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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4월 1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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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3월의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양미경(수필가)

  • 기사입력 : 2021-01-07 20: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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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키지는 않지만 신축년(辛丑年) 벽두부터 또다시 코로나19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2020년의 크리스마스는 내 기억에 역대 최악이었던 것 같다. 크리스마스가 예전 같지 않은 건 오래되었다. 거리나 상가에 크리스마스트리와 캐럴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보기 어려워졌고, 풍성하고 흥겨웠던 거리의 풍경도 아기자기하던 가정집의 크리스마스트리도 사라져갔다. 그렇지만 이번 같은 크리스마스는 본 적이 없다. 뭔가가 지구를 덮쳐버린 것 같은 암울한 분위기였다.

    젊은이들이 붐비며 흥겨워야 할 세계인들의 축제일이지만 거리는 한산했고 어둡고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여기저기 문 닫은 상가들이 속출하고 굳게 닫힌 문이나 불 꺼진 윈도에는 ‘임대’나 ‘폐업’이라고 쓰인 종이들이 너덜거렸다. 얼마 전 단골 가게로부터 ‘문을 닫게 되어 미안하다’는 문자도 받았다. 자영업의 동반몰락은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아르바이트 형 직업군도 함께 주저앉히고 말았다.

    이처럼 힘들 때는 없는 사람들의 고통이 훨씬 심각하게 다가온다. 크리스마스라지만 산타클로스가 외면한 도시는 모두가 떠나간 공동(空洞)의 도시 같았다.

    그중에 더 우울한 소식은, 코로나19로 밀집 식사가 불가능해지면서 노숙자 무료급식소마저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하루 한 끼는 육신과 영혼을 지키는 유일한 생명선일 수 있다. 한 끼의 식사를 위해 무료급식소 이곳저곳을 기웃거려야 하는 모습은 참으로 안쓰럽다. 뉴스에서 비춰주는 그들의 모습은 차마 보기 어려워 채널을 돌려야 했다. 그들에게 지난해 성탄절은 여느 날보다 가혹한 하루였으리라.

    코로나가 시작될 때만 해도 우리 삶과 사회가 이리 황폐해질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세계가 ‘K방역’을 칭찬할 때만 해도 힘들었지만 이내 극복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발생 1년이 넘어가는 지금 주변의 많은 것들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겨울 들면서 전문가들이 예언한 2차 코로나19 팬데믹은 현실이 되고 확진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만 갔다. 기대했던 치료약은 지지부진하고 백신의 희망마저 이런저런 사정으로 늦어진다는 우울한 소식이다. 진정 산타클로스는 우리를 외면하는 것일까.

    영국 정치가 벤자민 디즈레일리가 “절망이란 어리석은 자의 결론이다”하였듯 절망은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적이다. 절망은 포기를 가져오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을 꺾어버리기 때문이다. 용기와 희망만 놓지 않으면 극복은 시간문제일 뿐임을 나는 믿는다.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빌면 우리 국민이 백신을 맞게 되는 것은 빨라야 올 3월쯤부터일 것이라 한다. 전문가들은 3월도 늦다지만 그때라도 꼭 백신이 확보되기를 믿고 기다리자. 그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지 않은가. 다행히도 치료제 개발 소식도 속속 들려오니 희망은 있지 않은가.

    부디 이 땅을 깜빡 지나쳤던 산타할아버지가 3월에는 찾아와서 코로나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해주고 우울한 얼굴에 웃음을 찾아주기를 기도한다. 지난해 크리스마스는 산타가 나이가 들어서 잠깐 잊고 지나쳤노라고, 그래서 미안하다고, 지금이라도 왔지 않냐며 그렇게 하얀 수염과 백신을 흔들며 너털웃음을 한바탕 웃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양미경(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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