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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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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문화의 향기] (1) 진주 예술중심 현장

예술의 중심 가꾸는 ‘현장’

  • 기사입력 : 2021-01-03 20: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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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01년 1월 본지 신년호에 ‘문화의 향기’ 1편이 실렸다. 문화의 향기 시리즈는 약 100회에 걸쳐 지역의 유무형 문화 자산들을 소개하며 지역 문화의 맥을 짚는 데 기여했다. 이후 20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지역 문화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냈다.

    본지는 2021년 1월 신년호부터 ‘新문화의 향기’를 통해 새롭게 지역 문화의 향기를 내뿜고 있는 사람과 공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지역이라는 한계에 코로나19 위기까지 겹친 지금, 문화의 향기는 마음에 희망을 심는 유일한 백신일지도 모른다. 기사는 격주 월요일에 게재된다.


    2001년 본지에 게재됐던 ‘문화의 향기’ 지면
    2001년 본지에 게재됐던 ‘문화의 향기’ 지면

    진주 동성동, 빈 점포가 즐비한 잿빛 구도심 한가운데 샛노란 4층 건물이 눈에 띈다. 전체 건물이 전시장과 공연장 등 문화 공간으로 채워진 이 건물의 이름은 ‘예술중심 현장(ArtCenter Hyunjang)’. 20여년 전 극장으로 만들어진 건물이 10여년 전부터 민간 공연장이 있는 상가로 활용돼다 지난 22일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건물주이자 공간을 만든 주인공은 기존 건물 3·4층 소극장 임차인이었던 (사)극단 현장이다. 지난 12월 28일 예술중심 현장에서 만난 고능석 극단 현장 대표는 이 건물에 대해 “극단과 원도심의 지속 가능한 생존을 모색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진주 예술중심 현장 건물 전면
    진주 예술중심 현장 건물 전면

    프로젝트의 시작은 지난 2020년 초 건물이 부동산 매물로 나오면서부터다. 인근 원도심이 급격히 쇠락하면서 건물주가 건물을 매물로 내놓았다. 지난 2007년부터 건물 3·4층 현장아트홀을 소극장으로 사용하고 있던 극단은 퇴거 위기를 느꼈다. 고민하던 극단 단원들은 결국 건물을 통째로 구매하겠다는 용단을 내렸다. 고 대표는 “극단이 장기적인 정체성을 가지기 위해서 안정적인 공간이 필요하기도 했고, 건물을 통째로 문화공간으로 꾸미면 도심 재생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매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진주 유일 민간 공연장 퇴거 위기 놓이자
    지역민·극단 힘모아 복합문화 공간 탄생


    자본·자재·가구 지원, 재능기부 더해지며
    다목적 공연장·갤러리·협업공간 등 갖춰


    시민 위한·시민에 의한 연극공간 만들고
    원도심 재생 기여하는 ‘예술 놀이터’ 계획

    3층 현장아트홀 로비에 그려진 극단 현장의 대표작 ‘정크, 클라운’ 벽화 앞에서 단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3층 현장아트홀 로비에 그려진 극단 현장의 대표작 ‘정크, 클라운’ 벽화 앞에서 단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건물 가격은 총 13억원, 극단에 그만한 돈은 없었다. 우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도시재생기금의 수요자중심형 융자(이율 1.5%)로 11억원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시민들과 ‘파란만장 백만대군’이라는 이름의 시민모금 프로젝트를 진행핬다. 십시일반 모인 시민들의 후원과 무이자 출자금으로 3억원 가까이 되는 돈이 모였다. 이에 극단의 자산까지 투자해 매매부터 리모델링까지 건물이 완성될 때까지 총 17억가량을 들였다.

    전문공연장인 3층 ‘현장아트홀’ 로비.
    전문공연장인 3층 ‘현장아트홀’ 로비.

    건물 매입 결정부터 개관까지, 모든 과정이 지역민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극단 후원회원들과 지역민, 지역 기업체의 자발적인 후원과 기부, 응원은 건물을 완성하는 데 큰 힘이 됐다. 진주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은 1000만원을 무이자 출자했고, ㈜가설안전구조연구와 ㈜호산 등 지역 업체에서 공사용 임시 가설물과 복합패널 등 장비를 지원했다. 또 사천지역 리미술관 작가들이 재능 기부로 전시관을 꾸며주고, 일반 시민들이 테이블과 의자 등을 기부했다.

    이는 극단 현장이 1974년부터 오랜기간 지역에서 활동하며 지역민들과 쌓은 신뢰와 애정이 만들어 낸 성과다. 그동안 극단 현장은 수준 높은 공연들을 선보이며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올해 대한민국 연극제의 금상과 신인연기상 수상 외에도 대표작 ‘정크, 클라운’으로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또 지역민들을 위한 시민 연극단을 만들고 각종 지역 축제에 참가해 지역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이에 400여명의 후원회원들이 생겼고, 많은 시민들이 지역 극단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된 것이다.

    갤러리 공간과 카페가 함께 있는 1층 ‘현장에이라운드’
    갤러리 공간과 카페가 함께 있는 1층 ‘현장에이라운드’

    예술중심 현장은 시민들에게 받은 마음을 돌려주기 위해 건물을 시민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건물 지하 다목적 공연장, 1층 전시장 에이라운드(Around), 2층 공동협업 공간 아고라(Agora), 3·4층은 공연장 아트홀(Arthall) 등 총 5개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다. 지하 다목적 공연장은 가변형 블랙박스 씨어터로 설계해 다양한 예술적 실험을 도모한다. 관객과의 거리를 최대한 좁혀 콘서트, 강연, 워크숍, 예술가 인큐베이팅, 지역민 커뮤니티, 축제 등 다양한 공연과 전시, 행사가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또 코로나19 확산 이후 온라인 영상 송출을 위한 촬영 스튜디오로도 활용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1층 현장에이라운드는 갤러리 형식의 복합문화예술 공간과 카페가 함께 조성돼 전시와 작은 공연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2층 현장아고라에는 연극놀이와 1인공연 기반의 ‘놀이하는 이모네’, 조명디자인회사 ‘밝은세상’, 시민극단 ‘이중생활’, (사)한국연극협회 경상남도 도지회, (사)한국연극협회 진주지부, usd현대무용단이 입주해서 극단 현장과 협업하고 있다. 3, 4층의 전문공연장 현장아트홀은 기존 컨디션을 보다 업그레이드해 재단장했다. 로비와 화장실 그리고 분장실을 확장하고 공연장 시설도 한층 더 화사하고 편리하게 변했다.

    고능석 극단 현장 대표가 아트홀 입구에 새겨진 셰익스피어의 명언 앞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성승건 기자/
    고능석 극단 현장 대표가 아트홀 입구에 새겨진 셰익스피어의 명언 앞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성승건 기자/

    지역 연극인은 물론 연극 애호가, 연극을 잘 모르는 시민들까지 이 노란 건물 안에서 연극과 친해질 수 있을 것만 같다.

    한편 극단 현장은 지난 12월 22일 오후 6시 30분 온라인 개관식을 개최했으며, 28일에는 ‘온라인 집들이’ 동영상을 업로드했다. 해당 영상은 온라인 유튜브 채널로 약 2주간 송출할 예정이다.


    /인터뷰/ 고능석 극단 현장 대표 “안정적 창작 가능한 연극인 공간 됐으면”


    -예술중심 현장을 만든 소감은?

    △우선 47년 만에 극단이 자가로 공간을 가지게 돼 기쁘다. 이 건물이 안정적으로 유지가 된다면 100년 넘게 극단의 정체성을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또 시민들이 함께 만든 건물인 만큼 시민들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놀이터로 활용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운영에 대한 부담도 있다.

    -건물은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가?

    △코로나19로 비대면 공연 촬영을 하려는 단체들의 공연장 대관은 종종 있지만, 커피숍과 전시장, 강연장 운영이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 애초부터 큰 수익을 바라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기 때문에 건물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다양한 수익 사업을 진행해보려고 한다. 시민들을 위한 연극 축제를 개최하고, 시민들이 직접 연극을 만들 수 있도록 공간을 대여할 계획이다.

    -예술중심 현장의 지향점은?

    △건물을 구매한 목적이 우리 극단만을 위해서가 아닌 시민들과 함께 쓰고 싶은 공간을 만들고 싶어서였다. 전국의 수많은 예술가들과 경남도민, 그리고 진주시민들이 재밌는 예술 놀이터로 활용했으면 좋겠다. 예술 중심 현장뿐만이 아니라 주변 거리나 사잇길 등에서 일상적으로 축제가 벌어지고 인근 도심의 도시재생활성화 사업에도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극단과 지역민, 시가 함께 힘을 모아서 민간 주도적인 원도심 재생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길 바란다. 더 욕심을 내자면 이 건물에서 생긴 수입으로 많은 연극인들이 안정적으로 작품 창작에 몰두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김종민·조고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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