는 수백 개의 가맹점을 확보할 수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에 비해 마진이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 영향으로 비대면 바람이 불며 상황은 달라졌다. 네이버 페이는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를 통해 전통시장을 가맹점으로 대거 확보했다. 전통시장 서비스 이용률이 급증하기 시작했고, 온라인 결제망을 통해 오프라인 가맹점을 확보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뒤따랐다. 특히 전통시장과 모바일이 한데 만나면서 전통시장을 멀리하던 소비자들도 만족스러운 상품을 손쉽게 구매하는 경험을 늘려가는 중이다.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를 이용한 김해지역의 한 주부는 구매평을 통해 “나물류, 마늘종, 식혜, 찰옥수수 등을 주문했다. 무료배송에 첫 구매 할인이 적용되면서 원래 가격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음식도 새거나 흐르는 것 없이 깔끔하게 포장돼 자주 이용할 것 같다. 실제로 이 구성대로 장을 봤으면 한 시간 넘게 걸렸을텐데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고 남겼다.

    ◇도내 입점 전통시장만 5곳= 올해 10월 25일 기준 네이버 온라인 장보기에 입점한 경남지역 전통시장은 창원 가음정시장, 창원 도계부부시장, 김해 삼방시장, 진주 자유시장 등 총 4곳이다. 경남도에 따르면 전통시장 4곳에 입점된 점포는 창원 가음정시장 14곳, 창원 도계부부시장 22곳, 김해 삼방시장 18곳, 진주 자유시장 12곳 등 총 66곳으로 29개 품목·841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양산남부시장상가도 추가 입점이 결정됨에 따라 시장 자체 이벤트를 마련해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SNS나 지역 맘카페, 경남도 블로그, 상권 주변 아파트 전단 등을 활용해 홍보하고 3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는 무료배송을 진행한다.

    양산남부시장상가 정은하 사무국장은 “업체별 타진은 완료된 상태이고, 현재 네이버에서 전산 작업 중이다. 다음 주 중 31곳의 점포가 네이버에 오픈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통시장의 경우 어르신들이 대부분 이용하고 있어, 이번에 온라인 마케팅을 활용한 시스템이 구축되면 30~40대 젊은 층을 유인할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도는 향후 ‘온라인 장보기 배송’ 결제 수단으로 전통시장 전용 상품권인 온누리상품권과 지역사랑상품권을 이용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의 중이다. 추후 사업 성과를 분석한 후 도내 전통시장에 적용할 방침이다.

    도 소상공인정책과 관계자는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의 경우 시스템 구축 비용을 제외한 별도의 예산 지원 없이,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도입한 온라인 플랫폼이다. 올해 8월말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고, 아직 초기 단계라 상인들이 어려워하고 불편해해 자리 잡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올 연말에는 안착될 수 있도록 상인 교육과 마케팅을 비롯한 적극적인 홍보에도 나서겠다. 사업 추이를 지켜보고 내년에는 입점 전통시장을 더 늘릴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주재옥 기자 jjo5480@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주재옥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