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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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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자를 만나다

문학으로 나와 당신에게 악수 건넬래요

  • 기사입력 : 2021-01-11 22: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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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단비 “형편없을 것 같은 삶 속에서 자신만의 삶 일구는 이야기 쓰고팠어요”

    장이소 “글쓰기는 깊이 들여다보는 구멍 같은 것…이제 나를 눈감을 수 없어요”

    허정진 “문학은 저의 안식처… 글쓸 때 세상을 만나고 내 삶이 가장 강해졌죠”

    김순경 “자신을 점검하고 뒤돌아보며 함께 나아가야 할 동반자죠, 문학은”

    남경희 “아동문학을 따라가면 상상의 숲에서 ‘감동의 파도’로 마음이 일렁여요”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가 며칠 남지 않은 어느 날 선물 같은 전화를 받았다는 이들이 있다. 2021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자 김단비(본명 김민아·44·소설), 장이소(본명 장은희·54·시), 허정진(64·시조), 김순경(64·수필), 남경희(62·동화)씨다.

    소설 김단비, 시 장이소, 시조 허정진, 수필 김순경, 동화 남경희 씨
    소설 김단비, 시 장이소, 시조 허정진, 수필 김순경, 동화 남경희 씨

    문학에 대한 오랜 간절함과 열정으로 문단의 출발선에 선 이들은 경남신문 신춘문예가 걸어온 문학의 길을 더욱 밝혀줄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19로 시상식이 취소돼 직접 만날 순 없지만 이들이 풀어놓는 그동안의 이야기들은 놓칠 수 없다. 문학의 길을 향한 첫발을 떼고 신나게 달릴 준비를 하고 있는 그들을 전화로, 서면으로 만나봤다.


    문학과 인연을 맺은 계기는

    △김단비= 카피라이터가 되길 꿈꿨지만 출판사 직원이 됐다. 그 후로 늘 글을 쓰는 꿈을 꾸던 중 직장을 그만두었고 그때 이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잠을 자려고 누우면 떠오르는 일들, 무언가를 보면서, 어떤 일을 겪으면서 생각했던 일들이 주인공 인생의 단면이 된다는 것이 희열로 느껴졌다.

    △장이소= 어릴 때부터 동시보다 뜻도 모를 시를 좋아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 ‘너는 커서 시인이 되거라’ 하신 말씀이 늘 맘속에 있었지만 밥벌이에 밀려 살았다.

    △허정진= 오래전 미국 이민 시절, 장년의 나이로 낯선 환경과 의지할 곳 없는 세상에 적응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그때 우연히 미동부문인협회의 신춘문예 공모를 보게 됐고, 생명수를 찾은 것처럼 반가웠다. 준비 과정을 거쳐 당선, 작품활동을 하면서 이민 생활의 후회와 실망을 접고 삶을 활력과 긍정으로 바꿔놓았다.

    △김순경= 삼대가 모여 사는 대가족 속에서 자랐다. 드라마처럼 벌어지는 갖가지 일들이 문학의 자양분이 되었다. 현실에 떠밀려 쇠를 녹이고 기계를 돌리는 공학도의 길을 가면서도 글쓰기에 갈증을 느꼈다. 퇴직하는 날이 다가올수록 하나씩 정리하고 매듭짓고 싶어 이순을 앞두고 문학의 문지방을 넘었다.

    △남경희= 어릴 적 그림책과 동화책을 좋아했고, 두 아들을 키우면서 아동문학의 소중함을 더욱 깨닫게 됐다.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어주는데도 그때마다 재미있어하는 게 신기했고, 그런 힘이 작품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했다. 그러다 일본 그림책을 번역할 기회가 있었는데, 나도 언젠가 내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희망을 품게 됐다.


    당선작을 쓰게 된 계기나 주제에 얽힌 사연은

    △김단비= 세상의 잣대 안에서 힘겹고 형편없을 것 같은 삶, 그 속에서 누구보다 아름다운 자신만의 삶을 일구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한계 상황에서 역전을 통해 통쾌함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 전자파는 현대 생활 속 공기처럼 자리하고 있는데, 그것에 대해 한번쯤 숙고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장이소= 낡은 양은냄비에 밥과 김치보시기를 담아 나르던 날들이 있었다. 내가 초등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였는데, 골목을 지날 때마다 아이들이 나를 원숭이처럼 구경하던 게 너무 싫어 하루 종일 엄마를 굶긴 적도 있었다. 이제 당신은 세상에 없고 그런 당신의 마지막을 지켜드리지 못했다는 것이 숙제처럼 남아 있다.

    △허정진= 공사 일하느라 바쁘게 사셨던 아버지가 5년 전 돌아가셨다. 평생을 자식들 뒷바라지하느라 고생만 하시다 호강 한번 못해본 생애였다. 고향집에 들렀는데 우물터에 마른 숫돌이 그대로였다. 가운데가 닳고 닳아 옴팡해진 숫돌을 보자 아버지의 굽은 등이 떠올랐다.

    △김순경= 요양병원에서 여위어가는 어머니를 볼 때마다 미래의 내 모습이 겹쳐졌다. 층층시하에서 받았던 수많은 상처를 치유해주던 큰아들과 둘째 아들이 먼저 세상을 떠나자 삶의 끈을 놓아버린 어머니는 조용히 생을 마감하는 고주박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망백을 훨씬 넘기고도 이제 칠순 넘겼다며 해맑게 웃는 어머니를 그려내고 싶었다.

    △남경희= 지난해 설에 서울에서 대학 다니는 막내가 어린 길고양이를 데리고 왔었다. 평소 고양이를 무서워했지만 어느 순간 냥이의 사랑스러움에 내 마음이 단번에 무너지고 말았다. 한 달간의 짧은 만남이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고, 진정한 소통이 어떤 것인지 말하고 싶었다.


    문학이 내게 갖는 의미는

    △김단비= 문학은 나에게 마음을 담아 몰두하는 대상이다. 소설을 쓰면서 금세 하루가 지나가 버리는 날이 많았다. 하루가 텅 빈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꽉 찬 것처럼 느껴지는 기이한 느낌이었다. 그 느낌을 평생 갖고 살고 싶다. 문학은 누군가에게 건네는 나의 작은 악수, 소통의 시도인지도 모르겠다.

    △장이소= 내게 글쓰기는 깊이 들여다보는 구멍 같은 것이었다. 한때 글은 잘난 사람만이 쓰는 것인 줄 알았다. 오히려 자신의 결핍에서 나온다는 생각을 했을 때 이제 더 이상 나를 눈감을 수 없었다.

    △허정진= 문학은 나의 ‘케렌시아(안식처)’다. 뒤쫓아가기만 하느라 지친 세상에서 벗어나 숨을 고르며 힘을 모으는 쉼터고 자아 회복의 장소다. 글을 쓸 때 비로소 생각이 보이고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그때가 내 삶은 가장 강해졌다.

    △김순경= 치유라고 생각한다. 가슴에 맺힌 단단한 응어리를 녹여내는 것이다. 언제 들어앉았는지도 모를 사연들이 글을 쓸 때마다 누에가 실을 게워 내듯이 조금씩 빠져나가는 것 같다. 이제는 글을 통해 자신을 점검하고 뒤돌아보며 함께 나아가야 할 동반자라고 생각한다.

    △남경희= 아동문학의 담백하고 간결한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상상의 숲’에 다다른다. 그 속에서 마음껏 상상하고 뛰어놀다 ‘동심’이라는 돌멩이를 푸른 호수에 던지면 잔잔한 ‘감동의 파도’가 내 마음속까지 일렁이게 된다. 이처럼 내게 있어 아동문학의 의미는 소풍 길을 걷는 것 같은 즐거움이다.


    어떤 글을 쓰고 어떤 작가가 될 계획인지

    △김단비= 재미있고 진솔한 이야기, 때로는 기발하고 발칙한 이야기도 쓰고 싶다. 그 이야기를 통해 위로와 용기 그리고 웃음을 줄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 그 행복을 위해 적어도 스스로가 흡족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겠다고 다짐해본다.

    △장이소= 글은 길과 같아서 어떤 글을 쓸 것인지는 매순간 고민하게 된다. 자기만의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보다 자신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 시가 주는 영향력 속에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다면 좋겠다. 난해함과 소통, 그 간극을 잘 조절하는 것이 숙제이자 방향이 될 것 같다.

    △허정진= 소재나 지향은 인본주의와 자연주의다. 어느 작가나 그러하듯이 나 또한 인간성의 모든 문제와 삶의 본질적 과제에 관한 관심이 글쓰기의 주제다. 속리(俗理)에서 벗어나 선하고 순한 세상을 꿈꾸고 싶다. 그래서 뛰어난 작가보다는 따뜻한 작가가 되고 싶다.

    △김순경= 삶을 관조하는 작가가 되려 한다. 접근하기 어려운 현학적 글보다는 누구나 쉽게 읽고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찾아 소소한 행복을 가져다주고 싶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보다는 자신을 되돌아보는 진솔한 글을 쓰고자 한다.

    △남경희= 역사동화 창작에 관심을 가져볼 계획이다. 오랜 일본 유학 경험을 살려 한일 관계에 있어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작품을 써보고자 한다. 그런 작품을 통해 아이들이 국제화, 다문화사회 속에서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할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김종민 기자 jm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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