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경남신문 신춘문예 '동화' 심사평] 따뜻한 동심의 시선이 빚어낸 감동
- 기사입력 : 2021-01-04 08:4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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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에서는 어린이의 마음과 현실의 사실감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이나 동식물을 소재로 삼았다고 다 동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야기를 쓰든 그 안에는 감동의 요소가 있어야 하며, 그 감동 끝에 자연스럽게 교훈이 전달되어야 한다.
본심에 올라온 6편 모두 수작이었으나, 고심 끝에 ‘내 이름은 구름이’를 당선작으로 뽑았다. 이름을 가져본 적이 없는 길고양이가 자신에게 이름을 붙여줄 사람을 찾는 이야기이다. 천둥 치는 날, 꽃가게 아주머니가 고양이를 집에 들여 씻긴 후, 고양이 등에 구름 같은 흰털이 있다며 구름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작가는 길고양이와 아주머니를 대등한 시선으로 따뜻하게 바라보는데 이것이 동심의 시선이다. 아픔을 가진 둘이 만나 서로에게 행복을 주는 결말이 감동적이고, 꾸밈없이 담백하고 간결한 문장 역시 작가의 역량을 신뢰하게 만들었다.
배익천
김문주‘수상한 이웃’은 아파트 옥상 위에 사는 다문화가정의 상황을 감동적으로 드러냈으나, 단락 구분을 계속한 전개방식이 애매하고 작가의 가치관이 직접 드러난 결말이 아쉬웠다. ‘전단지 떼는 아이’는 엄마의 공부방 전단지를 떼던 아이가 엄마를 이해하는 과정이 흐뭇했지만, 구성 방식에서 이미 결말을 예측할 수 있어 아쉬웠다. ‘캣 드림빌 옥탑방’은 길고양이의 집을 청소하고 자신의 상처도 치유 받는 예쁜 이야기이지만, 지나치게 무난한 결말이 아쉬웠다. ‘새 똥 맞기 대작전’은 새 똥을 맞아 소원을 이루려는 내용이 재미는 있으나, 주인공의 과한 행동에 대한 개연성이 부족하였다. ‘눈 떠 보니 내가 세 명’ 역시 작가가 입담 좋게 이야기하는 듯 잘 읽혔지만, 비현실적인 이야기의 발단에 개연성을 얻기가 부족해 보였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아쉽게 탈락한 예비 작가들에게는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등단은 시작일 뿐, 끝까지 쓰는 사람이 진짜 작가이다.
심사위원 배익천·김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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