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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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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가장 무서운 동물- 강현순(수필가)

  • 기사입력 : 2020-11-15 20: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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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볼 때마다 신기하고도 무섭다는 생각이 드는 티브이 프로 ‘동물의 왕국’을 보았다. 아프리카의 가장 위험한 동물, 250킬로그램의 근육질인 사자가 티브이 화면 속에서 확 뛰쳐나올 것 같았다.

    육식동물인 사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밀림을 누비며 사냥감을 찾았다. 동물이라면 마구, 무엇이든지 덤벼들었다. 또한 상대의 크기도 가리지 않았다. 해설자의 말에 의하면 혼자 힘으로 사냥이 안 될 땐 여러 마리가 힘을 합쳐 1톤에 달하는 물소도 쓰러트린다는 것이었다. 과연 동물의 왕다웠다.

    몇 분 전까지 숨을 쉬던 동물을 입가에 피를 묻혀가며 뜯어먹는 모습은 끔찍하였다. 불현듯 그 사자의 입보다 더 무서운 건 어쩌면 사람의 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육식동물은 육식만을, 초식동물은 초식만 하지만 잡식동물인 사람의 입에는 그야말로 온갖 게 다 들어간다. 육식, 초식은 물론이고 땅위, 땅속, 바닷속에서 나는 것뿐 아니라 심지어 만들어 먹기까지 하지 않은가.

    사자는 배가 고파서 사냥감을 잡아 죽이지만 사람은 재미로, 시기심으로, 혹은 심심해서도 상대를 죽인다.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게 속삭이기도 하던 그 입 속에는 사악한 뱀의 독보다, 치명적인 전갈의 침보다 더 무서운 비수인 혀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세 치의 혓바닥으로 다섯 자의 몸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는 동양명언에 고개를 주억거린 적 있다.

    법정에서 거짓 증언으로 인해 무고한 사람이 삽시간에 죄인 아닌 죄인이 되는 것을 보면서 전율을 느꼈다. 새빨간 거짓말을 퍼뜨려 경쟁자를 우롱하는 안하무인격인 철면피를 보면서 진저리를 칠 때도 있었다. 잘 생각하지도 않고 하는 말은 겨누지 않고 총을 쏘는 것과 같아서 뒤늦게 후회한들 소용없다. 말은 새와 같아서 날아가 버리면 잡을 수가 없는 까닭이다.

    문득,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마음이 환해지는 곱고 따뜻한 말들이 세상에 넘쳐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식사를 끝낸 사자가 고개를 홱 돌려 나를 바라보기에 그만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현순(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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