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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4월 2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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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859) 이지교법(以智矯法)

-꾀로써 법을 바꾸다

  • 기사입력 : 2020-12-22 08:5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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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시대 대부분의 학자들은 유교경전만을 공부하면서 유학 아닌 것은 이단(異端)으로 배척하였다. 유학자로서 불교나 노장(老莊), 제자백가(諸子百家) 계통의 서적을 읽으면 그 자체로서 흠이 되어 다른 학자들의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니 학문의 폭이 좁고 경직화될 수밖에 없었다.

    반면에 중국은 학문 경향이 자유로워 유학자이면서도 불교나 노장에 정통한 학자가 많았고, 그런 책을 읽었다고 해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유교경전 이외의 서적인 제자백가(諸子百家) 가운데도 좋은 말이나 좋은 사상이 많이 들어 있다.

    제자백가 가운데 ‘한비자(韓非子)’라는 고전이 있다. 전국시대 말기 한(韓)나라의 왕족인 한비(韓非)가 쓴 책이다. 그는 본래 유학자인 순자(荀子)에게서 학문을 배웠다. 그러나 인의(仁義)에 바탕을 둔 유교는 현실에 맞지 않다 하여 법가(法家)의 사상을 공부하여 집대성하였다.

    한비는 나라를 다스리는 데 근간이 되는 세 가지 요소로 법률(法), 술수(術), 세력(勢)을 내세웠다. 이러한 바탕에서 ‘한비자’라는 그의 통치이념을 담은 책을 저술하였다. 후세의 법가사상의 핵심이 되었고, 근대법 제정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통치자를 위주로 한 저서지만 통치자와 지배자의 심리구조를 잘 파악하여 효과적으로 통치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중국을 통일하기 전에 진시황이 그의 저서를 읽어보고 “이런 사람하고 정치를 같이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나!”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마침내 진시황을 만나 국가 다스리는 데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진시황이 그에게 매료되어 크게 발탁될 계획이었다. 그때 진시황의 신임을 받고 있던 정승 이사(李斯)의 모함으로 감옥에 갇혔다가 자살함으로써 이상을 실현하지 못 했다. 이사는 순자의 문하에서 같이 공부한 친구였다.

    ‘한비자’ 속에는 ‘망징편(亡徵篇)’이 있는데, 어떤 나라가 망하려고 할 때 보이는 조짐 47가지를 열거하고 있다. 오늘날 봐도 실감이 나는 항목이 많이 있다. 그 가운데 이런 내용이 있다. “조그만 지혜를 가지고 법규를 바꾸고, 임금이 늘 자기 개인적인 이익 때문에 나라의 일을 어지럽히고, 형법이나 금지령을 끊임없이 고치고, 임금의 명령이 지나치게 빈번하면 그런 국가는 망할 수 있다.”

    지금 대한민국 국회는 법률을 너무 많이 만들고 너무 자주 바꾼다. 북한 주민들에게 민주국가의 사정을 알리는 전단을 날려 보내는 사람을 처벌하는 법,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사람을 처벌하는 법, 아파트 매매를 규제하는 법 등등이다. 금지하는 법은 결국 국민의 자유로운 발언과 행동을 제약한다. 대통령이나 정부의 법 집행도 공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법을 제정하더라도 금지하거나 규제하는 법률보다는 국민의 힘을 북돋우고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법률이나 명령이 더 필요하다.

    * 以 : 써 이. …로써 이. * 智 : 지 혜 지. * 矯 : 바로잡을 교. 고칠 교. 속일 교. * 法 : 법 법.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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