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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오아시스가 신기루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 김일태 (시인·연출가)

  • 기사입력 : 2020-11-23 21: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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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2일부터 나흘간 창원 컨벤션센터 일원에서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국내 최초 온라인으로 개최한 ‘한·세계 화상 비즈니스위크’와 ‘충무공 이순신 방위산업전’이다. 이 행사에 필자는 조직위원이자 플랫폼 ‘오아시스’의 총감독이라는 직함을 달고 참여했다.

    대한민국과 세계 화상, 그리고 방산 분야 기업들 간 상호 협력, 수출 교역과 상생의 새로운 장을 제시할 목적으로 개최한 이들 행사에서 단연 주목받은 것은 콜로세움 같이 생긴 거대한 비즈니스용 원형패널 스튜디오 ‘오아시스’였다.

    한국의 ICT기술을 집약해서 만든 ‘오아시스’는 주변에 별도로 조성된 보조 무대와 어울리며 전 세계 1000여명이 동시에 참여하는 이색적인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그래서 이름 그대로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위드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과 함께 이에 대응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평가를 받았다.

    이번 행사의 성과를 두고 주최 측에서는 몇 개국 몇 명의 화상대표들과 기업들이 참여하여 어느 정도 규모로 비즈니스가 이루어졌는가 하는 계량화된 성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필자는 우리가 알면서도 쉽게 간과하는 이번 행사의 보이지 않는 성과에 주목한다. 이는 행사를 유치하고 기획하고 치르는 가운데 쌓은 노하우나 기술축적, 참여 당사들 간의 신뢰 구축 같은 가치이다.

    이번 행사의 특징은 주체가 철저히 지역 중심이었다는 점이다. 무형의 신기루 같던 일이 유형의 오아시스로 가치 창출을 해낸 주역이 사업을 주도한 창원시, 부울경중화총상회와 지역의 젊은 행사전문가들과 업체들이다. 이들이 마음을 모아 이른바 ‘우리 힘으로’ 해낸 것이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그동안 대부분 국제 행사들이 서울에 활동기반을 둔 공공기관 단체가 주도하고 경험과 자본을 많이 축적하고 있는 서울의 중견 기획사와 전문 인력이 지역의 기업체와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는 형식이어서 말이 공동주최 주관이지 사실 들러리 서다 부실할 때 책임만 뒤집어쓰는 경우도 잦았고 또 노하우 축적이 되지 않다 보니 사업의 사후 성과관리와 지속적인 가치 창출, 미래를 위한 성장 동력으로 삼아 확대 재생산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다.

    ‘한·세계 회상 비즈니스위크’와 ‘충무공 이순신 방위산업전’은 큰 실수 없이 시대적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서 가능성을 보였지만 성급한 기대와 예측은 위험하다. 우리는 플랫폼 ‘오아시스’를 통해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가능성을 확인했을 따름이지 이를 잘 활용하여 앞으로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해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이제부터다.

    ‘세계 최초로 시도된 비즈니스 형식’이라는 가치에 가려 크게 드러나진 않았지만 당초 의도에 미치지 못하는 미흡한 부분, 보완돼야 할 것들도 많았다. 카메라 연출로 적절히 입체효과는 만들어내었지만, 한국이 자랑하는 입체영상기술과의 접목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고 스튜디오와 참여자 간 원활한 쌍방향 소통도 앞으로 보완해야 할 숙제로 남겼다.

    ‘오아시스’는 교류의 장이다. 이 플랫폼은 창원이라는 공간 안에만 붙들어 매어 둘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 공간 안에서는 철저히 가치와 이익의 공유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성급하게 내 이익에 집착하는 순간 오아시스는 다시 신기루가 될지 모른다.

    창원시에서 이번에 이루어낸 가치를 바탕으로 한국과 화상 기업 간, 또 생산기업과 바이어 간 서로 신뢰를 바탕으로 상호의 이익과 상생할 방안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우리 힘으로 만들어낸 소중한 성공가치가 신기루가 아닌 제대로의 오아시스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실제 준비 기간 3개월 남짓 되는 짧은 일정에도 ‘해보자’라는 일념으로 열심히 노력한 스태프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김일태 (시인·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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