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0일 (토)
전체메뉴

마산 보도연맹 희생자 재심 ‘무죄’… 70년 만에 명예회복

법원, 5건 15명에 모두 무죄 선고
12개 시민단체 “환영” 공동성명
“정부, 특별법 제정해 배·보상을”

  • 기사입력 : 2020-11-23 07:57:02
  •   
  • 한국전쟁 전후 국가에 의해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마산 국민보도연맹 희생자들이 재심에서 잇따라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70년 만에 명예를 회복하게 됐다. 시민사회단체와 희생자 유족들은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정부에 실질적인 명예회복조치도 함께 촉구했다.

    20일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앞에서 유족과 창원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창원·마산·진해 국민보도연맹 사건 민간인 희생자 재심 사건의 무죄 선고를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창원시/
    20일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앞에서 유족과 창원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창원·마산·진해 국민보도연맹 사건 민간인 희생자 재심 사건의 무죄 선고를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창원시/

    ◇희생자 70년 지나 ‘무죄’= 창원지법 마산지원 형사1부(재판장 류기인)는 지난 20일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고 송기현·심상직·심을섭·김현생·권경순·김임수·변재한·변충석·이쾌호·이정식·변진섭·강신구·김태동·이용순·황치영 씨의 재심 5건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2013년과 2014년에 재심을 청구한 유족들은 전후 70년이자 재심 청구 6~7년을 기다린 끝에 무죄 판결을 받게 된 것이다.

    고인들은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헌병과 경찰이 그해 6월 15일부터 8월 초순 사이 마산지역 보도연맹원 400~500여명을 감금하고 마산지구계엄고등군법회의에서 국방경비법 이적죄로 사형을 선고한 ‘마산·창원·진해 국민보도연맹 사건’ 희생자들이다.

    류기인 부장판사는 “재심 대상사건의 재판기록이 보존돼 있지 않아 지금 단계에서 확보할 수 있는 자료에서는 공소사실을 증명할 어떠한 자료도 제출되지 않았다”며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에 의해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다. 담당재판부로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찾지 못했다”며 “기나긴 사건에 마음의 고통을 가슴에 묻은 부분이 해소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피고인들에게 각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앞서 창원지법 마산지원 형사부는 지난 2월 노치수 한국전쟁전후민간인학살희생자유족회장의 부친을 포함한 6명에 대한 국방경비법 위반 재심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가슴 뜨겁게 환영”= 이날 재판부의 무죄 선고에 경남 각계각층에서 환영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이번 판결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정의는 반드시 살아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으로, 재판부의 무죄 판결을 104만 창원시민과 함께 환영한다”고 밝혔다.

    열린사회희망연대와 민주노총경남지역본부, 경남진보연합,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창진시민모임 등 12개 단체는 공동 성명을 내고 “무자비한 국가폭력으로 인해 아픔조차 표현하지 못하고 냉가슴을 앓으며 70여년 고통의 시간을 견뎌 온 유가족들이 조금이라도 원통한 마음을 풀게 돼 다행이다”고 환영했다.

    ◇“진실규명·보상·처벌·위령사업 서둘러야”= 유족과 시민사회단체는 창원지법 마산지원의 잇따른 무죄 판결을 두고 “국가가 자행한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대한 형사 책임을 물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말하며 실질적인 정부의 명예회복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마산 국민보도연맹 사건으로 재심에서 무죄가 밝혀진 21인을 포함해 220명 가까이 사형을 당했으며, 사망 경위가 확인되지 않은 이들까지 포함하면 희생자는 1681명에 달한다.

    노치수 경남유족회장은 22일 통화에서 “국가가 비밀리에 재판을 하고 이후 수십 년간 숨겨 오는 동안 유가족들은 희생자들의 생사도 제대로 알지 못 한 것은 물론 연좌제의 고통까지 겪으며 살아왔다”며 “무죄 선고 후 배·보상 절차가 남았는데 단체 소송을 통해 또다시 3~4년의 시간이 걸린다. 정부가 특별법을 제정해서 배·보상 길을 열어 유가족들의 부담을 덜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12개 단체도 성명을 통해 “정부가 나서서 유가족들의 진정한 해원(解寃)을 위해 피해자들을 빠르게 보상하고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가해자를 밝혀 처벌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피해자 유가족 지원 대책 등을 주문했다.

    도영진·이한얼 기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도영진,이한얼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