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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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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제자에게서 배운다- 김상권(전 경남교육청 학교정책국장)

  • 기사입력 : 2021-02-14 20: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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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임을 하고 잠시 시골에서 텃밭을 가꾸면서 소일한 적이 있다. 씨앗을 뿌리고 잡초가 나면서 풀과의 전쟁은 시작되고 멋진 수확을 기대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여의치 않은 일로 한 보름 텃밭을 찾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보름 후에 가보니, 이미 풀은 곡식을 완전히 집어삼키고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와 있었다. 어머니께서 선생님이 학생을 가르치는 것과 같이 농작물도 주인의 발자국소리를 듣고 자란다면서 농사도 아무나 짓는 것이 아니니 친구들도 만나면서 보람 있는 시간을 지내라는 말씀을 주셨다. 그 말씀에 선생님은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존재인가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몇 해 전 스승의 날에 한 제자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40여년 만에 만난 제자는 세월의 무게만큼 이제 같이 늙어가면서 친구가 되어도 좋을 만큼 변해 있었다. 그런데 제자가 “선생님은 잊어버리고 있겠지만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오늘날 저를 있게 했습니다”면서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필자는 너무 옛날 일이라 기억에도 없지만, 자기는 ‘학생시절에 체격도 왜소하고 남 앞에 나서서 지휘하는 것은 상상도 못 했는데 당시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돌아가면서 반장 역할을 시켰고, 자기는 열심히 노력했지만 원래부터 약간 어눌한 발음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너는 잘 할 수 있어”라는 선생님의 말 한마디 때문에 발음도 고치고, 오늘날 대기업 건설 현장의 소장을 맡을 수 있게 되었단다. 고마워하는 제자 모습을 보면서 필자가 선생인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때에는 제식훈련이 체육시간에 있던 때라 학생들에게 돌아가면서 반장 역할을 시킨 기억이 난다. 남을 지휘해 보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40여년 교직생활에서 많은 학생들이 선생님의 말 한마디에 인생이 바뀐 예를 수도 없이 보고, 듣고 하면서 평소에 좀 더 잘했더라면 하는 후회를 하곤 했다. 이제 교직에서 멀어지고 보니 현직에 있는 후배 선생님들에게 간곡하게 부탁하고 싶다.

    “아이들은 열두 번도 더 변하더라,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아이들의 인생을 결정짓는 것을 참 많이 보아왔다.”

    김상권(전 경남교육청 학교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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