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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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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층 가옥의 화재 안전- 이기오(창원소방본부장)

  • 기사입력 : 2020-11-29 19:5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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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오 창원소방본부장

    지난 10월 8일 울산 남구 지하 2층, 지상 33층 주상복합건축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저층부 발코니에서 시작된 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외벽을 따라 꼭대기 층까지 번졌다. 건물 전체가 화염으로 뒤덮인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고 부상자 역시 경미한 수준이었다.

    고층 건축물은 비교적 소방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고 화재발생 시 연기 확산 속도가 빨라 대형 인명피해 우려는 항상 존재한다. 특히 전열기구 사용이 증가하는 겨울철은 화재에 대한 우려는 가중된다. 고층건물에서 안전한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어떠한 자세를 갖춰야 할까?

    우선 겨울철 난방용품을 안전하게 사용해야 한다. 보관 중이던 전기장판을 다시 꺼내 사용할 때는 열선이 끊어지지 않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사용 시에도 이불 등을 겹겹이 덮은 채로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라텍스와 같은 침구류는 열 축적이 잘되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용품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전원을 차단하는 것 뿐 아니라 플러그를 완전히 분리해야 한다. 또한 KS 인증 마크가 있는 안전이 검증된 제품을 구입해야 한다.

    고층 건물에서 불가피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올려야 할 것은 인명 대피이다. 작은 불일 경우 소화기를 이용하면 되지만 불씨가 크거나 초기 진압에 실패했을 경우에는 경보를 울리고 큰 소리로 화재 사실을 알리며 대피해야 한다. 무턱대고 지상으로 대피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침착하게 몇 층에서 불이 났는지 확인하고 지상층으로 갈 것인지 옥상층으로 갈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가 거주하는 건물에 옥상 비상문이 상시 개방상태인지 확인해 두어야 한다. 또한 우리 집 경량칸막이와 비상구 및 피난계단에도 장애물을 적치하지 않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평소 화재발생을 대비해 실시하는 소방훈련의 적극적인 참여이다. 울산 주상복합건축물 화재를 ‘사망자 0명의 기적’이라 부른다. 그 기적을 불러 올 수 있었던 것은 소방의 선제적인 대응과 주민들의 침착한 대피로 꼽힌다. 이는 평소 소방서와 함께하는 소방훈련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결과라 할 수 있다. 2001년 ‘9·11테러’ 당시 3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모건스탠리사 직원 대부분인 2687명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 생존했다. 연 4회의 훈련은 많은 직원의 핀잔을 받았지만 위기의 순간 침착하게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수 있는 빛을 발했다.

    창원소방본부에서는 고층 건축물을 대상으로 각 분야 전문가들과 화재안전시설 실태조사와 거주자 중심 자기 주도 소방훈련방식을 강화하고 있다. 향후 고층 건축물 화재에 적응성 있는 장비와 전문 인력을 양성하여 전담대응팀을 운영할 예정이다. 시대 환경에 따라 주거방식이 고층가옥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사전 안전점검과 안전수칙만 잘 준수한다면 고층화된 주거에서도 안전한 겨울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기오(창원소방본부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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