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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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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자연과 공존을 위한 거리- 변영호(거제 국산초등학교 교감)

  • 기사입력 : 2021-02-09 19:4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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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비가 오면 개구리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오는 순서가 있다. 1월 하순부터 3월 초를 전후로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면 산개구리와 도롱뇽이 겨울잠을 깨고 나와 알을 낳는다. 초록빛이 뚝뚝뚝 번지는 4월 봄비에 참개구리와 청개구리가 겨울잠을 깨고 나온다.

    알 낳기를 좋아하는 장소도 다르다. 두꺼비는 물이 마르지 않은 수심 있는 저수지에 가장자리에 알 낳기를 좋아한다. 산개구리는 논두렁 옆 고인 웅덩이나 작은 웅덩이를 더 좋아한다. 똑같은 산개구리 무리지만 계곡산개구리는 흐르는 계곡물에 알을 낳는다. 알을 낳는 공간적 거리도 있다.

    시간적 공간적 거리를 두는 까닭은 분명하다. 경쟁을 최소화해 살아남을 가능성을 높이는 지혜다. 특별해 보이지만 자연 생태계는 흔히 볼 수 있다. 봄에 피는 꽃, 여름에 피는 꽃, 가을에 피는 꽃은 시간적 거리두기 모습이다. 산에 피는 꽃, 들판에 피는 꽃은 공간적 거리두기 모습이다. 자연은 시간과 공간에 거리를 둬 경쟁을 최대한 피하면서 조화롭게 공존한다.

    우리는 경쟁 논리가 모든 것을 정당화한다. 이익을 위해서 지역의 경계, 국가의 경계를 허물었다. 이익을 독점하기 위해 여름에 나는 수박을 겨울에 생산하려고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야생동물이 살아야 할 공간과 사람이 사는 주거지, 땅과 바다의 경계. 산과 들판의 경계도 없다. 이 경계 없는 욕망의 대가로 ‘기후 위기 환경 재난 시대’라는 경고장을 받았다. 코로나19의 대규모 발생 원인은 생태계 교란과 난개발로 자연과 경계를 허물어 발생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이러스는 사람들이 야생동물을 가축하면서 인간에게 옮아왔다. 홍역과 결액 그리고 천연두는 소에게, 말라리아는 말과 오리에서 유래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우린 고통 속에서 거리와 공간에 대한 거리두기 필요성을 모두 배우고 있다.

    너무 가까워서 뜨겁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지속 가능 생존을 위한 자연과 알맞은 거리두기다. 채식은 육식의 욕망에서 적당한 거리를 두기 위한 선택이다. 탈석탄사회를 꿈꾸는 것은 땅과 바다 깊이 들어간 인간 욕망을 적당한 거리로 물리는 선택이다. 코로나19가 지속 가능한 생존을 위해 자연과의 안전한 거리를 독하게 묻고 있다.

    변영호(거제 국산초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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