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는 묵혀둘 수 없어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옹이처럼 단단해진 응어리를 녹이고 난마처럼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푸는 일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급한 마음에 서두르다 보면 생각이 달아나고 너무 달래면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날마다 씨름하듯 뒹굴다 보니 다져두고 눌러두었던 사연들이 하나둘 바깥세상으로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언제부턴가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가슴을 짓눌렀던 단단한 덩어리들을 명주실처럼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풀어냅니다.
지금은 종심소욕(從心所欲)을 화두로 삼고 있습니다. 아직은 하고 싶다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지만,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려고 노력합니다. 현실의 벽에 막혀 추스르고 눌러두었던 일들을 이순을 넘기고서야 하나씩 시작하고 있습니다. 혼자서 할 수 없을 때는 누군가에게 묻고 답을 기다립니다. 세상일이 내 마음 같지 않아도 크게 상심하거나 아쉬워하지 않고 사람과의 관계가 잘 풀리지 않아도 상처받지 않으려고 합니다. 기억의 고리가 붙어 있을 때 가고 싶은 길을 가려고 합니다. 그곳이 어디든 더 늦기 전에 많은 것을 즐기려고 오늘도 자판을 두드리고 소리를 배웁니다.
끝으로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과 경남신문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리고, 글의 영역을 넓혀주신 분들께도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늘 곁에서 힘이 되어준 가족들과 저를 아는 모든 분과 함께 이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수필 부문 당선자 김순경 씨 △1958년생 △울산 출생, 부산 거주 △공학박사·동의과학대 자동차과 교수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관련기사 -
- 2021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자를 만나다
- [2021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소감] 설레는 마음으로 시조 텃밭 일굴 것
- [2021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숫돌을 읽다- 허정진
- [2021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냄비의 귀- 장이소
- [2021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심사평] 숫돌서 읽어낸 아버지의 삶
- [2021 경남신문 신춘문예 '수필' 심사평] 고른 호흡·어휘 선택 돋보여
- [2021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소감] 참된 마음으로 오래 쓰겠다
- [2021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심사평] 현대인의 소외와 고립감 잘 표현
- [2021 경남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하루에 두 시간만- 김단비
- [2021 경남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소감] 나를 다독이는 ‘소설의 자장’
- [2021 경남신문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고주박이- 김순경
- [2021 경남신문 신춘문예 '소설' 심사평] ‘전자파 세상’ 실감있게 그려
- [2021 경남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소감] 산타 할아버지가 보낸 ‘깜짝 선물’
- [2021 경남신문 신춘문예 '동화' 심사평] 따뜻한 동심의 시선이 빚어낸 감동
- [2021 경남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내 이름은 구름이- 남경희
- [알림] 2021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