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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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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잘 산다는 것은…- 이옥선(경남도의원)

  • 기사입력 : 2021-01-26 20: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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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개천에서 용 된’ 고졸 출신 변호사와 지방 출신 기자가 펼치는 ‘사회정의 실현’ 드라마를 꼭 챙겨보고 있다. 현직 권력자와 배후 실세 그리고 검찰과 언론 카르텔에 맞서는, 뒷배 없어 무모해 보이는 이들의 직진행보는 고구마를 몇 개나 먹은 듯한 요즘, 한여름의 소나기 같은 시원함을 안겨줬다.

    더욱 의미 있는 것은, 이것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데 있다. 대부분 ‘돈이 있어야 좋은 일도 한다’며 한발 빼려고만 할 때, 억울하게 누명 쓰고 감옥생활을 해야 했던 힘없는 이들을 위해, 유쾌 상쾌 통쾌하게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인물들은 그야말로 매력덩이다.

    또한, 극중 사립공고에서 일어난 각종 비리들은, 극적효과를 높이기 위해 과장된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과학과 첨단산업의 광폭 발전에도 ‘노동의 가치’는 왜 제자리인지, 결국 그 일도 사람이 하는 것이고, 1%의 존재도 99%가 없다면 의미가 없는데도, 약자에 대한 무관심과 운명으로 치부하는 기득권적 입장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

    그렇다면 엘리트 출신도 아닌 그들이 이런 멋진 삶을 살 수 있는 에너지는 어디서 나온 걸까?

    가정환경이나 학벌 등 무엇 하나 내세울 것 없지만 어렵고 힘없는 사람들의 정성어린 도움 속에 성장한 자신의 위치를 잊지 않고 약자 편에 선 삶을 살고자 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250여 년 전, 정조는 이미 ‘서얼허통’이라는 개혁안을 발표했는데, 기득권을 가진 사대부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정조는 성균관에 서얼 출신들을 입학시키고 자리도 평등하게 배치하는 결단을 내렸다.

    능력은 있으나 신분적 한계 때문에 크게 등용되지 못한 이들에 대한 배려였는데, 요즘도 가끔씩은 능력과 소신 있는 이들에 대한 ‘정치권의 손내밈’ 현상은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 주인공들은 ‘더 낮은 곳에서 더 어렵고 힘든 이들과 함께’하려는 진정성을 유지했고, 초심을 잃지 않는 선택을 했다.

    그래서 그들의 태도와 철학은 우리를 더욱 부끄럽게 함과 동시에 ‘오래된 과제’이기도 하다.

    이옥선(경남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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