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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승복- 김유경(정치부 기자)

  • 기사입력 : 2020-11-10 20: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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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표가 끝나지도 않은 시점부터 선거는 개표중단과 재검표 논란에 휘말리며 소송전에 돌입했다. 미국 대선 말이다. 원구성 단계부터 의장 불신임 문제가 불거졌고 의사당 내 폭력 논란에 사상 첫 윤리특위 회부도 이뤄졌다. 경남도의회 이야기다.

    ▼2000년 대선 당시 엘 고어 민주당 후보는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에게 플로리다에서 패했다. 근소한 차이였다. 고어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연방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검표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였다. 실제 플로리다 주 민주당 우세 지역에서는 개표기계의 결함, 선관위의 행정미숙으로 무효표가 상당수 발생해 논란의 여지를 남겼지만 고어는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미합중국의 민주주의 가치 옹호를 위해 승복한다”고 했다.

    ▼경남도의회 의장·부의장 자리를 놓고 의장·제1부의장과 더불어민주당이 대립각을 세우면서 지난 7월 제377회 임시회에 상정된 불신임안은 5개월째 계류 중이다. 불신임안을 ‘기명으로 처리하느냐, 무기명으로 하느냐’를 두고 씨름하던 의회는 지난 8월 제378회 임시회부터 불신임안과 사퇴 촉구결의안 처리 순서 다툼으로 선회, ‘누가 의사봉을 쥐느냐’하는 문제로 줄다리기를 시작했다. 한 의원은 5분 자유발언에서 “코로나19와 수해로 전쟁 같은 나날을 보내는 도민들의 삶을 살펴야 할 의원들이 오히려 걱정을 끼쳐 부끄럽다”고 말했다.

    ▼고어는 대통령이 되는 지복을 누리지는 못했지만 낙선 후 미 정부가 외면하고 있던 지구온난화 문제를 다룬 책과 영화를 제작하며 환경운동가로 살았다. 일각에서는 재출마를 노린 활동이라는 루머가 있었지만 그는 더이상 출마하지 않았다. 양산시의회, 함안군의회, 의령군의회, 김해시의회, 진주시의회도 경남도의회와 비슷한 갈등을 겪었거나 겪고 있다. 안타깝게도 자리를 차지한 자도, 그것을 앗으려는 자도 승복을 모른다. 지역정가에도 풀뿌리 민주주의 가치 옹호를 위한 승복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유경(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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