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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4월 2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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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861) 기력여우(氣力如牛)

- 기운과 힘이 소와 같다

  • 기사입력 : 2021-01-05 08: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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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축년(辛丑年)이 밝았다. 신축년은 소의 해이다. 축(丑)은 소를 말한다. 신(辛)은 십간(十干) 가운데 여덟 번째인데 방위로는 서쪽에 해당되고, 색깔로는 흰색이다. 그래서 신축년은 ‘흰 소’의 해다.

    농경사회가 되면서 사람들이 본래 야생동물을 데려다가 길을 들여 가축으로 만들었다. 가축 가운데서도 가장 오래된 가축이 소라고 한다. 소가 가축이 된 것이 6000년이 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삼국의 역사서인 ‘삼국사기(三國史記)’에 의하면 438년(신라 지증왕 22)에 이미 백성들에게 소로 수레를 끄는 법을 가르쳤고, 502년(신라 지증왕 3) 소로 논밭을 갈았다는 기록이 있다. 또 소는 사람에게 고기를 제공한다. 그 밖에 소의 털, 뿔, 뼈 등도 다 쓰임새가 있다.

    가축 가운데 소만큼 사람이 친근감을 느끼는 것이 없을 것이다. 시골 출신의 사람들은 어릴 때 대략 5년 이상 산이나 들로 다니면서 소를 먹였고, 들판에 일하러 갈 적에도 항상 소가 옆에 있었다. 좀 간이 큰 아이들은 어른들의 눈을 피해 소를 타고 다녔다.

    그래서 시나 소설에 제일 많이 등장하는 가축이 소다. 그림에도 많이 등장한다. 소 등에 타고 풀피리 부는 목동의 그림에서 목가적(牧歌的)인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도시 사는 시골 출신의 사람들이 향수를 떠올릴 때 항상 소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다.

    소의 지능을 측정하기 쉽지 않지만 상당히 지능이 있는 것 같다. 필자가 어릴 때 집에서 키우던 나이 많은 소는 다른 집에서 빌려가 일하면 저녁 먹으로 우리 집으로 안 오고 혼자 일한 집으로 찾아갔을 정도였다. 20년 넘게 우리 집에서 키웠는데 정이 너무 들어 올해는 꼭 팔아야지 했지만 차마 팔 수가 없었다. 너무 늙어서 도저히 일을 못 해서 어쩔 수 없어 팔게 되었는데, 장날 소 제가 팔려 가는 줄 알고 안 가려고 눈물을 흘리며 버텨 식구들도 다 울었을 정도였다.

    또 소는 재산이나 재산 증식용으로도 쓰였다. 시골의 큰 부자 집은 논밭만 많은 것이 아니고 소도 많았다. 가난한 사람은 남의 소를 먹여주고 농사일만 시키고, 새끼를 낳으면 소 주인이 가져가 팔았다.

    또 농촌에 ‘배냇소’라는 것이 있었다. 가난한 집에서 평생 소를 한 마리 장만할 수 없으니까 잘사는 집의 소가 송아지를 낳으면 데려다 기른다. 그 소가 어미 소가 되어 다시 새끼를 낳으면 그 송아지는 그 집에서 하고, 다 큰 어미 소는 돌려주는 방식이었다.

    아무튼 소는 몸집이 크고 걸음이 느리고 힘든 일도 묵묵히 해내는 점잖고 우직한 인상이 강하다. 부지런하고 불평 없고 자기를 희생해서 다른 사람을 편하게 한다는 느낌을 소에게서 받는다.

    지난해 2020년은 정말 어려운 한 해였다. 연초부터 시작된 코로나 사태로 전 세계 사람들의 생활이 비정상이 되었다. 경제는 주저앉고 개인의 일상생활도 모두 비정상이 되었다. 정말 난리 중의 난리다.

    이런 때일수록 소처럼 묵묵히 자기 일하면서 잘 버텨나가야 할 것이다.

    * 氣 : 기운 기. * 力 : 힘 력.

    * 如 : 같을 여. * 牛 : 소 우.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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