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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친숙한 마약, 매력적인 중독은 없다- 이원일(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경남지부장)

  • 기사입력 : 2021-02-21 20: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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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2019년 마약 투약 혐의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황하나씨가 또다시 마약 투약으로 재입건된 것이다. 이번 사건은 투약사실 자체뿐 아니라 국내 최대 마약 유통 조직과의 연결고리가 밝혀지면서 사람들의 관심도 더 집중되고 있다.

    이렇듯 최근 몇 년 동안 대한민국은 유명인의 마약투약 등과 관련된 갖가지 사건들로 마약으로 일어나는 범죄의 민낯을 낱낱이 알게 됐다. 마약범죄를 줄이기 위해 대대적으로 단속을 하고 있지만 이미 일상에 스며든 마약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더 은밀하고 진화된 방식으로 거래되고 있다.

    특히 심각한 건 마약사범의 저연령화다. 검찰이 발간한 ‘2019 마약류 범죄백서’에서 마약류 사범 연령별 현황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전체 마약류 사범 1만6044명 중 20~30대가 7647명, 20대 이하(청소년) 239명으로 전체 49.1%나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된 원인은 뭘까?

    ‘마약’이라는 단어가 일상생활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된 것에서 출발한다. ‘마약OOO’ 등 음식이나 생활용품 등 상호와 함께 쓰이며 위험하고 부정적인, 불편한 이미지를 지웠다. 또한 이 같은 제품들의 광고가 반복적으로 노출되며 친숙하고 매력적인 이미지를 더해 마약에 대한 긍정적 마케팅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마약’이라는 단어가 평범해지게 됐고, 마약을 쉽게 여기게 됐다. 이러한 문제점 해결을 위해서는 ‘마약’이라는 단어의 무분별한 사용을 줄이고 마약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알리는 것 뿐이다. 또 인터넷 발달로 변화된 마약거래 방식을 들 수 있다. 다크웹이나 SNS 등 온라인을 통해 정보를 쉽게 공유하고, 클릭 한 번에 마약거래를 할 수 있는 온라인 거래방식은 모든 구매자에게 매력적인 구매처로 보여졌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황 씨와 같이 사회적 영향력이 크고 파급력을 줄 수 있는 유명인들의 마약 투약 행위들이 미디어와 SNS 등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이다. 마약이 불법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우리보다 더 삶이 풍요롭고 행복해 보이는 대상이 마약을 투약한다면 어쩔 수 없이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

    누군가는 마약을 “한 번도 안 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한 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스스로를 망치고, 주변을 망치게 된다. 친숙한 마약, 매력적인 중독은 없다. 또한 나이도 성별도 직업도 가리지 않는다. 마약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특성을 알고 일상생활에 녹아든 마약 문제에 경각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사회적으로 큰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게 된다. 정부, 언론, 교육기관, 시민사회단체 모두 합심해 마약의 중독성과 폐해의 진실을 널리 알려 마약 없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원일(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경남지부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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