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경남신문 신춘문예 '소설' 심사평] ‘전자파 세상’ 실감있게 그려
- 기사입력 : 2021-01-04 08:4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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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경남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응모작 편수는 코로나 여파인지 예년에 비해 다소 떨어졌다지만 그래도 상당히 많은 예비 작가들이 응모했고, 만만치 않은 실력을 과시한 작품도 많았다. 100여 편을 훌쩍 넘긴 작품들 중에서 심사숙고하며 최종심으로 선정한 작품은 ‘록포트만에 머물다’, ‘아이들’, ‘오피스텔’, ‘덩크’, 하루에 두 시간만’ 등 모두 다섯 편이다.
이 중 ‘오피스텔’은 문장과 구성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지만 메시지가 불분명하고 임팩트가 부족해서, ‘록포트만에 머물다’는 벌새를 모티프로 삶의 지난한 도정을 비교하고 이끌어가는 구성도 괜찮고 밀도 높은 문장 구사도 마음에 들었지만 희망을 위한 분명한 메시지가 없다는 점에서 제외했다.
김홍섭
김은정‘덩크’의 경우 농구라는 스포츠를 테마로 인생의 굴곡을 풀어가고 있다. 현실과 환상을 오가면서 나락으로 떨어진 삶을 극복해가는 과정은 괜찮았다. 참신한 소재 역시 눈에 띈다. 다만 이야기의 동기가 되는 화자와 언니의 관계가 너무 느슨해서 감정이입이 안 되는 것이 아쉬웠다. ‘아이들’은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주인공이 보육교사가 되어 아이들에게 적극적 사랑을 베풀며 보상 받으려는 이야기와 맞벌이 가정의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꽤 괜찮은 화음을 만들어내지만, 전체적으로 소외된 아이들에 대한 관심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내기에는 부족했다는 판단이다.
긴 시간 숙고 끝에 ‘하루에 두 시간만’을 당선작으로 민다. 문명비판 소설이다. 전자파 알레르기라는 특이 질병을 앓는 사람들을 통해 현대문명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설득력 있게 묘사하고 있다. 아파트나 빌딩에 솟아 있는 중계기나 노트북 심지어 휴대전화까지도 인간을 좀먹어가는 전자파로 가득한 세상을 실감 있게 그리고 있다. 세련되고 안정된 문장력 또한 신뢰가 간다. 소재 소화능력도 나무랄 데가 없었다. 당선을 축하드리며, 아쉽게 낙선한 분들께도 격려의 박수 보낸다.
심사위원 김홍섭·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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