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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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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관심- 박남용(창원시의원(가음, 성주동))

  • 기사입력 : 2020-11-18 20: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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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래 전 다녔던 직장의 추억이다.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꽤 높은 건물이었다. 1층 로비는 아주 높은 천장에 몇 개의 조명이 자리하고 있었다. 바로 아래 경비실 옆에는 칸막이조차 없이 조그만 구둣방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날도 오늘과 같은 가을날로 기억한다. 부지런한 부부는 이른 아침부터 구둣방을 정비해 손님 맞을 채비에 분주하다. 지나는 직원은 에너지 절약 차원에 습관적으로 한 등씩 소등을 하는데 하필 구둣방이 위치한 공간이었다.

    구둣방 부부는 말없이 직원의 눈치만 살피며 묵묵히 구두를 닦았다. 내가 알기 전 오래전부터 말 한마디 못하고 그러려니 하고 일했던 것이다. 하루 이틀 구두를 맡겨 보기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구름 많이 낀 어느 날에도 절약에 철저한 직원은 등을 소등했고 구둣방 부부는 아무런 반응 없이 구두 닦는 일에 몰두하는 모습이었다. 살며시 다가가 어둡지 않으세요? 시력이 불편하지 않으십니까? 라고 물으면 빙그레 하얀 이를 보이며 여기서 일할 수 있는 것도 복이라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말로 화답했다.

    그래도 그렇지, 최소한 일할 수 있는 환경은 조성되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리사무소를 찾아가 사정을 이야기했다. 관리소장은 처음 듣는 내용이라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자세히 설명을 드리고 현장 확인을 해 달라는 요청과 좋은 방안을 모색해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먹구름이 짙은 어느 날 아침 출근길이었다. 평소 보이지도 않던 구둣방이 환한 조명 아래 연신 웃고 대화하며 구두를 닦는 부부의 모습이 눈에 목격되었다. 바로 옆에는 커다란 조명이 부부의 작업 공간을 비추는 것이었다. 행복해하는 부부의 모습이 오늘과 같은 가을 아침에 더욱 그리워지고 보고 싶어진다.

    작은 풀, 나무, 공기 하나에도 관심을 가지고 거기에 감사하는 수많은 마음들과 함께 호흡한다. 소홀히 생각되는 많은 것들에 더 많은 관심과 더 많은 사랑을 마음으로 전달하고 싶다. 아니 “생각하면 행동하라”라는 말처럼 전화 한 통해 안부를 묻고 만나고 즐기는 우리의 가을동화를 구연하자.

    박남용(창원시의원(가음, 성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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