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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4월 2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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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867) 한식세배(寒食歲拜)

-한식날 세배한다. 엉터리 지식으로 남을 가르친다

  • 기사입력 : 2021-02-16 08: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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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오날 어떤 고을의 아전이 동헌 앞에서 헐레벌떡 달려오는 동료 아전을 만났다. “어디 갔다 오는데?”라고 물었다. “오늘이 단오날이라 어르신들 모인 곳에 세배하고 오는 길이네”라고 답했다. “자네 그리도 무식한가? 세배는 추석에 하는 예절이야”라고 자신 있게 훈계를 했다.

    조금 뒤 그 아전이 고을원 앞에 엎드려 지시를 받다가 피식 웃었다. 원님이 화를 내며 “고을 원이 이야기하는데 네 놈이 웃어? 당장 끌어내려 매를 쳐라”라고 불호령을 내렸다.

    졸지에 봉변을 당하게 된 그 아전은 사실대로 아뢰었다. “아무개가 세배는 추석 때 하는 예절인데, 단오날 세배하고 왔다기에 그 말 생각하니, 하도 우스워서 그만 웃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고을원이 손벽을 치면서 “네놈 둘 다 어찌 그리도 무식하냐? 세배란 한식날 하는 예절인 줄도 몰랐으니”라고 훈계했다.

    상대를 무식하다고 가르친 자들이 다 틀렸다. 이 이야기를 듣고 다 웃겠지만, 오늘날 좀 아는 체하는 사람들이 위에 나오는 사람들 수준보다 나을 게 없다.

    성균관 예절강사, 각종 방송에 나오는 예절강사들이 하는 강의의 많은 부분이 잘못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1910년 일본에 나라가 망하면서, 주권과 영토만 빼앗긴 것이 아니고, 우리의 전통문화와 학문과 예술이 다 파괴되고 왜곡됐다. 해방 이후 미국식 문화가 밀고 들어와 우리 전통문화는 회복되기도 전에 다시 한 번 더 파괴됐다.

    일제 때 교육을 받은 교수나 교사들이 모두 일본식 교육이나 미국식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우리 전통문화는 가치 없고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이라는 낙인을 찍어 갖다 버리기에 바빴다. 좋은 것 나쁜 것 할 것 없이 다 갖다 버렸다.

    엊그제가 설날인데, 설날 하던 세배도 다 없어져 버렸다. 세배는 새해를 맞이해 첫 번째로 어른에게 드리는 큰 인사다. 설날 아침에 차례를 모시기 전에 부모님에게 세배를 드린다. 조부모님이 살아계시면 조부모님에게 먼저 세배를 드린다. 아버지 형제간들이 가까이 살면 차례 모시기 전에 새벽에 세배를 드린다.

    그러고 나서 차례 올리고, 성묘 마치고 나서 가까운 친족부터 세배를 한다. 초이튿날은 친척들 집에 세배를 가고, 초사흗날부터 타성 어른들에게 세배를 한다. 초닷새를 넘으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세배를 하지 않는다. 너무 늦게 세배를 가면 상대방을 무시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명절 풍속이 크게 바뀌었다. 정부에서 직계가족이라도 5명 이상 모이지 말라고 하니, 친자식, 친형제도 안 모이는 상황이 됐다. 코로나로 왕래하지 말라고 정부에서 권장하니까, 내심 잘 되었다 싶은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런 식으로 가면 가족들끼리도 내왕이 더 없어져 사람들 사이의 소통은 더 안 되고 소외감을 더 느끼게 될 것이다. 인간미가 사라진 쓸쓸한 세상이 될 것이다.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가족간에 화목하게 지낼 방안을 강구해서 보급해야 하겠다.

    * 寒 : 찰 한. * 食 : 먹을 식.

    * 歲 : 해 세. * 拜 : 절 배.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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