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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4월 1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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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문화의 향기] (2) 남해 돌창고 프로젝트

오래된 작은 돌창고서 ‘남해 문화’를 지키는 일
50년 전 만들어진 비료 창고 개조해
남해 전통·미래 쌓는 공간으로 탈바꿈

  • 기사입력 : 2021-01-17 20:4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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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랜시간 버려져 황량했던 돌창고에 그림이 걸렸다. 거칠고 견고한 돌창고의 아름다움은 미끈하게 가꿔진 문화 공간에 질린 도시인들을 매료시켰다. 굳이 사람들은 불편한 남해 시골길을 따라 외진 돌창고를 찾아 오기 시작했다. 2016년이었고, 남해 돌창고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이후 5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돌창고를 함께 운영하던 김영호 대표와 최승용 대표가 대정돌창고와 시문돌창고를 각각 운영하게 됐다. 그리고 시문돌창고에서는 더 이상 개인 작가들을 위한 전시는 하지 않는다. 대신 남해의 오래된 경관으로 그 공간을 채우고 사람들에게 이야기 한다. 지역의 경관을 보존해야 희망이 있다고.

    50년 전 섬 마을 사람들이 양곡과 비료를 보관하기 위해 만들어진 돌창고는 어떻게 문화를 향유하는 공간을 넘어서 지역의 전통과 미래를 논하는 장이 됐을까. ‘남해소리’ 전시를 준비 중인 남해군 삼동면 시문돌창고를 16일 찾았다.

    최승용 ㈜헤테로토피아 대표가 남해군 삼동면 시문돌창고 안에 앉아 있다.
    최승용 ㈜헤테로토피아 대표가 남해군 삼동면 시문돌창고 안에 앉아 있다.

    시문 아랫마을과 윗마을이 만나는 삼거리 길가에 위치한 돌창고는 확연히 눈에 띄는 외관은 아니다. 네모나게 다듬어진 자연석 청돌(靑石)들이 큐브 모양으로 쌓아올려진 외형은 유명세에 비해 소박하고 정갈한 느낌이다.

    외벽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서면 입구로 쓰이는 철판 문이 보인다. 녹슨 문 표면에는 ‘농협비료보관창고’라는 글자와 남해 돌창고의 전시를 소개했던 글자가 흐릿하게 남아 있다. 내부에는 직전 전시였던 남해 보호수의 일부와 벤치가 남아있을 뿐 특별한 설치물은 보이지 않는다.

    남해군 삼동면 시문돌창고는 1967년 양곡과 비료를 보관하기 위해 자연석 청돌로 쌓아올려 만들었다.
    남해군 삼동면 시문돌창고는 1967년 양곡과 비료를 보관하기 위해 자연석 청돌로 쌓아올려 만들었다.
    남해군 삼동면 시문 돌창고는 1967년 양곡과 비료를 보관하기 위해 자연석 청돌로 쌓아 올려 만들었다.
    남해군 삼동면 시문 돌창고는 1967년 양곡과 비료를 보관하기 위해 자연석 청돌로 쌓아 올려 만들었다.

    2016년 돌창고를 매입한 최승용 ㈜헤테로토피아 대표는 매입 이후 기존창고의 원형을 훼손하지 않고 최대한 보존해서 리뉴얼했다. 최근 물이 새는 문제로 슬레이트 지붕을 교체하고 천장에 대형 냉난방 시설을 설치한 것이 전부다. 벽면을 따라 바닥에 풀들이 올라오고 있고 천장 한 가운데 마룻대에는 ‘1967년 1월24일 14시 상량’이란 글이 새겨져 세월을 가늠케 한다.

    돌창고와 나란히 자리 잡은 건물의 1층 카페 애매하우스는 돌창고를 찾는 관람객과 지역민들의 사랑방 같은 공간이다.

    최 대표의 고향 하동 악양에서 어머니가 만드는 ‘어머니 미숫가루’가 유명한데, 이 밖에도 남해의 ‘옥희 유자청’, 남해 시금치와 마늘, 남해 해모아 목장의 자연 치즈로 마무리한 ‘이파리빵’, 남해의 햅쌀과 단호박으로 만든 떡에 지역의 농장에서 만드는 유자청과 소스로 만든 ‘가래떡 구이’ 등이 남해의 식음료가 메뉴로 나와 있다. 돌창고가 유명세를 타면서 주말이면 카페를 찾는 이들이 하루 수 백명인데, 초창기에는 카페 수익으로 ‘돌창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시문돌창고 맞은편 카페 ‘애매하우스’.
    시문돌창고 맞은편 카페 ‘애매하우스’.

    돌창고 프로젝트가 지난 5년간 지역에서 거둔 성과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35세 미만 지역 신진 작가들을 위한 전시와 레지던시 사업, 지역민과 청년들을 위한 문화 커뮤니티 ‘애매 살롱’ 개최, 지역 이야기를 쓰는 ‘쓰리피플’ 출판사업 등 다채로운 사업을 펼쳤다. 처음 돌창고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서 내걸었던 목표인 ‘지역에서 문화와 예술로 삶의 방법을 모색하겠다’에는 어느 정도 부합한 활동이었다. 그런데도 갈증은 계속됐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문화로 먹고살기 위해서는 그 이상이 필요했다.

    최 대표는 “돌창고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2년 동안은 도시의 문화를 지역에 가져와 향유하고 싶은 마음에 도시의 문화를 지역에 가져오기 바빴고 그것이 지역에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3년 차부터 생각이 바뀌었다”며 “도시의 것들을 가져와서 전달하는 일은 할 만큼 했고 지역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발산하고 재창조하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2019년 시작한 남해보존지도 프로젝트가 전환의 시작이었다. 남해는 개발이 아닌 보존을 하고 그 가치를 지역에서 인정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남해소리와 보호수, 다랭이논, 죽방렴, 마을 숲, 소규모 항구 등 10년 장기 프로젝트로 계획을 세웠다. ㈜헤테로토피아 연구원들이 답사를 통해 모은 전통 문화 경관 소스를 바탕으로 아티스트들과 협업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2019년에는 남해의 노거수 31그루를 아카이빙(archiving·기록보관)하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서 ‘남해 보호수’ 책을 출간하고, 2020년에는 4명의 아티스트와 함께 ‘마을의 수호자:남해 보호수’미술 전시도 열었다.

    또 남해의 전승 민요를 발굴해서 국내외 아트스트들과 협업해 새로운 음악을 창작하는 ‘남해소리’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2019년 남해의 소리 4곡을 발굴해 3회 공연을 가졌고, 2020년에는 2곡을 음원으로 발매하고 공연 영상을 송출하는 작업을 했다. 돌창고 프로젝트는 올해부터 시문돌창고를 남해보존지도 프로젝트의 거점으로만 활용할 계획이다. 나아가 남해군과 함께 지역자원 재생을 위한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옛 남해대교 옆 휴게소였던 남해각에 ‘기억의 예술관’을, 남해 미조항의 제빙창고를 문화공간으로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지역색이 묻어난 예술적 체험 공간으로 현대미술전시와 음악공연 등을 진행해왔던 시문돌창고 내부.
    지역색이 묻어난 예술적 체험 공간으로 현대미술전시와 음악공연 등을 진행해왔던 시문돌창고 내부.

    이뿐만이 아니다. 남해로의 귀향을 고민하는 청년들을 위해 자발적인 상담에 나설 뿐만 아니라 지역에 정착한 청년들을 위한 홍보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시문돌창고를 찾아 남해로의 귀향을 논의하는 이들이 1주일에 1~2팀씩 꾸준히 있고, 최근 2~3년간 돌창고 프로젝트의 영향을 받고 남해로 이주해 온 청년들은 10팀이 넘는다. 카페 ‘애매하우스’ 한 켠에 마련된 ‘남해로부터’ 코너에 소개 중인 지역의 업사이클링 잡화점 ‘키토부’를 비롯해 ‘마파람 사진관’, ‘유자아뜰리에’ 등도 남해에 창업을 한 청년들이다.

    카페 ‘애매하우스’ 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카페 ‘애매하우스’ 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남해에 창작자들의 이주가 늘고 있습니다. 대형 문화 공간들까지 생기면 앞으로 남해는 더 많이 변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지금 지역의 이러한 움직임의 중심에 돌창고 프로젝트가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랍니다. 저희가 남해의 문화와 남해 청년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결국 그것이 돌창고 프로젝트의 힘이 되기 때문이니깐요. 서로가 공급자이자 수요자가 돼야 시장이 만들어지고 지역에 풍요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지겠죠.”

    이날 몇 시간 동안 머문 돌창고와 애매하우스 카페에서는 관람객뿐만 아니라 남해에서 활동하는 청년 작가들이 오고가며 근황과 일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도 수차례 볼 수있었다. 작고 낡은 돌창고에 남해의 희망이 꿈틀대는 듯했다.

    글=조고운 기자·사진=김승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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