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8일 (목)
전체메뉴

[경남시론] 세스페데스 신부 기념일이 ‘양력’ 12월 27일?- 이상준(한울회계법인대표 공인회계사)

  • 기사입력 : 2021-01-19 20:11:12
  •   

  • 2021년은 12간지 상 신축년(辛丑年)이다. 그러나 정확하게 말하면 지금은 경자년(庚子年)이고 구정인 2월 12일부터다.

    역사를 접할 때 당시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계절이나 월일이 중요하다.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음력과 양력을 구분하지 않고 설명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음력을 사용했는데 음력은 계절의 변화와 차이가 있어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구의 공전 주기에 맞춰 24절기를 둔 것이다. 24절기는 중국에서 시작된 것이며 1년의 지구 공전을 15일 간격으로 하여 24등분한 것인바, 결국 양력을 기준으로 24절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나라는 1896년 1월 1일부터 양력을 사용했다.(참고로 일본은 1873년, 중국은 1912년, 러시아는 1918년 2월 14일(음력 1918년 2월 1일)부터 서양력을 사용했다). 즉, 1895년까지의 문헌상 기록은 모두 음력 기준이다(음력 1895년 11월 17일을 양력 1896년 1월 1일로 했다). 예를 들어 세종대왕 탄신일은 1397년 4월 10일(양력 5월 15일-스승의 날), 임진왜란 발발일은 1592년 4월 13일(양력 5월 23일), 원균이 칠천량(거제 칠천도)해전에서 대패하여 자신의 목숨뿐만 아니라 거북선(총 3척)을 포함한 대부분의 조선 군함을 잃게 된 날은 1597년 7월 15~16일(양력 8월 27~28일), 이순신의 노량해전에서 사망일은 음력 1598년 11월 19일(양력 12월 16일, 선조 31년), 부산대첩일은 1592년 9월 1일(양력 10월 5일-부산시민의 날), 제1차 진주성전투는 1592년 10월 5~10일(양력 11월 8~13일 6일간, 충무공 김시민 장군 사망)이고 비운의 제2차 진주성전투는 1593년 6월 22~29일(양력 7월 20~27일, 8일간 진주시민 10만 명 중 6만 명 희생), 병자호란 발발일은 1636년(병자년) 12월 10일(양력 1637년 1월 5일) 등이다.

    ‘스승의 날’ ‘충무공 이순신 탄신 기념일’ ‘부산시민의 날’ 등은 양력으로 환산하여 오늘날 양력을 기준으로 기념식 등 행사를 한다.

    그러나 아직도 양력·음력을 구분하지 못하고 사용하여 혼란을 초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창원시 진해구 남문지구 입구에 창원시가 2016년 2월 조성한 ‘세스페데스 기념공원’이 있다.

    스페인의 세스페데스(C?spedes) 신부는 고니시 유키나가(세례명 아우구스티노)의 진영인 웅천왜성(진해)을 근거지로 삼아 1년 간 머물면서 왜군들과 조선인 포로들에 대한 진중(陣中) 포교에 힘썼다. 조선은 1426년(세종 8년)부터 부산포·내이포(진해 웅천)·염포(울산) 등 삼포(三浦)를 개방하고 왜관을 설치해 쓰시마의 왜인들이 교역을 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세종시대의 쓰시마 섬의 정벌이 왜에 대한 강경책이라면 삼포 개방은 왜에 대한 온건책이었다. “왜군을 위한 종군 신부를 기리기 위해 공원까지 조성한 것은 지나치다”라는 비판은 별개로 치고, ‘기념비’에 양력·음력에 대한 언급도 없이 ‘1593년 12월 27일 한국 땅을 밟은 최초의 가톨릭 선교사’로 기록돼 있다.

    이 기념비가 세워질 당시(2016년 2월)에는 세스페데스가 최초라는 게 정설이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우광훈 감독이 영화 〈직지코드〉를 통해 ‘고려왕과 교황 친서: 서양 신부가 한반도를 최초로 방문한 해는 1333년으로, 기존 학설보다 261년을 앞당겼다’라고 이의를 제기한 시기는 2016년 10월이었다), 양력·음력에 대한 언급도 없이 ‘1593년 12월 27일’로 표시한 것은 문제가 있다.

    이에 한 술 더 떠 세스페데스 신부에 대한 기념식도 매년 12월 27일 열린다고 하니 참 어처구니가 없다. 그가 한국에 도착한 시기는 양력으로 1594년 1월(음력 1593년 12월)인데 양력 12월 27일에 기념식을 행한다니 말이다. ‘팩트’를 좇아 각고의 노력을 한 우광훈 감독에 비해 창원시 관계자들과 역사학자·성직자들의 역사인식이 너무 초라하다.

    이상준(한울회계법인대표 공인회계사)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