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8일 (목)
전체메뉴

[성산칼럼] 도로 위의 무법자 ‘도로 살얼음’- 박광석(기상청장)

  • 기사입력 : 2021-01-13 20:07:15
  •   

  • 서부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대표적인 영화로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황야의 무법자’를 기억할 것이다. 법과 질서가 잘 지켜지지 않던 서부 개척 시기에 무법자들이 난무하였다면, 이 시대 겨울철 도로 위의 무법자는 바로 ‘도로 살얼음’이다.

    운전하는 분들은 한겨울 도로를 운전하다가 차가 미끄러지는 아찔한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2019년 12월 14일 상주~영천 고속도로에서 41중 연쇄 추돌 사고로 7명이 사망하였고, 2020년 1월 6일 합천 33번 국도에서 41중 추돌로 10명이 부상 당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 사고의 원인은 바로 도로 위 살얼음으로, 눈 깜박할 사이에 대형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도로 살얼음은 도로의 표면에 생기는 반질반질한 얼음으로 단순히 도로가 젖어 있는 것처럼 보이거나 아스팔트 색깔이 그대로 투영되어 운전자가 맨눈으로 인식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블랙 아이스’라고도 부른다.

    교통안전공단에 의하면 도로 살얼음이 있으면 차량 제동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예측하지 못한 차량 회전 등 핸들 조작이 어렵고 제동 거리가 길어져 연쇄 추돌 가능성이 크며, 건조한 도로 교통사고보다 치사율이 1.5배 높다고 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의하면 기후변화에 따른 겨울철 도로 여건 변화로 도로 교통 안전 위험성이 증대되고 있으며, 결빙으로 인한 사고는 2015년 6%, 2016년 8%, 2017년 9.5%, 2018년 10.4%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강설 및 결빙 도로 사고 10년 평균 통계를 보면, 사고 건수는 53만6731건, 사망자 1836명, 부상자는 13만6309명으로 위험기상으로 인한 사망자가 10년 평균 507명인 것에 비하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도로 살얼음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방법은 없을까?

    우선 무엇보다도 안전 운전이 제일이다. 도로 살얼음 위험 지역과 예측 정보를 운전자들에게 사전에 알려줄 수 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고속도로는 산악이나 계곡 지형을 통과하므로 대기 온도와 노면 온도에 차이가 발생하고, 도로 인근의 저수지나 하천에 안개가 발생하게 되면 급격한 습도 상승으로 국지적으로 결빙이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일상적인 기상 예보와 달리 별도의 도로 결빙 예측 정보가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도로 살얼음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기상청을 비롯한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한국도로공사 등이 참여한 범정부 차원의 협업이 추진되고 있다.

    도로 살얼음 예측을 위해서는 우선 도로에 살얼음이 발생하는 조건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그러나 도로 살얼음은 도로 위에서 국지적으로 발생하고 육안으로 구분이 어렵기 때문에 도로 상의 과거 관측 자료가 부족하고, 관측 기간이 겨울철에 한정되어 예측 기술 검증을 위한 실시간 관측 정보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래서 기상청에서는 결빙 위험지역에 도로기상관측시스템을 설치하고, 기후환경실증실험을 통해 노면 결빙을 연구하고 있으며, 연구 자료를 토대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도로 살얼음 발생 위험도 예측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도로 살얼음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제공한다면 운전자들은 충분한 제동 거리를 확보하고 감속 운행을 하며, 스노우 체인 사용 등 안전 조치를 신속히 실천하여 겨울철 결빙으로 인한 교통사고 예방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부처의 협업과 소통으로 장애와 난관을 헤쳐 나가면 도로 위 무법자를 잡는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박광석(기상청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