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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오늘 하루도 안녕하십니까- 이재성(시인)

  • 기사입력 : 2020-11-05 20:2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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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추가 되기까진 아직 시간이 남았다. 철의 변화가 하루하루 쌓인다. 은행나무가 노랗게 옷을 갈아입는다. 거리마다 조금씩 울긋불긋한 낙엽이 덮인다. 순식간 떨어지는 기온 앞에 사람들도 옷을 갈아입는다. 점점 짧아지는 봄과 가을이 사라지진 않을까 생각했던 것도 잠시, 낮아진 코로나19 단계에 가을이 사람들을 유혹한다. 지역마다 대표 가을축제가 저마다 코로나19 대응 방식을 통해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한다. 대응하고 적응하며 변화를 받아들인다. 그러고 보니 현실은 끊임없는 도전의 연속이다.

    일상의 반복보다 지난한 일이 어디 있을까. 현재진행형인 코로나19는 새로운 시선을 보게 만든다. 쳇바퀴처럼 똑같은 하루가 지속되어 개인이 현실에 매몰되는 때가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그 순간마저 되돌릴 수 없는 일상의 소중함으로 만든다. 태어나서 등교하고 출근하고 하교와 퇴근을 반복하면서 살아가는 동안, 24시간 변함없이 흐르는 시간 앞에 우리들은 사소한 도전을 끊임없이 하고 있었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라는 말이 “출근하고 올게”로 바뀌며, “다녀왔습니다”라는 말로 하루일과가 마침표를 찍을 때. 그리고 잠이 드는 순간까지 인식하지 못한 변화가 있다. 평범한 하루하루가 쌓여 내일을 만든다는 것이다. 멀리서 보았을 땐 숲이 보이고 가까이서 보았을 땐 나무가 보인다. 시대는 계속해서 변화를 꿈꾸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하루는 치열하다. “안녕하십니까” 또는 “잘 지내고 있습니까”라고 묻기조차 힘든 오늘이다. 그럼에도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지나쳐가는 인사말이었지만 오늘의 안부는 의미가 변했다. 개인이 혼자서만 살 수 없다는 것을 거리두기를 통해 알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던 관계가 더욱 선명하게 느껴진다.

    작은 변화로부터 큰 변화가 이뤄진다. 2019년 말 경각심 크지 않던 코로나19가 엄청난 영향을 세계에 펼쳤다. 시간은 속절없이 흐른다. 1년이 다 되어간다. 마스크로 대변되는 오늘날의 풍경. 가상공간이 아닌 현실에서 새로운 관계망을 찾는다.

    한편으로 전 세계가 잠시 쉼표를 찍자 지구 생태계환경이 일순간 좋아졌다. 2주에 한 번 분리수거 날에 분리수거 품목이 변했다. 보다 세분화된 이름으로 재활용품을 담는 자루들이 늘어났다. 플라스틱 용기에 비닐로 된 이름표를 뜯어 분리 배출해야 된다. 종이류에 배출되던 우유곽이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 색별로 플라스틱 용품이 분류된다. 오염된 용기는 분리수거되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인해 늘어난 배달문화와 일회용품들이 산을 이룬다. 강화된 분리수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분리수거 방식에 공감하고 지켜나간다. 작은 도전들이 모여 새로운 변화를 만든다.

    계절이 변하고 있다. 같은 아파트에 수년을 살아가는 동안 인사하지 못했던 이웃들이 있다. 승강기나 계단 혹은 단지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다. 마스크에 가렸지만 소리 내어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를 한다. 조금은 당황한 목소리로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듣는다. 낙엽을 정리하는 경비원에게도 “수고하십니다”라고 인사를 건넨다. 하던 일을 멈추고 눈웃음을 건넨다. 목소리로 전하는 인사와 배려, 이러한 작은 행동이 일상의 소소한 변화와 도전이다. “오늘 하루도 안녕하십니까?” 소소한 일상이 모여 세상을 바꾼다.

    이재성(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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