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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미래동력 핵심은 지방이다- 이종훈(광역자치부장)

  • 기사입력 : 2021-02-02 19:4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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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초·중기까지는 지방 양반들도 살림이 괜찮았고 과거 합격하기도 수월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출세의 문이 좁아져 조선후기엔 기호지방의 몇몇 양반 가문이 권력을 독점했다고 한다. 기호지방은 서울시와 경기도·충청도 등 지금의 수도권이다. 과거를 위해 서울로 가는 것 자체가 지방 양반에게는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었기 때문에 기호 지방 양반 세력이 유리할 수밖에 없었고 합격을 하더라도 요직에 등용되지 못했다. 이로 인해 17세기 후반부터 경향분기(京鄕分岐·수도권과 지방의 풍조가 나뉨) 현상이 나타나고, ‘경화세족’이라는 이름의 수도권 양반 세력이 등장한다. 이들은 권력과 부를 토대로 온갖 호사를 다 누렸고 자연스럽게 한양(서울)에 모든 것이 집중됐다. ‘사람은 나면 서울(한양)로,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야한다’는 ‘속담 아닌 속담’도 이즈음에 생겼다는 말도 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대한민국에서도 재현됐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공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농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탈피하지 못한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대규모 인구이동이 이뤄져 수도권 집중현상이 가속화됐다. 1990년대 들어 지방자치 시대가 개막하면서 지방분권, 지방균형발전 등이 주목받았지만 1997년 외환 위기가 터지자 청년들의 ‘인서울’ 현상은 심화됐고 급기야 ‘서울공화국’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게 됐다. 이는 실제로 국어사전에도 등재되어 있다. ‘국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따위의 모든 부분이 서울에 과도하게 집중된 현상을 비꼬아 이르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지방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지방소멸위기지역 지원 특별법’까지 발의가 될 정도로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중앙집권적 국가운영 방식으로는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저성장과 저출산, 지방소멸과 같은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없는데 정부의 대처는 여전히 미온적이다. 특히 행정수도 이전과 함께 제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논의 중에 있지만 창원시를 비롯해 유치전에 나서는 비수도권 지자체와는 달리 정부는 세부적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미온적인 정부와 달리 비수도권에서는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남, 부산, 울산을 하나로 묶는 동남권 메가시티를 비롯해 여러 광역지자체에서는 광역 단위로 협력할 수 있는 특별지방자치단체 도입을 정부에 제안하고 있다.

    이런 노력과 함께 국가와 지방의 근본적인 차별을 극복하고 국가의 균형 잡힌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지방이 제 몸에 맞는 권한과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근본적인 토대 마련도 우선돼야 할 것이다.

    100만 인구가 넘는 창원에 의과대학이 없고 행·재정적 권한이 3만 도시와 비슷한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다행스럽게 ‘창원특례시’ 법안이 지난해 통과돼 새롭게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중앙정부는 이제 지방 분권과 균형발전을 위한 지방 정부 노력에 응답해야 한다. 특례시에 해당하는 권한과 재정특례를 보장해 진정한 지방자치를 실현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시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듯 중앙정부와 국회에서도 지방정부의 지방분권을 향한 노력을 간과하거나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대한민국 미래 동력 핵심은 지방이기 때문이다.

    이종훈(광역자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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