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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일은 사람이 하고, 사람은 살기 좋은 곳에 머문다- 박민원(경남창원스마트산단사업단장)

  • 기사입력 : 2021-01-24 20:2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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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의 일이다. 일본 오사카에서 학위 공부를 위해 유학 중이었다. 모두 마찬가지겠지만 유학기간은 끝을 알 수 없는 고독의 터널을 걸어가는 기나긴 여정이다. 그래도 가끔 단비는 내린다.

    연구실 출신 선배들의 리크루트 방문이다. 맛난 초밥을 사주는 건 물론이며, 선술집에서 맛난 맥주도 사준다. 그런 날에는 나는 특히 많이 먹어 둬야 했었다.

    신일본제철(신니테츠)에서 선배가 왔었다. 나를 보고 한국 사람이냐 하면서 많은 질문과 여러 가지 한국 관련 이야기로 시간은 쉽게 흘러갔다. 포항제철(지금의 포스코)을 알고 있는가 하면서 결국 포항제철이 신일본제철을 넘어설 것이라 이야기했다. 지금은 당연한 일인 듯 느껴지지만 20여년 전만 해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설정이었다. 그 당시 일본에서는 삼성전자를 아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은 시기였다. 왜냐고 물었다. 본인이 부장인데, 포항제철의 부장들을 만나면 본인보다 우수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낀다는 것이다. 특히 신입 사원의 경우는 포항제철 신입사원과 신일본제철의 신입사원을 비교하면 본인(자의적 판단이지만)이 보기에는 포항제철 쪽이 우수하다는 것이다. “결국 일은 사람이 하기 때문”에 포항제철이 세계 최고의 철강회사가 될 것이라 했다. 그 예측은 정확하게 맞았고, 그 변화는 철강뿐만 아니라, 전자 등 다양한 산업군으로 확대되었다. 결국 사람이다. 최근 신입생 모집 관련 지방 대학의 어려움이 많은 매체를 통해 다뤄지고 있다. 지역의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나로선 마음이 많이 아프다. 또한 많이 반성한다.

    결국 일은 사람이 하는데, 사람이 사라지는 것이다. 서울로 서울로 사람들은 이동한다. 그만큼 지역에서는 인재를 확보하기가 어렵다. 특히 젊은이가 사라진다는 것이 더 아프다. 지금이라도 젊은이를 잡아야 한다. 젊은이를 위한 공간으로 시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우선 정주여건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 일자리가 있어야 젊은이들이 온다는 생각부터 바꾸자. 젊은이들이 있는 곳에 일자리가 생긴다는 생각으로 전환하자. 미국의 ‘디트로이트 재건 프로그램’에서 그 실효성은 확인되고 있다.

    정주여건 개선의 첫 번째는 교통 환경의 개선이다. 큰 것부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우선 24시간 운행이 가능한 동남권 관문공항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역 일꾼들이 미국을 한번 가려면 일본으로 가서 미국으로 가든지 반대 방향의 인천공항으로 갔다가 다시 미국 쪽으로 향해야 한다. 두 번째는 지하철이다. 지하철은 경제성을 고려해서 건설하는 것이 아니다. 정보와 정보를 연결하는 것이 인터넷이라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공간이 지하철이다.

    동남권 관문공항에서부터 동남권 주요 도시들이 모두 지하철로 연결되어야 한다. 산업도로와 산업철도는 산단과 산단의 물류를 담당하고 지하철은 사람이 사는 도시와 도시를, 일자리가 있는 산업단지와 산업단지를 연결시켜야 한다. 그것이 기본이다. 그다음 새로운 아이디어나 외국의 예를 적용해 볼 수 있다. 그것 두 가지(관문공항, 지하철)를 빼고 사람을 어떻게 불러들일 수 있겠는가? 사람을 잡아 두면 일자리도 잡아 둘 수 있고, 일자리를 잡아 두면 다시 사람을 잡아 둘 수 있다. 다양하고 좋은 정책들 무수히 쏟아 낸다고 해도 기둥과 서까래를 바로 세우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노력 중 기둥은 동남권 관문공항이고, 서까래는 지하철이다.

    최근 동남권 메가시티에 대한 기대의 여론이 뜨겁다. 너무나 당연한 제안이고 반드시 속도감을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 수도권에 사는 친구들은 어떻게 그렇게 자유로운 이동권을 누구로부터 부여받았는가? 우린 500만명이 넘는 인구가 반경 50㎞ 내에 살고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불편한 이동권을 부여받았는가? 동남권도 살기 좋은 곳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이 머문다.

    박민원(경남창원스마트산단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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